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로(Zorro, 1975) 액션 영화




1975년에 듀시오 테사리 감독이 만든 작품으로 이탈리아, 프랑스의 합작이며 1920년대 무성 영화 시절에 나왔던 조로를 원작으로 한 70년대 리메이크 작품이다(2000년 이후의 리메이크 작품은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조로 역을 맡았다)

내용은 악당들에게 목숨을 잃은 친구 미겔의 대행 역을 맡아 뉴 아라곤으로 가 스페인 총독 행세를 하면서 원주민 사이에서 전설로 전해져 내려오는 검은 여우, 조로로 변장해 총독과 쾌걸 사이를 오가며 악당을 물리치고 도탄에 빠진 민중을 구하는 활극물이다.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조로는 시대의 발전에 맞춰 액션에 중점을 두고 있고 확실히 멋진 씬도 여럿 나오는데. 알랑드롱의 조로는 70년대다 보니 액션은 사실 라스트 20여분에 집중했고 그 전까진 주인공 디에고가 총독과 조로를 연기하며 악당들을 농락하는 스토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런 이중성이 이 작품의 재미라고 생각한다. 본래는 느긋하고 여유있으며 검의 달인인 디에고가, 스스로 평화주의자에 바보라 말하는 총독을 연기하면서 악당의 뒤통수를 치고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는 장면은 통쾌하기까지 하다.

조로의 기호품이라 할 수 있는 펜싱검과 채찍이 나오는데 그걸로 치고 박고 싸우기보단 그냥 일방적으로 투닥투닥 경비병 쓰러트리고 예의 조로의 Z 표식을 남긴 뒤 악당들에게 호통을 친다. 호통을 친다고 해서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악당들의 행동은 좀 현실감이 떨어지긴 하지만 요즘 영화가 아니라 70년대 영화란 점을 감안하면 그 정도는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작품은 일본에서도 개봉했고 이후 80년대에 쾌걸 조로란 제목으로 애니메이션화 됐으며 국내에서도 SBS에서 방영한 바 있다. 이 70년대 조로를 보고 애니를 보면 의외로 원작을 충실히 따랐다는 걸 알 수 있는데 평소엔 바보를 연기하지만 위기의 순간에 조로로 변신하는 디에고와 뚱뚱보 산체스 중령을 꼽을 수 있겠다.

산체스 중령의 원작 캐릭터는 아마도 이 영화에서 나오는 가르시아 같은데 여기선 뚱보에 프링글스 수염을 기른 중년 군인으로 나와서 힘이 무식하게 쎄서 펜싱 검으로 석상을 쪼갤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항상 조로한테 깨지면서 개그하는 역을 맡았다.

백발의 검은 수염을 가진 미르겔 대위는 왠지 가브리엘 소위가 생각나는데 여기선 막판에 선역으로 돌아서는 게 미르겔이고 산체스가 끝까지 악당 부하로 나온다.

리틀 조로 베르나르도 같은 건 안 나오지만 대신 검은 여우의 전설을 전한 흑인 소년과 항상 디에고를 따라 다니는 말 못하는 시종이 있다.

히로인 오르텐시아는 70년대 히로인으로선 드물게 억세고 자기 주장이 강한 캐릭터로 애니에선 로리타. 후대의 마스크 오브 조로에선 캐서린 제타 존슨으로 이어진다.

캐릭터는 다 개성있고 좋은데 활극물 치곤 액션이 좀 심심한 게 흠. 위에서 말한 것처럼 총독과 쾌걸 사이의 연극이 재미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그래도 나선형 계단 아래로 오크통에 몸을 숨기고 굴러 떨어져 탈출하는 장면은 멋졌다)

영화 삽입곡 조로 주제곡은 묘하게 중독성이 있다. 미국에서 만든 게 아니라 이탈리아, 프랑스의 합작이라 영화에 나오는 언어도 그렇도 대충 듣고 글로 써낼 수 있는 건 아니라 어떻게 전달하진 못하겠지만 말이다.

라스트 20분의 조로와 악당 대령의 결투는 국내 홍보 문구에서 나온 것처럼 의외로 괜찮다. 치열한 공방 끝에 장소도 막 이동하고 나중에 가서는 횃불과 검의 이도류까지 쓴다(요즘 영화에선 아예 검에 불을 붙이겠지만)

결론은 추천작.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렇게 잘 만든 영화는 아닌데 그래도 나름 재미는 있다. 조로가 뭔지 각인시키기엔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의 뭔가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덧글

  • 시무언 2008/04/22 02:23 # 삭제 답글

    조로의 이중적인 히어로는 배트맨에 영향을 주었다고 들었습니다
  • 잠뿌리 2008/04/22 12:48 # 답글

    시무언/ 그러고 보면 조로의 이중성은 일반인의 삶 때문에 초인의 정체를 숨겨야 하는 초인물과도 많이 연결되는군요.
  • 잠본이 2009/01/11 15:25 # 답글

    주제가는 어느 양인이 말하길 '이 노래를 들은 조로 팬들은 둘중 하나다. 중독되거나, 무지하게 싫어하거나'라더군요. OTL
  • 잠뿌리 2009/01/14 18:53 # 답글

    잠본이/ 전 중독될 것 같습니다 ㅎㅎ
  • 헬몬트 2009/02/05 23:57 # 답글

    조로 영화는 많습니다..
    20여년전 토요명화로 조로란 제목으로 한 영화만 해도 너댓 편이 넘던 걸로
    ..

    하지만 저는 이게 가장 기억에 남네요.

    그리고 미국인지 유럽인지에서 만든 조로 애니메이션도 있고요
    (요놈도 80년대 케베스 2로 방영)

    티브이 드라마 조로가 엠비씨로 일요일 아침에 방영하던 적도 있습니다
  • 잠뿌리 2009/02/06 02:28 # 답글

    헬몬트/ 안토니오 반데라스 주연의 마스크 오브 조로도 있지요. 조로 애니메이션은 저도 봤습니다. SBB에서 한창 방영할 때 그걸 보고 자란 세대였지요. 일본에서 만든 작품이고 주제가 중에 아름다운 로리타와 리틀 조로 베르나르도~ 이걸 통해 등장 인물 이름도 외웠었지요.
  • brinks 2009/04/03 09:31 # 삭제 답글

    예전에 kbs2 토요명화에서 방송된 조로영화중엔
    조로가 쌍둥이라는 설정을 넣어서 검은색말고도 여러가지 화려한(?) 색상의
    쌍둥이 조로가 활약한 영화도 있었습니다.

    액션도 괜찮았고 내용도 당시에 재미있게 본 영화라
    정확한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게 안타깝네요.
  • 잠뿌리 2009/04/04 14:53 # 답글

    brinks/ 쌍둥이 조로라니, 흥미로운 설정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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