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모 (Remo: Unarmed And Dangerous, 1985) 액션 영화




1985년에 가이 해밀톤 감독이 만든 액션 영화.

내용은 페스트 푸드를 좋아하는 평범한 경찰관인 주인공이 전과도, 가족도 없고 전직 해병 출신에 신체 건강한 남자란 이유 하나만으로 정부의 특수 공작 부대의 선택을 받아서 경찰로서의 자신은 사망 처리되고 레모 윌리엄스란 새로운 이름과 수술로 인한 새 얼굴을 부여받아 한국에서 고대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신비한 암살 권법 '신안주'를 배워 악당들을 소탕하는 이야기다.

이 영화는 엄밀히 따지자면 전형적인 B급 액션 영화다.

특수 공작 부대에 선택을 받아 신분과 얼굴이 완전 뒤바뀌면서 새로운 인생을 산다 라는 거창한 설정과는 다르게 실제로 하는 일은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다. 당시 기준으로 무슨 최첨단 정보망을 자랑하는 컴퓨터 시스템은 지금 현재의 기준으로 보면 녹색 글씨가 반짝이는 레코드 형식의 컴퓨터고 정부에서 비밀리에 움직이는 정보 기관인 것치고는 정말 허름한 건물에 전 요원이 주인공 레모까지 합쳐서 달랑 3명밖에 안 돼서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린다.

하지만 이 작품의 재미는 사실 주인공의 멋진 카리스마나 첩보 액션의 스릴 같은 것이 아니다. 주목할 만한 건 바로 레모의 스승인 신안주 마스터 '전'이란 인물인 것 같다.

보통 미국에서는 예로부터 동양에 대한 이상한 환상 때문에 일본의 사무라이나 닌자 같은 것도 현대의 미국에서 영화로 부활하면 실소를 자아내게 할 만한 설정과 연출 등을 진지하게 쓰며, 중국 또한 존 카펜터의 빅 트러블을 보면 저팬 판타지 못지 않은 차이나 판타지를 보여주었는데 아마도 이 작품, 레모는 처음으로 한국형 판타지를 선보인 게 아닐까 싶다.

이 작품에서 모든 권법은 한국의 신안주에서 태동했는데 그 정점에 올라 있는 것이 바로 '신안주' 류파라고 한다. 레모의 스승은 신안주 마스터로 사람이 방아쇠를 당기는 움직임을 포착해 총알을 맨 몸으로 피하고 마치 장풍과도 같은 기 조작으로 상대를 제압한다.

만약 거기서 끝났다면 한국인 스승이란 설정이 부각되지 않았겠지만 스승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한국과 한국인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확실하게 눈에 띈다.

군대 장교인 히로인에게 '여자는 집에서 애나 낳아라, 사내아이를 낳으면 더 좋고.' 라고 하는 걸 보면 우리나라의 남아선호 사상이 느껴지며 쌀밥을 고집하며 스승의 테마 음악이나 마찬가지인 배경 음악이 진짜 한국의 전통 음악을 삽입했기 때문에 의외로 신경 쓴 흔적이 있다. 하지만 레모가 위기에 처했을 때 갑자기 전설 따라 삼천리 내지는 전설의 고향 에필로그 파트에 나올 법한 한국 전통 음악이 흐르는 씬은 뭔가 화면과 음악이 매치가 되지 않아 좀 웃겼다.

한국인이 보기에 한국을 다소 왜곡한 듯한 설정들도 없지 않아 있다. 그것은 아마 아메리칸 닌자나 가라데 키드 등 일본 문화가 서양인의 시각에 의해 왜곡되어 보여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쌀밥을 고집하는 건 한국풍이지만.. 밥을 지어서 냉장고에 넣어놨다가 먹는 거나, 레모한테 포상으로 쌀밥에 꿀을 넣어주겠다고 말하는 걸 보면 확실히 역시 시각 차이가 느껴질 수밖에 없다(서양인이 쌀밥을 먹기엔 확실히 아무 맛도 안 날 테고 꿀을 넣어 달게 만들어 입맛에 맞추는 게 당연하지 않나?)

스승 성격이 겉으론 엄하고 독설적이라도 속으론 미국 가족 드라마 애청자로 정이 많다는 설정은 괜찮은데.. 자칫하면 한국 우월주의로 비출 만한 대사들은 들을 때마다 조마조마했다. 스승이 중국인 비유에 버럭 화를 내며 한국인이야말로 지구를 신성하게 할 완벽한 창조물이다! 라고 하는 걸 보면 그런 오해가 생길지도 모른다. 물론 개인적으론 재밌게 웃으며 봤지만 말이다.

스승이 그렇게 대단한 인물인데 반해 레모가 펼치는 액션은 화려한 무술은 아니고 성룡의 그것을 연상시킬 법한 고공 액션이다. 스승으로부터 훈련을 받으면서 놀이 공원의 풍차나 공사 중인 자유의 여신상에 올라가 아찔한 액션을 펼치는 게 주를 이루고 있다.

첩보원이면서 정작 적의 본거지에 잡입하는 건 단 한번뿐이고 그 흔한 경비원 한 명 나오지 않으며 경비견 두 마리만 달랑 있는 기지에 잠입하는 게 끝이다. 물론 여기서 경비견인 도레르만들이 머리가 엄청 좋고 또 재빨라서 레모를 아주 가지고 논 건 볼만했지만 모처럼의 첩보물 설정이 너무 스케일이 작아서 좀 아쉽다.

007처럼 무슨 세계가 큰 위험에 빠질지도 모를 그런 사건이 아니라, 불법 불량 무기를 팔았다가 오발 사고가 일어나 그걸 추궁 당하다 정체가 탄로나는 군부 관리들이 악당으로 나오고 나중에 부대 뒷산에서 지프차 하나 타고 케이블카 통나무에 매달려 내려가는 레모를 쫓아다니며 총질하는 게 클라이막스 씬의 액션이라 좀 김 빠진다.

그래도 레모나 다른 이야기보단 레모의 스승 캐릭터가 매력적이고 거기에 집중할 수 있는 건 괜찮았다. 이 작품의 백미는 아리랑이 섞인 곡조의 배경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레모의 스승이 물 위를 뛰어가는 장면이다. 총알도 피하고 신경 마비 장풍도 쏘고 물 위까지 걷다니, 과연 인류의 태동과 더불어 탄생한 초 고대 암살권이란 설정다운 연출이었다.

어쩌면 이 작품의 진정한 히로인(?)은 레모의 스승인지도 모른다. 물론 그게 남녀 주인공의 히어로 히로인이라기 보단 스승과 제자 사이로 봐야겠지만.. 본 작품에서 히로인과는 로맨스가 일어날 듯 말 듯 키스 한번 하지 않았는데 스승과는 마지막에 아버지와 아들로 서로를 부를 정도로 깊은 유대 관계를 맺었으니 참 묘하다.

결론은 추천작. 설정은 거창하지만 실속은 없는 B급 액션 영화지만 그래도 인술, 가라데도 다 자기 밑으로 보는 한국 고대의 암살권이란 한국 오리엔탈 판타지 설정이 주를 이룬 작품이라 꽤 재미있다.

여담이지만 스승 역을 맡은 조엘 그레이는 1932년 생인데 2007년인 아직까지 다양한 영화에 출현하고 있다. 레모가 1985년 아카데미 분장상 후보에 올라갔는데 당시 조엘 그레이의 나이가 53살이란 걸 감안해 본다면 아마도 그의 노인 분장 때문에 그런 걸지도 모른다. 그 이외에는 분장이라고 할 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덧글

  • 시무언 2008/04/23 11:51 # 삭제 답글

    그 짤방으로 유명한 작품이군요.
  • 가고일 2008/04/23 12:05 # 답글

    이걸 본게 토요명화에서였던가요....나름 참 재미있게 봤습니다.
    역시 스승님 캐릭터 감상하는게 재미였지요.
  • 울비 2008/04/23 12:23 # 답글

    아이엠 베터의 압박이였어요.
  • 이준님 2008/04/23 14:13 # 답글

    1. 이 작 자체가 미국에서는 아주 아주 유명한 페이퍼북용 첩보 -_-;; 소설 시리즈입니다. 물론 이 영화는 오리지널 스토리기 때문에 오리지널 원작팬들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었지요 -_-;; 나중에 이 영화의 무비 타이인 소설이 나왔습니다.

    2. 원작(치운 노인은 2권부터 나옵니다)에서 치운 노인은 영화 이상의 인물이지요. 의외로 한국 비하나 그런건 잘 없구요. 중국이나 일본 비하가 많지요. 중국인들은 돈을 주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오래전에 신안주 - 기원이 무려 바빌로니아까지 갑니다. -_--의 계승자 하나를 암살하려고 했던 전력이 있고 일본인들은 닌자가 배운후로 수업료를 안 가지고 와서 싫어하지요. 중국 고위 장성이 미국을 방문했을때 중국 여장교랑 벌이는 아웅다웅은 진짜 개그이지요
  • 이준님 2008/04/23 14:33 # 답글

    특히 그 스토리 마지막에 자금성에서 벌이는 장면은 치운 노인의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지요 ^^( 이 영화는 좀 개그스러운데 원작 시리즈는 무지 잔인합니다)

    3. 원작에서는 이쪽 조직이 좀 복잡합니다. 조직의 수장의 시각에서 다룬 작품도 하나 있구요. 대통령 직속이고 대통령이 퇴임시에는 최면을 통해서 이 조직의 존재 여부를 머릿속에서 지웁니다. 어느 시리즈에서는 닉슨을 국회의사당 꼭대기에 엉덩이를 꽂아버리고 오는 결말도 있지요

    4. 나중에 보면 "한국"에 방문하는 스토리도 있는데 여기서는 무려 "김일성"도 나와줍니다. -_-;;; 그렇다고 김일성을 까버리는건 아니고 김일성도 덜덜 거리는 신안주 마스터지요.

    ps: 이 작품의 흥행실패로 시리즈화 되는게 실패했지요.
  • blitz고양이 2008/04/23 16:35 # 답글

    이건 어렸을 때 굉장히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나요.
    총알을 피하는 거라든가, 물위나 아직 굳지 않은 콘크리트 위를 달려가는 것 등등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 JOHN_DOE 2008/04/23 18:09 # 답글

    영화는 한쿡인들의 자본으로 한쿡 홍보를 위해 만들어 졌다고 하더라구요..
    물론 망해서 없던 일이 되었지만 ㅋㄷㅋㄷ
  • 잠뿌리 2008/04/24 00:41 # 답글

    시무언/ 헉, 짤방이 생각이 안나네요.

    가고일/ 저도 맨 처음 이 영화를 접했을 때가 KBS에서 방영할 때였습니다. 비디오는 미성년자 관람불가로 나와서 당시엔 미성년자였던 전 볼 수가 없었거든요.

    울비/ 이 영화는 참 압박스러운 장면과 대사들이 많이 나옵니다.

    이준님/ 이 작품의 원작은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은데.. 국내에 정식으로 나오지 않아서 영어를 모르면 읽을 수 없다는 게 참 안타깝습니다.

    bitz고양이/ 물위를 걸을 때가 참 멋있었습니다.

    JOHN_DOE/ 드라마가 나왔다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쉬워요 ㅠㅠ
  • 시무언 2008/04/24 06:33 # 삭제 답글

    "중국인이라니!! 한국인은 세상에서 가장 신성한 민족이야!"하던 짤방이었죠
  • 잠뿌리 2008/04/24 11:22 # 답글

    시무언/ 그 뒤에 이어지는 대사가 아마 '한국인이야말로 세상을 정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민족이다'였던 걸로 기억이 나네요.
  • sleepnot 2009/04/17 00:31 # 삭제 답글

    원제 그대로 디스트로이어라는 이름으로 페이퍼백 소설이 80년대쯤 나온 것 같습니다. 친구네 집에서 말도 없이 몰래 들고온 책이 한권 있네요.
  • 잠뿌리 2009/04/18 11:58 # 답글

    sleepnot/ 원서로 보셨나보군요.
  • 원한의 거리 2011/03/29 22:48 # 삭제 답글

    그 소설책 '디스트로이어'가 한때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번역되어 출판된 적도 있었습니다.

    옛날 동네 서점에 먼지 뒤집어쓰고 쳐박혀있던걸 읽었었는데 내용이 딱 이거내요-_- 한국인 스승도 나오는 걸보니.....

    우리말 번역본의 제목은 아마 무슨 '파괴자'였나 '파멸자'였나 그랬습니다. 대충 원제인 '디스트로이어'를 직역한 듯한 느낌이 드네요.
  • 잠뿌리 2011/03/30 19:03 # 답글

    원한의 거리/ 파괴자라니. 원어 그대로의 해석이군요. 국내 번역판도 언젠가 기회가 되면 구해봐야겠네요.
  • 111 2011/04/25 13:31 # 삭제 답글

    신안주----원래는 신안술이라고 해야 옳겠지요.
    유술을 주짓주라고 발음하는 서약식으로는요.

    주로 육제를 이용하기보다는 감각을 단련시켜 사전제압을
    중시한다는 느낌이죠. 통나무수련 시퀀스도 그렇고,
    총알을 피하는 시퀀스에서는 총구보다는 오히려 방아쇠를 당기는
    손가락에 집중하는 모습이 그렇지요.
  • 잠뿌리 2011/04/27 10:32 # 답글

    111/ 자막에선 신안주로 나오지만 사실 신안주는 동명의 지명 이름이 있으니 신안술이 더 맞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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