요괴 헌터 히루코 (Yokai Hunter Hiruko, 1991) 만화 원작 영화




20세기 일본을 대표하는 감독 중 하나인 '츠키모토 신야'감독이 1991년에 메이저 'SEDIC'과 손을 잡고 만든, 동명의 원작 만화를 바탕으로 한 호러 영화. 츠키모토 신야 감독은 1989년에 단 혼자서 감독, 각본, 촬영, 미술, 출연, 편집, 제작 1인 7역으로 67분짜리 16mm 흑백 영화인 '철남'을 만들어냄으로써 비평가에게 호흥을 받고 대중적으로도 성공을 하여 '캔 러셀'감독의 '백사의 전설'을 제치고 로마 국제 환타스틱 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한 바 있다.

츠키모토 신야 감독의 작품 대부분이 만화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건, 그가 감독이기 이전에 만화 세대로서의 감수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그런 것인데 이 점은 충분히 장점이라 할 수 있으나.. 아쉽게도 요괴 헌터 히루코에는 그 장점이 100% 적용되지 못했다.

혼자서 모든 걸 다 했던 때와 다르게 프로 스탭과 먹고 자고 함께 생활하며 모든 걸 같이 해야했고 또 철남과 다르게 변경과 수정 작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게다가 요괴 헌터 히루코란 소재는 츠키모토 신야 감독이 자유롭게 선택한 것이 아니라 메이저 사의 의뢰를 받은 것이었다.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고대 유적을 발견한 학자 '야베 타카시'와 '츠키시마'가 행방 불명된 뒤.. 요괴 학자 '히에다 에이지'가 친구 타카시의 편지를 받고 그의 아들인 '마사오'와 함께 사건 속으로 빠져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이야기의 주체는 바로 '히로코'라 불리는 요괴. 생김세는 시체처럼 창백한 안색의 사람 머리에 거미 다리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괴물로 날개가 돋아나 파닥거리며 날아다니기도 하며, 사람의 목소리로 말을 하고 촉수같이 생긴 혀를 뻗어 마우스 투 마우스를 시도하거나 감미로운 노래를 불러 듣는 사람이 자기 목을 잘라 자살하게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스토리의 진부함이라던지 혹은 괴물에 대한 설정은 동명의 원작 만화가 따로 있기에 거두절미하고 일단 영화에 대한 것으로 넘어가겠다.

일단 이 작품은 플레이 타임 1시간 정도에 해당하는 초중반 부분까지는 호러 영화의 기본 공식에 충실했으며, 또한 사람 머리에 거미 다리가 달린 요괴 히로코로 나타낼 수 있는 공포 포인트를 충분히 자아냈다. 히로코의 시점에서는 '스텐릭 큐브릭'감독이 만들고 '샘 레이미'가 널리 알린 '스테디 캠'기법을 적극 활용한 터라 극의 긴장감을 높여준다.

쉽게 말하자면 히로코의 시점. 즉 화면을 보는 시점이 낮고 히로코의 거친 숨소리가 쉴 세 없이 들려오며 마치 쥐나 고양이처럼 낮은 바닥을 후다닥 달려 나가는 연출이 꽤 멋지다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백미를 꼽자면, 에이지 선생이 아오이 학생의 목 잘린 시체를 발견한 순간 같은 시각 반대편에 있는 방에서 주인공 마사오가.. 깨진 창문 너머에서 친구 아오이의 창백한 얼굴을 발견한 시퀀스와 히로코가 된 츠키시마 그 자체다. 츠키시마의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이라고 하기 보다는, 츠키시마란 캐릭터로 나타낸 연출에 멋진 게 참 많다.

원작 떄문에 그런 건지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학교 시퀀스가 끝나고 극 후반부 30분의 석실 시퀀스는 작품의 질을 떨어뜨리는데 크게 일조한 것 같다. 초중반부의 학교 시퀀스까지는 장르를 구분지을 때 '크리쳐'물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후반부는 완전 'SF'. 에일리언 물에 판타지까지 도입되고 말았다.

주인공 마사오의 활약은 물론이거니와 매력이 전혀 없는 것도 단점. 요괴 학자 히에다 에이지는 마사오에 비해서는 그래도 매력적이지만, 요괴 학자란 설정을 십분 활용하지 못하고 요괴 감지 센서기나 퇴치기 같은 아이템을 가지고 단발성 개그를 한 건 좀 아쉽다. '후라이트 나이트'의 '피터 빈센트'처럼 전혀 미덥지 못한 인물이 어느 한 사건을 계기로 정신을 바짝 차려 흡혈귀를 퇴치하는 것 같았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마사오나 에이지 보다 낫과 라이플을 들고 설치던 시골 수위 쪽이 오히려 더 카리스마 있다.

희생된 사람의 얼굴이 인면창이 되어 주인공의 등에 새겨진다는 것 자체는 괜찮았으나.. 그 이외에 3개의 뿔이 난 소년을 중심으로 한 히로코 봉인 설정은 에일리언물을 연상시키는 후반부를 더욱 썰렁하고 유치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라스트 장면에서 호수에서 물줄기가 솟아 올라 죽은 이들의 얼굴을 하고 학교를 스쳐 지나가 우주로 날아가는 장면은 아무래도 '어비스'의 오마쥬인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아마도 이건 츠키모토 신야 감독의 센스라고 하기 보다는 다른 스텝들의 발상인 것 같다.

결론을 내리자면 역시 작가주의와 메이저의 결합은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지금 현재는 반지의 제왕으로 전성기를 부과하고 있는 피터 잭슨이, 동네 친구들과 가족을 모아 놓고 모든 작업을 혼자서 처리하며 초 저예산으로 만든 영화 고무인간의 최후. 그리고 그 이후에 내놓은 '천상의 피조물'과 '데드 얼라이브'는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헐리웃에 입성한 후 처음 발표한 '프라이트너'같은 경우는 흥행 참패를 면치 못했고, '샘 레이미'또한 '이블 데드'로 인디 영화 계의 천재 감독이라 불리다가 헐리웃 입성 후 '샤론 스톤' '러셀 크로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진 해크만' '게리 시니즈'등 쟁쟁한 스타들을 기용해 동명의 TV 서부극을, 공동 감독 샤론 스톤의 입김으로 여성 서부극으로 탈바꿈한 '퀵 앤 데드'를 만들어 크게 망가졌다가 '스파이더맨'으로 겨우 부활을 했으니, 메이저와 손을 잡았다고 해서 꼭 좋은 결과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여담이지만.. 요괴 헌터 히루코란 제목. 센스가 좀 없다고 생각한다. 북미판 제목은 '히루코 더 고블린'. 이쪽이 더 심하긴 하지만 말이다.


덧글

  • 시무언 2008/05/09 12:55 # 삭제 답글

    대신 작가주의와 메이저가 제대로 섞이면 대박이 나지요
  • 잠뿌리 2008/05/09 13:12 # 답글

    시무언/ 반지의 제왕이 그래서 대박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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