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청기의 삼국지 -관우 오관돌파-(1980) 한국 애니메이션




1980년에 김청기 감독이 만든 삼국지 애니메이션 3부작 중 마지막 편. 본래는 좀 더 긴 장편이 될 예정이었다고 하나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들어 여기서 끝냈다고 한다.

내용은 여포가 동탁을 살해한 다음 장안을 점거했다가 이각과 곽사에게 쫓겨난 뒤부터 유비에게 신세를 지다 중간에 배신을 때려 서주를 접수하고, 유비 관우 장비 삼형제가 뿔뿔히 흩어졌다가 다시 뭉치는 것까지 담고 있다.

관우의 오관돌파란 부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거의 관우전이나 다름이 없다.

장비는 본격적인 개그 캐릭터로 대 변신을 하면서 작품은 완전 김청기 필로 변모했다. 유비가 조조 연합군에 속해 여포가 진을 치고 있는 하비 성을 공략하는데 이 부분이 원작과 완전히 다른 오리지날 스토리로 진행된다.

그 내용도 참으로 아동틱하게.. 장비와 관우, 왕발이 달랑 셋이 갔는데, 장비가 눈썹과 수염을 싹 밀어 버린 다음 립스틱을 바르고 여장을 한 뒤 성에 잠입. 엉덩이를 실룩실룩거리며 여자 목소리를 흉내내면서 활약하는 게 참 웃겼다.

여장을 한 장비가 하비 성의 병사들을 무찌르는 장면은 완전한 김청기 감독 스타일로 비슷한 류의 액션 씬을 하나 꼽자면 똘이 장군에 나오는 숲속 동물 친구들의 늑대 때려 잡기를 들 수 있겠다.

코믹한 액션을 선보이는 장비와 다르게 관우는 이번 작품의 주역인 만큼 굉장한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청룡 언월도를 슝슝 휘둘러 자신을 둘러 싼 15명의 병사를 단 5초 만에 작살내는 걸 보고 있노라면 완전 삼국무쌍이 생각난다.

원작과 또 다른 점이 있다면 여기서 장비가 여포와 일 대 일 대전을 펼치면서 고전 끝에 이긴다는 거다. 그리고 여포가 장비 손에 죽는다는 게 참 놀라웠다. 원작 삼국지 연이의 팬이라면 눈쌀을 찌푸릴지도 모르겠지만, 이 작품은 아동용인데다가 유비 관우 장비 삼형제를 주인공으로 삼고 진행하는 이야기라 그렇게 만들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대만에서 만든 삼국지에서 관우의 수양 딸 관봉이가 여자의 몸으로 마상 전투를 통해 서량의 금마초를 압도한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작품의 단점은 바로 편집 상태로 프롤로그 때 20여분 가량의 필름이 타도 동탁 편의 후반부라는 점과 그 이후에도 잘 나가다가 여포가 죽고 하비성이 함락된 이야기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유비가 조조와 술을 마시는 장면에서 난데 없이 여포가 이각과 곽사에게 쫓겨 와 유비에게 몸을 의탁하는 장면이 들어가 있어서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더불어 주연 성우 진도 왕발이 빼고 다 바뀌었는데 유비 관우 장비 성우 같은 경우 바뀐 성우도 나쁘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1,2편의 성우가 더 나이스 캐스팅이란 생각이 들고 본래 카리스마 넘치는 조조의 목소리가 이 작품에서는 완전 간신배에 대악당으로 바뀐 것에는 불만이 참 많다.

조조가 동탁에 버금가는 대악당으로 묘사된 이유는 관우가 주인공이 되어 오관돌파를 하는 게 주를 이루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이때 관우 전용 테마 송도 하나 나오고, 원소 군을 대파하며 천신 같은 위용을 떨치는 장면까지 구구절절히 설명하는 걸로 봐서 역시 김청기 감독도 고우영 만큼이나 관우를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관돌파가 자세히 나온 건 아니고 사관까지는 축약하다가 마지막 오관에서 유성추의 명인 변희와의 싸움을 부각시켰다. 이후 형제들과 다시 만나는 부분은 똑같지만 좀 다른 게 있다면 바로 유비의 합류 과정이다.

그 과정은 이 작품의 오리지날 전개로 안량 문추가 관우에게 당하자 원소는 역정을 내며 유비를 구금하는데, 그때 유비를 구출한 것이 바로 조운이었다. 그리고 그 둘이 탈출하기 직전 원소의 군대에 잡힐 위기에 빠지는데 순간 관우와 장비, 왕발이가 바람 같이 달려와 구출해준다.

작품이 끝나기 전까지 왕발이는 벗었고 장비는 개그를 했던 게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이 작품이 마지막 편인 걸 감안해 볼 때 마무리는 나름대로 좋은 편이다. 하지만 역시 더 나오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

일단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이 작품은 한국 애니 역사의 고전 명작이다. 일본이나 중국이 아니라 한국 고유의 삼국지 애니메이션도 있다고 당당하게 자랑할 수 있는 멋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덧글

  • 시무언 2008/04/25 12:18 # 삭제 답글

    삼국지는 고전 명작으로 평가 받을수있는게, 각색한 나라나 사람마다 해석이 달라지는것 때문 같습니다
  • 잠뿌리 2008/04/26 10:45 # 답글

    시무언/ 최근까지 삼국지는 각색한 이야기가 여러 개가 나왔는데 오리지날 삼국지 중에선 월탄 박종하 선생의 삼국지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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