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로윈' '더 씽' '매드니스'등으로 유명한 '존 카펜터' 감독의 코믹 액션 판타지. 미국의 차이나타운을 배경으로 중국 고대의 악령과 맞서 싸우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감독 나름대로 열성적으로 만든 티가 나긴 하지만 B급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비평과 흥행 면에서 참패를 당한 영화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 사는 트럭 운전사 '잭 버튼'이 친구인 중국계 미국인 '왕치'와 도박을 해서 돈을 딴 후, 그걸 받을려고 함께 행동하다가 왕치의 약혼녀 '마오엔'이 납치되는 걸 목격. 그녀를 구하려 납치단을 뒤쫓던 중 '윙코파'의 싸움에 휘말리는 바람에 악령 '로판'과 대립을 하면서 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다.
내가 중학생 때 비디오로 빌려본 영화로 상당히 재미있게 봤다. 영화 전개 자체가 B급 액션물인걸 부정할 수는 없지만, 구조적으로 볼 때 게임으로 만들면 딱 어울릴 것 같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싶다. BGM은 달랑 하나 뿐이지만 영화 분위기와 상당히 어울렸고 전개도 빨라서 좋았다.
하지만 내가 만약 중국인이었다면 그다지 좋은 말은 하지 못했을 것 같다. 우선 첫째로 배경 설정을 차이나 타운으로 잡고 있긴 하나 등장 인물의 약 80%가 중국인인데도 불구하고 중국어 보다 영어를 더 많이 쓰는 점과 둘째로 로판이 거주하는 악당 소굴의 고증이 철저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악당 두목 '로판'은 중국의 초대 황제한테 봉인당한 인물인데.. 중국 신 화를 보면 초대 황제와 싸우다 죽은 건 '치우'라고 나온다. 뭐 애초에 영화는 영화 신화는 신화라고 보면서 로판은 오리지날 악당이다 라고 말한다면 상관 없겠지만, 중국 왕실 풍의 방에 어째서 소림사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승려의 청동상이 가득 찬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폭력 조직의 조직원들은 하나 같이 검은 옷을 입고 머리에 노란색과 붉은색 터번을 두른 것으로 나오니 너무 황당하다. 극 후반에 잭에게 달려 드는 황금 갑옷상이나 에그 센과 로판이 펼치는 기 대결에 투영되는 검사의 환영은 중국보다는 태국에 있는 것과 비슷한데, 아무래도 중국 하나 뿐만이 아니라 일본, 태국, 인도 등등 아시아 계열을 다 짬뽕시킨 것 같다.
중국인은 많이 나오지만 무술로 싸우는 것보다 총으로 싸우는 장면이 더 많으니, 중국=무술액션 이란 공식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쥐약이나 다름이 없다. 폭력 조직끼리의 대결에서 병장기를 쓰기 전에 먼저 기관총으로 난사한 다음에 근접전으로 들어가니 말 다한 셈이다.
로판의 부하인 3인의 폭풍 같은 경우는 확실히 중국 무협 영화 풍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지만 권격이 너무 느려서 액션이 받쳐주질 못한다. 또 뭔가 굉장히 독특한 무기를 사용하면서도 그런 장면은 거의 배제하고, 삼인 중 한 명만이 싸우다 죽고 나머지 두 명은 너무나 허무하게 죽기 때문에 망해버린 게 아닐까 싶다.
이야기의 촛점을 주인공인 잭 버튼에게 두고 있어서 개성있는 인물들을 활용하지 못한 듯 싶다. 그렇기 때문에 액션 영화는 될 수 있지만 무술 영화가 되지는 못한 것 같다.
뭐 그래도 넓은 마음을 가지고 왠만큼 유치하거나 어설픈 걸 감수할 수 있다면,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극 후반부에 결전이 벌어지는 장면 20분 가량이 제일 재미있었다.
명장면을 꼽자면 에그 센과 로판의 기 대결에서 환상의 전사들이 검을 나누는 연출(비록 고증은 못따랐지만)과 잭이 로판을 해치우는 반전이었다. 명대사라고 하기 보단 기억에 남는 대사라면, 왕치가 '용감한 사람은 비를 무서워하지 않아'라고 말하자 우산 속에 있던 에그 센이 '현명한 사람은 비를 피할 줄 안다네'라고 재치있게 답한 장면과 결전을 앞두고 모두에게 용기를 불어 넣는 술을 나눠준 에그 센이 '상상에는 상상으로 대결을 해야한다'라고 말한 부분이다.
현대를 배경으로 한 B급 판타지 코믹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 아무리 미국에서 만들었다고 해도 배경 설정의 고증은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거나 혹은 느릿느릿한 권격에 실증을 잘내는 사람에게는 비추천한다.
참고로 2002년에 나온 '배리 소넨필드'감독의 '빅 트러블'과는 전혀 다른 영화니 잘 알아두도록 하자(난 처음에 제목만 딱 보고 두 영화가 같은 건줄 알고 구해봤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다)








덧글
hansang 2008/04/23 09:57 # 답글
존 카펜터가 실제로 그룹을 결성해서 부른 주제가가 아직도 기억에 선하네요^^
시무언 2008/04/23 11:47 # 삭제 답글
여러모로 황당했던 영화죠. 아예 대놓고 B급 영화로 만들려는 모습이 보이고...(녹색눈의 중국여인이라던가-_-)
이준님 2008/04/23 14:37 # 답글
1. 이 작품도 그렇고 "돈을 많이 주면 영화를 말아먹는"다는게 카펜터 감독의 징크스입니다. -_-
잠뿌리 2008/04/24 00:33 # 답글
hansang/ 전 악의 소굴에 잠입하는 후반 액션이 유난히 기억에 남습니다.시무언/ 녹색 눈에 중국 여인이 왕치의 악혼녀인데 왠지 혼혈아에 서양 피가 더 강한 듯 보여서 상당한 미인으로 나오죠.
이준님/ 이 작품은 망하긴 했지만 비교적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존 카펜터의 다른 영화가 더 재미있죠. 화성인의 지구침공과 프린스 오브 다크니스, 더 씽 등에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떼시스 2008/11/19 20:45 # 삭제 답글
로판부하3명중 전기를 사용하는 넘은 얼핏보면 모탈컴뱃의 라이덴이 연상되게 되더군요.
잠뿌리 2008/11/21 12:56 # 답글
떼시스/ 삿갓을 썼고 번개를 쏘며 하늘을 날아다니는 게 딱 빼다박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