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우주 전함 거북선 (1979) 한국 애니메이션




1979년에 '송정률'감독이 만든 극장용 애니메이션. 일본의 그 유명한 마츠모토 레이지의 대표작 중 하나인 우주 전함 야마토의 데드 카피라는 오명을 받은 작품이다.

우주 전함 야마토의 줄거리는.. 2199년 지구는 최후의 때를 맞이하는데 가미라스별의 유성 폭탄에 맞아서 바다는 증발하고 지구 상의 생물은 멸망했으며 인간은 지하 도시를 만들어 살아남지만 오염이 지하에 미쳐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순간, 마젤란 성운에 사는 이스칸달의 여왕 스타샤가 초강력 파동 엔진과 엔진 설계도를 보내면서 오염된 지구의 방사능을 제거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는 말을 전해서 그것을 구하기 위해 우주 전함 야마토가 출동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날아라 우주 전함 거북선의 줄거리는.. 지구가 핵전쟁으로 오염된 뒤 살아남은 인간들은 지하에 숨어 살면서 대기오염이 걷혀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데, 그때 탈레스별의 통신이 들어와 대기오염 제거기를 제공하겠다고 해서 수많은 우주선이 그곳으로 떠나지만 전부 다 실종되거나 파괴되서 결국 한국의 김박사가 로보트 태권 브이의 부품을 해체해서 우주 전함 거북선을 만들어 출동시킨다는 이야기다.

줄거리를 놓고 보면 솔직히 이 작품은 우주 전함 야마토 줄거리의 완전 똑같다. 거기다 주인공 일행의 복장도 우주 전함 야마토의 등장 인물과 똑같다. 다른 점이 몇가지 있다면, 외계 행성의 여왕이 부품을 보내지 않아서 로보트 태권 브이를 분해하여 그 부품으로 우주선을 만들었다는 사실과 우주 전함 거북선이 진짜 완전한 순수 국내 창작 오리지날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작품이 가진 유일무이한 장점은 바로 그 두 가지다. 극 후반부에 우주 전함 거북선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순간 분해된 줄로만 알았던 로보트 태권 브이의 부품이 하나 둘씩 빠져 나와 순식간에 합체를 하더니, 로보트 태권 브이 주제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왕마왕 군단을 초토화시키는 대반전. 용의 머리와 배 부분에는 곰의 얼굴이 달리고 전신이 칠흑같이 검은 우주 전함 거북선의 위용. 그건 진짜 로보트 태권 브이와는 또 다른 맛을 자아내는 이 작품 만의 메리트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우주 전함 거북선의 성능이다. 기본적으로 초강력 철갑선으로 무기 이름에 하자총통, 비격진초대 등 옛 무기 이름을 따왔으며 몸통 박치기 등의 기술이 있는데.. 그보다 더 인상 깊은 건 바로 이순신 장군의 학익진을 펼쳐라! 라는 훈이의 명에 따라 거북선이 갑자기 분신술을 사용해 수십 개로 변해 왕마왕군을 대파시키는 것이었다.

훈이가 시종일관 충무공의 혼이여 저희를 지켜 주시옵소서 라면서 기도를 하면서 정작 줄거리는 우주 전함 야마토의 데드 카피라는 것에 괴리감이 느껴지지만, 그래도 스페이스 간담 V나 썬더 A, 쏠라 1-2-3 같은 작품 보다는 훨씬 재미가 있다.

아쉬운 점을 몇가지 꼽자면 로보트 태권 브이의 조종사 훈이가, 본편과 완전 다른 별개의 캐릭터가 됐다는 것이다. 본래 훈이는 한 집단에서 리더 격인 캐릭터가 아니라 가진 거라고는 오로지 정신력과 강철 같은 몸 밖에 없는 근육 마초 태권 청년이다. 근데 그동안 뭘하고 논 건지 몸에 근육이 쫙 빠지면서 갑자기 회춘이라도 한 듯 청년에서 소년으로 바뀌어 버린 탓에 원작의 팬으로서 상당히 눈에 걸린다.

그리고 또 하나는 사실 훈이 보다 더 중요한 문제인데, 약방의 감초. 깡통 로봇 철이가 등장하지 않는 다는 사실이다. 철이 대신 덤벙이라는 사내 아이가 등장해 승무원들에게 요리를 갖다 바치고 말하는 앵무새랑 놀면서 가끔 개그를 하는데.. 깡통 로봇 철이의 빈 자리를 메울 수는 없는 캐릭터다. 오히려 행방불명된 아버지를 찾기 위해 거북선에 몰래 승선한 여자 아이 나나가 훨씬 낫다.

나나의 경우 1979년에 나온 한국 애니 답지 않게 은근히 로리콘의 혼을 자극할 수 있는 캐릭터로..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초의 올 누드까지 선보이는 기염을 토했다(하지만 난 로리 지온이 아니라서 그다지..) 시기 상으로 보면 국내 애니메이션 역사의 퍼스트 로리타라고 할 수 있겠다.

다시 본론으로 넘어가서 태권 브이가 등장한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각본을 쓰고 또 송정률 감독과 공동 감독을 맡은 사람이 바로 로보트 태권 브이의 각본을 쓴 '조항리'이기 때문이다.

거의 외전 작품이라고는 하나 그 괴리감을 충분히 인식한 모양인지, 왕마왕군과의 우주 사투가 끝난 다음 클라이막스 부분으로 넘어가기 전에 '태권 브이는 아이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살아 남을 것이다'라는 나레이션을 덧붙여 은근슬쩍 넘어갔다.

거북선 안에 칩입한 적이 수류탄을 던져 승무원 중 가장 무예가 뛰어난 수남이가 수류탄을 배에 깔고 누워 살신성인의 정신을 실천하면서 장렬히 전사한 모습은 아무래도 그 당시 상당이 유명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 같다.

아무튼 결론은 추천작. 사실 줄거리가 워낙 흡사하고 승무원 복장이 똑같아서 우주 전함 야마토의 데드 카피란 말을 들어도 별 수 없지만, 그래도 표절 여부를 떠나서 오리지날리티도 충분히 높고 또 우주 전함 거북선의 매력과 막판 반전의 재미를 감안하면 충분히 볼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덧글

  • 시무언 2008/04/24 16:43 # 삭제 답글

    그 유명한 반전은 들어서 알고있습니다(거북선 안에 태권V). 만에 하나 슈로대에 태권 V가 나오면 거북선도 전함으로 나올지도-_-
  • 잠뿌리 2008/04/24 23:53 # 답글

    시무언/ 우주전함 거북선은 한국 슈퍼 로봇계의 독보적인 전함인 것 같습니다.
  • 헬몬트 2008/11/26 20:48 # 답글

    3년전인가 태권브이 재상영회로 봐서 보았는데


    이름이 왕마왕인 악역 이름에 보던 아이들이 마구 웃더군요
    하긴 저도 웃었습니다
  • 잠뿌리 2008/11/27 15:44 # 답글

    헬몬트/ 지금 봐도 이름이 참 웃겼지요.
  • 헬몬트 2009/01/04 22:25 # 답글

    개미맨(김태형 만화)에 나오던 악역 슈퍼악당*(이름이 이렇습니다^ ^)
    과 더불어 재미있는 이름이죠
  • 잠뿌리 2009/01/05 19:59 # 답글

    헬몬트/ 개미맨에도 나왔군요.
  • 잠본이 2009/10/04 14:17 # 답글

    거북선이 항성에 돌입해서 그 엄청난 고열을 이겨내고 빠져나오는 (뭔가 말도 안 되지만 멋있는) 장면이 기억나는데...

    수십 년 후 스타트렉 TNG에서 엔터프라이즈가 같은짓 하는 거 보고 좀 굴렀죠 OTL
  • 잠뿌리 2009/10/04 18:38 # 답글

    잠본이/ 시대를 앞서갔네요 ㅎㅎ
  • 수수 2013/02/01 14:56 # 삭제 답글

    사실 데드카피니 뭐니 하는 말은 어폐가 있죠. 왜냐하면 당시 일본애니메이션은 거의 한국에서 하청을 맡아서 그려서 색칠해서 보냈거든요. 야마토 뿐 아니고 당시 비슷한 그림체의 일본애니들은 전부 부산인근에서 색칠해서 일본으로 보낸거에요. 당시에는 컴퓨터가 없어서 일일히 한장씩 그려서 색칠까지해서 수천장을 이어붙여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일본의 인건비가지고는 만들기 힘들었죠
  • 잠뿌리 2013/02/02 20:11 # 답글

    수수/ 그러니 데드 카피죠. 순수한 창작이 아니라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온 디자인을 베낀 것이니까요. 당시에는 그런 작품이 매우 많았습니다. 비디오 레인져 007은 아예 비디오 전사 레자리온 필름을 짜집기해서 한국말 더빙만 새로해서 만들었고, 김청기 감독의 스페이스 간담 V는 마크로스의 배트로이드/발키리를 아예 그냥 가져다 썼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그림체나 디자인을 베껴도 되는 근거가 한국이 일본 애니메이션 하청을 받아서 그런 거라면 오히려 그게 더 어폐가 있지요. 그런 디자인 표절은 정당성을 부여할 수 없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표절에 대한 정의와 개념이 무언지 몰라서 그렇게 무단으로 베껴서 내놓은 거지 지금 관점에서 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죠. 데드 카피의 뜻은 이미 시판되고 있는 유사 제품의 생산을 재현하는 것입니다. 이미 나온 일본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베낀 게 데드 카피가 아니면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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