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1994) 방송/드라마/다큐멘터리




1994년에 MBC에서 납량특집으로 방영한 드라마로 의학 심리 스릴러를 표방하고 있다.

내용은 낙태의 기억 분자가 같은 날 같은 병동에서 낙태 수술을 받다 실패해 산모가 목숨을 잃으면서 간신히 태어난 여자 아이의 몸 속에 들어가 성장을 하다가 나이가 든 뒤 각성하게 되어 이중인격이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그 당시 기준으로 볼 때 상당히 파격적인 작품이었다.

주제 또한 명확하다. 오프닝과 에필로그에 나오는 나레이션이 설명하는 것 그대로, 20자로 줄여 보자면 '낙태 방지 광고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메세지는 좋지만, 은근히 강도 높은 페미니즘이 섞여 있어서 그다지 모범적인 작품은 아니다.

이 작품에서는 오로지 남자가 나쁜 놈이고 모든 악의 근원으로 나온다. 죽는 이들도 남자들 뿐이고, 여자 중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인물은 낙태를 한 경험이 있는 여성 밖에 없다. 드라마 내내 남성 인격이란 M은 복수의 화신이 되어 오로지 남자. 같은 남자만 욕한다. 그게 너무 극단적으로 치우쳐져 있어 솔직히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아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선 국내 드라마로서의 의학 심리 스릴러라는 장르가 거의 처음이었고, 거기다 일부 고어 연출이 공중파 방송인데도 불구하고 여과 없이 드러났다. 이를 테면 에볼라 출혈 바이러스에 걸린 의사가 온 몸이 붉게 퉁퉁 부어 거의 반 좀비 형태가 되어 죽거나, 미국인 박사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몸의 피부가 점점 썩더니 급기야 이마를 긁으니 살갖이 쑥 벗겨지면서 잇몸 근처의 뼈가 나타나는 것 말이다.

갈등 관계는 상당히 복잡하다. 히로인 마리의 몸에는 16세 때의 마리 인격과 8년 후 24세가 된 현재의 주리 인격이 공존하면서, 나중에 가서는 제 3의 인격은 M이 나타나는데.. 마리는 지석이란 연인이 있지만 M은 남성 인격이라 마리의 친구 은희를 좋아하고 은희는 마리의 연인은 지석을 좋아해서 꼬일 데로 꼬인 삼각관계를 이룬다. 이 작품의 매력적인 요소 중 하나가 바로 그 갈등 관계이기도 하다.

또 다른 매력적인 요소는 바로 M 그 자체다.

M은 낙태아의 기억 분자로 복수의 화신으로 인간의 몸에 들어가면 염력을 이용하고 괴력을 발휘하며 상대의 바이오 리듬을 읽어 속 마음을 꿰뚫어 본다. 거기다 머리까지 좋아서 사람 사이를 이간질시킬 수도 있고 피부 접촉을 하면 괴질에 걸리게 만들며 에볼라 출혈 바이러스까지 사용하는 초자연적인 존재다.

극중 악령 취급을 받고 퇴마사가 등장해 그 정체를 알아보는 장면이 있긴 하지만 그 비중이 적은 편이라, 어떻게 보면 미국 초인 만화. 마벨 코믹스에나 등장할 법한 초인 같다. 이 작품이 미국에서 나왔다면 M이 초인 만화에 나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작품에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우선 연출 일부분이 상당히 구리다는 점이 첫번째 단점으로 꼽힌다. 눈에서 녹색 빛을 뿜으면서 기계 음성으로 말하는 건 둘째치고 7화에서 나온 M의 실체를, 시뻘건 얘기 인형 얼굴을 가져다 배에 붙여 놓은 거라 진짜 유치찬란하기 짝이 없다. 두번째 단점은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이 작품을 통해 마리 역의 심은하는 연기파 배우로 발돋음을 했다지만, 그건 좀 과장이다. M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건 총 10화 중 5화부터인데, M이 나온 이후에는 마리의 인격이 전혀 나오질 않으니 이중인격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해냈다고 보기에는 좀 어폐가 있다. 그래도 국내 여자 배우 중 최악의 연기력을 자랑하고 얼굴로 먹고 사는 김희선 보다는 훨씬 낫긴 하지만 좋은 각본을 잘 살리지 못해서 조금 아쉽다.

M의 인간적인 갈등까지 잘 살린 각본은 참 좋지만, 문제는 바로 엔딩. 결국 M의 갈등은 해결되지 않고 마리와 지석 또한 맺어지지 못한 채 함께 죽음을 맞이하는 그 엔딩은 뭔가 굉장히 허전하고 씁쓸하다.

일단 한국 드라마의 한 획을 그었고 또 여러 가지 파격적인 연출과 잘 짜여진 갈등 관계를 생각해 보면 충분히 볼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나온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 현재 M2가 곧 방영을 한다고 하던데.. 과연 그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여담이자만 이 작품은 유난히 주제가가 인상 깊다. 좋은 게 아니라 기분 나쁜 주제가라 그렇다고나 할까? 내가 어렸을 때 이 작품이 TV에서 방영할 때는 사실 가장 유행했던 게 주제가와 M의 녹슨 목소리였다. 목소리를 깔면서 '나는 M이다..'란 대사가 애들 사이에 꽤 많이 퍼졌던 걸로 기억한다.


덧글

  • 시무언 2008/05/05 12:58 # 삭제 답글

    M...어렸을때 봐서 전부 기억은 안나지만 M의 목소리가 으시시했던건 기억이 납니다.
  • 이준님 2008/05/05 13:16 # 답글

    1. 윈도우 에코기능이나 구형녹음기 고장 버젼이기도 했지요. 목소리가요

    2. 의외로 인간관계가 복잡하게 끌고 간건 심은하의 "과거"(그러니까 어렸을때 좀 놀았다는)문제로 하차할뻔 했기때문에 대타로 다른 인물을 투입하려고 작가가 무리하게 이야기를 늘리고 꼬아버린 이유도 있습니다. (김성모 작가처럼 "더 이상 자세한 것은 생략한다"는 아니니까요)

    3. 개인적으로는 심은하보다는 이창훈의 연기가 괜찮았고 사실상 이 작품을 통해 진정한 연기파로 발돋움했다고 봅니다.

    ps: 황우석 박사 파동이 한창일때 김태희를 -_-;;주연으로 한 M2가 기획되었고 2세(언제?)의 이야기라고 끌고 나가려고 했는데 엎어졌다고 하지요
  • 실꾸리 2008/05/05 13:23 # 답글

    2를 하는군요...기대되네요...상당히 무서워하면서도 열심히 봤었는데...
  • 잠뿌리 2008/05/06 11:03 # 답글

    시무언/ M의 목소리가 이 드라마의 트레이드 마크지요.

    이준님/ 이창훈 연기 좋았습니다. 마지막 화 클라이막스 때의 감정 연기가 일품이었지요.

    실꾸리/ 김태희가 M역을 맡았다고 생각하면 상상이 잘 안가네요.
  • 천년목 2008/06/21 19:50 # 삭제 답글

    이 드라마 때문에 저도 적지 않게 시달렸던 기억이 있어요..
    남들 다 보는데 저는 무서워서 신은경씨랑 이재룡씨랑 구본승씨 나오는 종합병원 보겠다고 난리였었죠.. 기억나는 게 많은데 거울 앞에서 수술용 칼 들면서 디자이너 엄마 위협하는 장면이랑 프롬박사(극중 마리 양아빠)한테 데보라 바이러스 유출시켜 가지고 피부 벗겨지는 장면 등등.. 아.. 진짜 무서웠어요..
  • 잠뿌리 2008/06/21 21:49 # 답글

    천년목/ 프롬박사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피부 벗겨져 죽는 모습은 공중파 드라마로선 진짜 심의의 한계에 도전하는 연출이었지요.
  • 하시 2010/06/14 19:37 # 삭제 답글

    그 주제가를 부른 사람이 죽었다는 둥 루머가 많았었는데..이런 종류의 소문은 수작인 공포영화에 늘 있는거 같아요. 엑소시스트 등장인물들도 사망했다는 루머가 종종 있었던걸로 기억하네요.
  • 잠뿌리 2010/06/16 18:49 # 답글

    하시/ 엑소시스트는 실제로 촬영 중에 사망했다고 합니다. 네명인가 사망했지요.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3821002
6215
9561636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