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게돈 (1996) 한국 애니메이션




1996년에 동명의 원작 만화를 바탕으로, 원작자이면서 또 유명한 만화이기도 한 '이현세'가 직접 감독 기획 제작을 맡아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컨버젼한 작품.

내용은 은하계로부터 6백만 광년이 떨어진 안드로메다 성운에 고도로 발달된 문명을 가진 외계인이 전 우주에 컴퓨터를 투하하는데, 이때 외계인 이드가 지구에 침입하고 또 다른 외계인 엘카가 그와 맞서 싸우기 위해 델타 소년을 찾으려고 지구에 비밀 요원을 투입하면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아마게돈은 사실 일반적으로 이현세의 아마게돈으로 잘 알려져있지만, 이현세는 어디까지나 작화를 맡은 거고 스토리는 야설록이 썼다. 그래서 이 작품의 각본 역시 야설록이 맡았다.

이 작품의 원작 만화가 명작이란 사실에 이견이 없다. 개인적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게 봤다. 하지만 문제는 이 작품을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다는 것 자체다.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은 대부분 아동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 대상이 아동이 아닌, 어른이다. 성인용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아기 공룡 둘리를 보고 환호하는 아이들이 이걸 보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전혀 알 수 없어 고개를 돌릴 게 뻔하단 말이다.

저연령층의 관객이 내용을 알아먹지 못한다는 게 우선 첫 번째 문제. 두 번째 문제는 완성도다. 만화책으로 십 수권에 달하는 원작을 극장용 애니메이션 한 편에 끼워 맞췄으니 당연히 스토리가 난잡하다.

나온 지 1분, 혹은 10분만에 초살 당하는 조연 캐릭터를 보고 눈물 흘리는 주인공을 보고 감정 이입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세 번째 문제는 연출이다. 사실 이게 첫 번째나 두 번째 문제보다 몇 배는 더 심하다. 아무리 내용이 난해하더라고 해도 졸라게 잘 만들면 비운의 명작 취급 정도는 받을 수 있지만, 이 작품은 아니다. 연출이 정말 끝내주게 구리다.

이 작품은 그 당시 기준으로 우리 나라 영화 중 최고액은 4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그런데 그 4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것만큼 퀄리티가 높지는 않다. 색상이라고 해야하나, 원화의 퀄리티는 그 당시 TV에서 방영하던 국내 애니메이션만도 못하다.

40억원이란 제작비를 졸라 쓸데없는 곳에 투자했다. 쥬라기 공원에 사용했던 실리콘 그래픽스의 컴퓨터 장비와 웨이브 프론트라는 소프트웨어를 썼다고 화제를 불러일으켰는데 말이다. 그 화려한 장비를 써서 만들어 낸 게 극 초반에 원시 인류를 설명할 때 컴퓨터 그래픽으로 제작이 된 듯한 티라노 사우르스와 원시인의 상체가 각각 한번씩 나와 꼼지락꼼지락 움직이는 것이다.

블록 버스터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고 망하는 애니메이션의 고질적인 문제가 드러난다. 졸라 쓸데없는 곳에서 컴퓨터 그래픽을 쓴 것 말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게 있다면. 초반 나레이션 성우를, 전문 성우가 아닌 탤런트 최불암을 기용했다는 점. 그리고 당시 꽤나 인기 있던 싱어송 라이터 김신우를 기용해 극중 영화의 주제곡 마리를 부르게 했다는 점이다.

발음을 그대로 옮겨서 '마뤼야~'라고 시작되는 록 발라드 송은, 뭐라고 할 까 좀 굉장히 낯간지러운데. 그보다 더한 게 주인공 오혜성이 어렸을 때 어머니께 최고로 강한 힘이 뭘까? 라고 묻자 후후 혜성아 그건 바로 사랑이란다 란 답변을 들었던 게 더 닭살 돋았다.

결론은 비추천. 이 작품은 우리나라에서 만든 애니메이션 중에서 진짜 최악이다! 저 밑바닥 최하층에서 지존의 자리를 지킬 작품, 블루시걸도 쨉이 안 된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 중에서 가장 높은 제작비가 투입됐으면서, 가장 큰 손해를 입었다는 이색적인 기록을 가지고 있다.

본래 처음에는 특별기획으로 써 보고 싶었지만, 이현세 감독은 옛날 인터뷰에서 만화 영화로서의 경험이 미숙하다는 걸 인정하고 다시는 애니메이션 작업에 참여하지 않았으니. 굳이 그렇게 헤집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덧글

  • 시무언 2008/05/06 13:30 # 삭제 답글

    어렸을때도 보긴 봤는데 뭔가 썰렁하다고 느꼈습니다
  • 잠뿌리 2008/05/07 09:34 # 답글

    시무언/ 그래서 대박 망한 것이겠지요.
  • 헬몬트 2008/09/27 10:45 # 답글

    아마겟돈은 그래도 아마게돈 백과라는 책으로 제작 당시 이야기를 모두 이야기하며 손해본 액수까지 모두 밝히고 있습니다

    비디오 수익및 극장 수익.스폰서 수익으로 모두 25억원 정도 수익을 건졌고 해외 판매수익이나 여러가지로 더 벌어들였으나 결국 총 6억원 정도 피해를 보았다고 하더군요
  • 잠뿌리 2008/09/27 20:52 # 답글

    헬몬트/ 그나마 25억이라도 건진게 다행이군요.
  • 4000 2011/05/07 20:48 # 삭제 답글

    73뇬생 입니다 님은 모든게 실패라고 하지만 전 아직 보고 있어여 만화책까지 소장 하면서
    저도 이글 보고 원본(만화책)보고 희열(희노애락중 희&락)을 느겼습니다 모 돈을 떠나서 아마게돈은 내게 초감각전쟁(이것도 만화책이원작)을 보개 했고 이걸로 40이 다되가지만 전 지금도 애니라면 능력이 되는한 보는중요ㅎㅎ 그래도 이런글이 있는게 다행이라 생각함 이만여
  • 잠뿌리 2011/05/10 10:41 # 답글

    4000/ 만화책은 명작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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