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와 흡혈귀 드라큐라 (1992) 영구 무비




1992년에 나온 영구와 땡칠이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쌍둥이 영구와 대부는 별개). 그동안 영구 역으로 열연을 펼친 심형래가 본격적으로 감독 데뷔를 하면서 주연까지 맡은 작품이다.

내용은 정체불명의 마왕에게 충성하는 꼽추가 인간 마을 정복 활동에 어려움을 느껴 흡혈귀 드라큐라가 도우러 오고 그걸 눈치챈 영구가 친구들과 함께 맞서 싸운다는 이야기다.

일단 이 작품은 인기 개그맨 심형래의 감독 데뷔 작품이라서 그 의의가 매우 크다. 남기남 감독의 품에서 벗어나 그동안 영구 역으로 열연을 하던 심형래가 메가폰을 잡았다는 측면에서 볼 때 참 뜻이 깊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구와 흡혈귀 드라큐라라는 제목을 보면 알겠지만, 악당 두목이 드라큐라서 약간의 오컬트적 설정이 들어가 영구와 땡칠이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회귀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시리즈 첫 번째 작품과 조금 다른 노선을 걷고 있다. 우선 나오는 등장 인물이 영구와 땡칠이 시리즈에서는 기본적으로 영구의 친구들이 아역 배우가 연기한 어린 아이들이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아역이 아닌 어른 배우가 연기한 어린 아이들로 구성되어 있다.

불광동의 휘발유란 별명으로 친숙한 얼굴이지만 지금은 고인이 되신 양종철과 오서방 오재미, 1편에서는 프랑켄슈타인으로 나왔던 멀대 별명의 박승대 등 심형래와 친분이 깊고 또 죽이 잘 맞는 개그맨들이 많이 나온다.

아이들에게 친숙해서 분명 나이든 어른인데도 불구하고 친구라 부르며 놀 수 있는 영구가, 아이가 아닌 어른들과 나온다는 게 어떻게 보면 시리즈 고정 팬에게 있어 약간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그 나름의 장점도 가지고 있다.

배우가 개그맨인 만큼. 개그 파트가 생기고 비중이 조금 커졌다고나 할까? 기존의 시리즈에서 등장 씬이 모두 합쳐 5분도 채 되지 않았던 동네 아이들과는 상당히 다르다.

기존의 시리즈와 또 다른 게 있다면 영구가 이제는 집에서 놀지 않고 초등학교에 등교한다는 사실. 그게 좀 참신했다.

영구 시리즈 중에서 아동을 대상으로 한 건 둘째치고 영화 본질을 파고 들 때 본격 호러에 가까운 변신을 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뭐라고 할까 기존의 시리즈 보다 더 공포감을 주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흡혈귀에게 물려 조종당하는 미라가 이상하게 울부짖고 길가던 행인을 습격하는가 하면 무덤을 반으로 쪼개 두개골을 꺼내 들고 발광하는 것 등등 아이들이 보면 충분히 무서워할 만한 연출을 자주 넣었다. 흡혈귀의 품에 묻힌 사람이 몇 초 후에 해골로 변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밝은 대낮에 안개 효과 좀 깔아 놓고 무협 영화의 주인공처럼 화려하게 망토를 펄럭이며 날아다니는 드라큐라는 다 큰 어른이 보기에 좀 거시기하지만, 아동의 관점을 생각해 보면 확실히 초기 작품 보다 더 무섭다.

초기 작품은 영구 보다는 사실 젊은 스님이 화려한 무공으로 귀신들을 제압하는데 클라이막스의 초점을 두었지만, 이번 작품은 영구를 도와줄 어른이 없다. 그 대신 영구는 친구들과 함께 흡혈귀와 맞서 싸우는데 그게 또 기존의 시리즈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재미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친구들은 제대로 활약하는 게 아니라 연신 개그만 하지만 말이다.

수박 껍질 모자를 쓰고 고무신 냄새와 손 방귀로 꼽추를 제압하고 영구의 18번 기술은 펭귄 권법을 사용하는 등 영구가 아주 대활약을 한다.

'박쥐성의 무도회'에서 나온 흡혈귀물의 소름끼치는 반전 엔딩을 차용한 엔딩 장면 역시 신선해서 좋았다. 그건 진짜 어렸을 때 보면 졸라 무서웠을 것이다.

특별히 인상 깊은 장면은 중간에 갑자기 지나가던 근육 마초 체육 선생이 흡혈귀랑 맨손으로 맞짱 뜨다가 런닝구 스리야~한방 먹이고 쓰러져서 일단 판정 승을 거두었다가 입원한 걸로 나오는 씬과 엔딩의 반전. 그리고 스텝롤이 다 올라간 뒤 맨 마지막에 여러분 공부 열심히 하세요~라는 문구가 뜨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이번 작에서는 땡칠이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 정도?

결론은 추천작.

컬트성이나 완성도를 놓고 보자면 사실 1편을 따라갈 만한 게 없고 이 작품 또한 마찬가지지만, 1편을 제외한 다른 시리즈랑 비교하면 결코 꿀리지 않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여담이지만 네이버 영화 해설은 잘못됐다. 흡혈귀들은 영구 일행을 자수정에 가둔 게 아니며, 또 햇살을 받아 죽은 게 아니라 뾰족한 물건에 찔려서 죽는다.


덧글

  • 시무언 2008/04/29 13:09 # 삭제 답글

    그러고보니 역시 심형래 작품인 파워맨인가? 하는 작품도 반전 엔딩이 있던걸로 기억합니다
  • 잠뿌리 2008/04/30 08:12 # 답글

    시무언/ 파이팅맨은 본 것 같은데 파워맨은 아직 못 봤습니다.
  • 놀이왕 2008/04/30 14:32 # 답글

    파워맨이 아니라 파워킹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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