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8년 '김청기'감독이 만든 한국 최초의 반공 애니메이션. 마침 북괴의 땅굴이 발견되어 전국에 반공 열풍이 불고 있어 그 시류를 타고 나온 것으로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순수 국산 애니메이션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줄거리는 북한에 사는 소녀 숙이가 붉은 수령의 생일 선물로 산삼을 캐오라는 명령을 받고 금강산을 헤매다 바위에서 굴러 떨어져 길을 잃는데 그때 마침 숲 속에서 동물들과 함께 살아 온 야생 소년 똘이를 만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숲 속에서 장군이라 불리는 똘이의 컨셉은 외국의 유명한 외화 시리즈 '타잔'. 한발 더 나아가서는 정글북에 나오는 '모글리'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는데, 일단 여기서는 붉은 당의 늑대들 때문에 아기 때 부모님과 생이별을 하고 곰한테 키워지면서 숲 속 친구들을 사귀니 성장 환경은 엄연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다(그 본질은 별반 차이점이 없지만 말이다)
똘이의 설정 자체는 사실 로보트 태권 브이에 비하면 조금 초라하게 보이기까지 하고, 독창성 면에서도 태권도를 사용한다는 걸 빼면 그다지 눈에 띄는 게 없지만 이 작품의 감정은 바로 표현과 연출에 있다.
해돌이의 대모험처럼 노골적으로 반공 사상을 주입하려는 것이 아니라, 보는 대상이 아동이라는 걸 충분히 감안하고 그 눈높이를 충분히 맞추었다. 공산당 대신 붉은 도당, 김일성 대신 붉은 수령. 공상당원 대신 늑대와 여우. 이처럼 매우 절묘한 의인화로 거부감 없이 만들었다.
어차피 둘 다 공산당 아니냐?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노골적으로 공산당이라 말하면서 무참히 때려 죽이는 것 보다 동물을 의인화 시킨 다음에 폭력적인 부분을 코믹하고 통쾌하게 바꾸어 표현하는 쪽이 100배는 더 낫다. 김청기 감독 특유의 아동의 눈 높이에 딱 맞는 코믹 액션 씬은, 해돌이의 대모험에서 헐크로 변한 해돌이가 전투기를 격추시키고 장갑차를 뒤집으며 공산당원과 전투견을 때려 죽이는 것과 절대 비교할 수 없다.
같은 반공 애니메이션이라고 해도 직접적인 표현과 간접적인 표현은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이 말이다. 해돌이의 모험 같은 경우 반공 주의를 설파하느라 정작 중요한 본 작품의 스토리는 상당히 부실하게 짰지만, 이 똘이 장군 같은 경우는 스토리에도 충실했기 때문에 우리 나라의 대표 애니로 자리 잡은 게 아닐까 싶다.
다른 건 다 떠나서 결국 붉은 수령을 물리치고 숙이와 함께 자유 대한의 품에 안기는 똘이 장군의 엔딩과 북한에서 겪은 건 다 꿈이고 나리 가족은 북한에서 고통 받는데도 불구하고 해돌이는 아버지가 돌아와 기뻐하는 것으로 끝나는 해돌이의 대모험 엔딩은 진짜 차이가 나지 않을 수 없다. 반공 애니란 걸 떠나서 전자는 개운했지만 후자는 정말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백미는 라스트 배틀 씬과 붉은 수령의 인두겁이 벗겨지자 돼지로 변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1년 후인 1979년에 이 작품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간첩 잡는 똘이 장군'이 극장 개봉을 했다.
덧글
이준님/ 만화판은 아직 보지 못했는데 언젠가 한번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