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드레스 (2003) 쿠소 게임 리뷰




제품명 : 건드레스
시스템 권장 사양 : O.S Windows 95/98,
권장 CPU : 셀럴론 333Mhz
권장 램 : Ram 64MB
비디오 카드 : 그래픽 AGP카드
사운드 카드 : 사운드 사운드 브라스터 호환카드
CD-ROM : CD-ROM 8배속 이상
장르 : 전략
개발/제작사 : 스타피쉬
출시일 : 2000/05/02

게임 소개

건드레스는 한일 합작 매니메이션 영화 건드레스를 바탕으로 제작한 턴방식 전략 시물레이션 게임이다. '건드레스(GunDress)'는 단단하고 공격적인 총(Gun)과 아름답고 부드러운 옷(Dress)을 합성해 만든 단어다. 이 게임은 애니메이션 영화의 스토리아 배경을 그대로 옮겨놓았으며, 플레이어는 주인공 "엔젤암스"의 사장 "타카코호우라이지" 가 되어 "엔젤암스사" 요원 5명을 지휘하여 요코하마 베이사이드 시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 국내 유통과 한글화 작업은 스타크래프트배급사 한빛소프트가 맡았다.




* 건드레스 원작 소개 *

한일 합작 극장 개봉작 애니메이션 제 1호로, 일본의 메이저 영화사인 니카츠, 머천다이징 회사 이욘즈, 파나소닉 디지털 콘텐츠, 이너브레인과 함께 한국의 동아수출공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공동 제작, 일본 최대의 배급망을 가진 도에이가 배급. 동아수출공사는 순 제작비 5억엔(약 50억원)가운데 30%를 투자했으며, 한국이 기획, 제작, 배급에 참여하고 각본, 캐릭터 설정, 연출등은 일본 제작진에 만들어 졌다.

공각기동대의 원작자로 유명한 '시로 마사무네' 의 캐릭터와 극구조 설정. 그리고 메카닉 디자인. 일본 SF 메카닉 애니메이션의 선두주자인 '선 라이즈'에서 활동하며 TV 시리즈 애니메 'H2', '전설의 용사 다간' '스트리트 파이터' 등의 작품의연출을 맡은 야타메 가츠요시가 감독이 되어 스토리를 이끌어 나갔다.

공동제작의 결과로 5명의 엔젤암스 요원 중 1명은 한국 국적을 가진 '윤혜' 로 제페니메이션 최초의 한국인이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건드레스 애니는 빛 좋은 개살구란 말이 참으로 잘 어울리는 애니가 되 버리고 말았다. 50억원이라는 막대한 제작비와는 달리 70년대풍 애니메 스토리와 매력이 없는 캐릭터, 허접한 구성과 지루한 전개로 흥행에서 참패, 한일 합작 극장 개봉작 애니메이션 1호란 말이 무색하게 그 유명한 블루 시걸과 철인 4천왕, 헝그리 베스트 5, 붉은 매 등과 더불어 괴작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국내 개봉도 문제지만 일본 개봉 당시에도 수많은 애니메 팬에게 광대한 정신적 데미지를 입힌 것으로 유명하며, 개봉 당일까지 작품이 완성되지 않아서 엽서를 보내면 완성본 테이프를 무료로 주겠다는 획기적인 이벤트도 만들었던 작품이다.

여자의 나신이 나온다는 이유로 심의가 늦춰져서 국내 개봉이 좀 늦어졌는데, 엔딩곡을 부른 가수 그룹인 베이비 복스가 국내판 성우를 맡게 되어 화제를 이루었지만 정작 이 애니를 본 사람한테는 특촬물 까메라에 등장하는 괴수 꺄오스의 초음파 공격에 필적하는 위력를 자랑하여 이 애니를 볼 때 귀를 막거나 자기 스스로 한국어를 알아 들을 수 없는 외국인이란 최면을 걸어라 라는 여론을 조성한 바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유명 연예인을 성우로 기용되서 잘된 꼴을 못봤는데, 가장 대표적인 예는 또 다른 한일 합작 극장 개봉용 애니메이션을 표방하며 드래곤볼의 찌꺼기로 돌아온 영웅 홍길동이 아닐까 싶다)

인기를 끌던 말던 세간의 화제를 이룬 작품이라면 뼈속까지 우려 먹어야 한다는 우리나라의 심리에 걸맞게 이 희대의 괴작 건드레스는 게임화되어 PC판과 PS판으로 출시되었다.

여기서 다루려는 것은 PC판 건드레스로, 스타 크래프트와 디아블로의 유통사로 유명한 한빛 소프트에서 나온 바로 그 게임이다!

* 건드레스의 본격적 게임 리뷰 *

우리 나라 애니메이션 역사상 길이 남을 괴작 반열에 오른 건드레스가 3년 후인 2000년에 게임으로 처음 나왔을 때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대충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또 3년이 지난 2003년. 건드레스 게임을 직접 플레이 해 본 결과. 예상 이상의 강력한 쿠소 내공에 치를 떨었다.

어떻게 보면 보아 인 더 월드 보다 한 수 위의 내공을 가진 이 게임을 리뷰하기에 앞서, 읽는 사람 역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두길 바란다.


게임의 오프닝 장면. 렌더링으로 만들어진 저 캐릭터는 부끄러움이 참 많은지 2초 동안 잠깐 모습을 비추다가 어디론가 부웅 날아가고 그 다음에 화면에는 주인공 캐릭터들의 CG가 얼핏 비춘다. 게임과는 아무런 하등의 관계가 없는 이상한 캐릭터를 등장시킴으로써 유저를 현혹시키는 것이다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직접 보면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다. 이 게임이 나온 연도가 2000년, 밀레니엄 시대란 걸 가정해 볼 때 난 근 3년 전 국내 최초의 윈도우 95용 롤플레잉 게임인 아트리아 대륙 전기의 오프닝 무비의 퀄리티가 너무나 높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같은 국산 게임 기준)


게임의 타이틀 화면. 간소한 메뉴가 눈에 띈다. 사운드나 그래픽 등을 조정하는 옵션 따윈 없다. 오직 스타트와 로드만 존재한다. 이런 너무도 간편한 메뉴는 먼 옛날 재믹스와 패밀리 시절의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홍보 문구에는 애니메이션적 연출이 돋보인다고 하는데 그건 좀 과장이 짙다. 저 TV애니메이션의 시작 화면 같은 장면은 그냥 멈춘 화면에서 글시만 뜨는 것이며, 처음부터 끝가지 다 똑같은 화면을 사용하니 그 점을 유의하기 바란다. 물론 '제 1장 어둠에서 온 마수! 킬러 팬텀!!' 이란 문구가 유치찬란해서 못봐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실제 게임 상에서는 그보다 더 대단한 것도 나오니 여기서 포기하면 안된다.

게임을 시작하면 나레이션 성우의 설명과 함께 기본적인 줄거리를 알 수 있다. 거의 전 인물 100% 풀 보이스를 자랑하지만 한 성우가 두 세명의 캐릭터 목소리를 맡은 경우도 다반사며, 개중엔 정말 미스 캐스팅도 많아서 플레이를 하고 싶다면 초음파 내성을 길러야 한다. 이후에 나온 '토라우만'을 해봐도 느끼는 거지만 정말 한빛 소프트의 국내 성우진은 미스 캐스팅으로 인해 발생한 가공할 음파 공격이 뭔지 알고 있는 것 같다.


게임 화면 중 어드벤쳐 모드. 갈 수 있는 장소는 극히 제한적이며, 등장 인물들은 거의 언제나 같은 장소에서 출몰하기 때문에 진행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다만 엄청나게 지루하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한다. 메시지 스킵 기능이 있다는 건 정말 다행이다.

이 어드벤쳐 모드에서 제한된 장소를 마구 돌아다니면서 엔젤 암즈 대원을 만나 대화를 잘 하면 호감도를 높일 수 있는데, 주인공이 여자니 공략 같은 걸 바라면 안된다. 호감도 시스템이 들어가면 꼭 여자 공략만을 생각하는 일부 남성 유저들에 대한 따끔한 일침일지도 모른다. 레즈비언틱한 상상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게임 주제는 너무나 건전하니 걱정하지 말아라.


등장인물.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실비아, 미셀, 마르시아, 케이, 아리사 다. 실비아는 다혈질. 미셀은 머리 좋은 모범생, 마르시아는 사격술에 능함, 케이는 태권도를 하는 한국인 여성, 아리사는 뭔가 수상한 과거가 있는 냉미녀.

원작 애니 그대로 정말 무개성한 캐릭터의 집합이란 걸 잘 나타냈다. 여기서 한 가지 알 수 있는 교훈은 태권도를 하는 한국인 이라고 해서 다 개성있는 것은 아니란 사실이다. 케이는 그냥 지극히 평범한 스포츠 미녀형으로, 일러스트를 보더라도 시로 마사무네씨가 지겹도록 많이 그린 스포츠 단발 소녀의 변종 중 하나 일 뿐이다.

성우진에 대한 감상을 요약하자면 대충 이렇다. 대본에 적힌 대사를 교과서 읽는 것처럼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알려 준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국어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교과서 본문을 읽으라고 시킬 때 지침 사항을 가르쳐 준다.

이 게임이 나온 건 2000년도 인데 작화 수준은 10년 전이라고 불만을 토로한다거나, pc9801로 나와 달랑 16칼라로 노트 노가다의 진수를 보여 256칼라 뺨치는 그래픽을 보여준 ELF의사의 간판 게임 동급생과 비교를 하진 말자. 그렇게 일일이 따지고 보면 너무 비참하지 않은가? 원작 애니의 작화가 워낙 수준 이하였기 때문에 그걸 훌륭히 이식해온 것 뿐이다. 16비트 콘솔용 게임 보다 못한 이 그래픽은 원작 애니의 작화를 재현함으로써 마땅히 칭찬 받아야 한다.


스테이터스 화면. 처음 시작할 때 HP, MP는 다 똑같이 주언지다.. 장비도 다 똑같고, 공격 범위, 이동 거리 역시 다르지 않다. 이 게임의 장르는 시뮬레이션인데도 불구하고 기존의 게임과 다른, 2000년이라는 밀레니엄 시대에 걸맞는 획기적인 시스템을 창조했다. 그것은 바로 레벨과 경험치, 스텟치를 완전 없애 버려 유니트의 성장 개념을 빼 버린 것이다. 아무리 적을 죽여 없애도 레벨 같은 건 오르지 않는단 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특수 기술은 각자 하나씩만 가지게 된다. 아이템 하나에도 레벨과 경험치가 있고 유니트와 똑같은 스탯치가 존재하기 때문에 레벨 노가다의 진수를 보여준 니폰이치 소프트의 '라퓌셀'과는 확연히 다른 것으로 유니트 키우기에 골머리를 썪는 유저들의 편의를 봐준 게 아닐까 싶다. 아니, 어쩌면 온고지신의 정신을 살려서 재믹스 시절 게임의 간편한 시스템을 차용한 걸 수도 있다.


스테이터스 화면 2. MP와 HP가 표시 되긴 하지만 그 이외의 능력치는 화면상에 전혀 보이지 않는다. '파워돌' 이나 '시퀀스 파라디움'처럼 유니트 하나하나에 다양한 파츠를 달아주는 시스템에서 탈피하여, 강화 파츠, 무기, 총, 아이템 등의 간편한 스테이터스 창을 만들었다. 전 캐릭터 다 공통의 무기를 장비할 수 있으며 전투시 모션이 약간 다를 뿐 기본적인 부분은 차이점이 전혀 없다.

강화 파츠는 방어력 내구력 회피력 등을 높여주는 아이템을 다는 것이지만 유니트의 스테이터스 표시 창이 아예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육안으로 식별할 수는 없다. 이 부분은 게임을 할 때마다 꼭 에디트를 사용하는 유저들에게 제작사가 보내는 메시지로, 진정한 게이머라면 에디트 따위 하지 말고 땀과 눈물, 노력과 근성으로 플레이하여 미션을 클리어해야한다고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 옛날 MSX, 8비트 컴퓨터 용으로 나온 SD건담전기 조차 유니트의 스탯치는 나왔는데 근 10년 후에 나온 게임이 어째 그것보다 못하냐고 투덜거리지는 말자. 미션을 시작하면 왜 스텟치를 만들지 않았는지 잘 알 수 있으니 말이다.


미션 수행 화면. 과장 하나 안 보테고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이 그래픽은 절대로 바뀌지 안는다. 그냥 맵 자체의 구조가 바뀔 뿐인데, 그 옛날 XT 컴퓨터에서 흔히 쓰였던 CGA 흑백 모니터보다 더 못한 화면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것 보다 4비트 게임기인 재믹스와 더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저 화면 상의 색깔은 256색은커녕 16색 조차 다 사용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정말 옛날 생각이 나게 한다.

1스테이지를 깨고, 1스테이지를 지나서 3스테이지를 클리어해도 전혀 바뀌지 않는 맵 그래픽을 보고 있노라면 80년대 말에 나온 게임의 무한 스테이지가 생각난다.

일단 처음 시작하면 강화 파츠를 달지 않는 한 전 캐릭터 모두 이동 범위가 똑같으며, 어떤 무기를 착용하든지 간에 근거리 무기와 원거리 무기의 개념이 희박해 공격 범위도 다 동일한데 화면 상에 유니트의 시야로 보이는 칸 안에 있는 모든 적을 공격할 수 있어서 간편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근거리 공격을 이동과 병행할 수 없고 오직 핸드건 같은 총기류 일부만이 이동을 한 후 바로 사용할 수 있어서 상당히 불편하다.

미션 수행 중에 사용할 수 있는 메뉴는 턴 종료와 취소 단 두가지 뿐. 전투 동영상 스킵이라던지 메시지, 사운드, 그래픽, 미션 목적, 유니트 일람 같은 기능은 전혀 없어서 아무래도 심플 이즈 베스트를 표방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조악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게임의 난이도는 전혀 어렵지 않다. 미셀의 특수 기술 중에 라그너 접속이란 게 있는데 일정 포인트로 이동해서 그 기술을 사용하면 맵이 한눈에 다 보이는 클로킹에 각 통로를 막고 있는 모든 문 해체, 화면상에 보이는 모든 적의 공격력 다운이나 방어력 다운을 3턴 동안 지속시키게 하는 등의 어마어마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어서 누구나 쉽게 클리어를 할 수 있다.

다만 전투씬 스킵이 전혀 안되며 앞서 말했듯이 이동 후 공격이 바로 되는 장비가 적기 때문에 유저는 난이도가 아닌 지루함과의 싸움을 해야 한다.


적 디자인 역시 거의 바뀌지 않는다. 아무리 스테이지가 지나가도.. 심지어는 색깔조차 바뀌지 않고 계속 같은 녀석만 나온다. 미션 수행 장면은 재믹스 게임 같은데 전투 동영상은 폴리곤 처리가 되어 괴리감이 느껴진다. 그러나 이 전투 동영상은 상당히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폭력성이 적다는 것이다! 저 사진으로 보이는 포대가 아무리 총을 빵야빵야 쏴도 총구에선 절대 불이 붙지 않으며, 아군의 사격 역시 그와 마찬가지다. 총알이 나가는 장면은커녕 총구에서 불을 뿜는 연출조차 넣지 않은 것은 역시 누구나 가볍게 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한 제작사의 따듯한 배려다.

옛날 어린이용 장난감 총을 생각해 보면 편하다. 방아쇠를 당기면 총구에서 불을 뿜는 게 아니라 총소리만 나는 것 말이다. 이 게임에서는 총알이 나가는 건 오직 효과음으로만.. 땅야땅야 란 소리로 알 수 있고 화면 상에선 절대 표시가 되지 않으며, 아군이든 적군이든 간에 총기류 무기를 사용할 시 탄약 제한이 없기 때문에 원거리 공격의 의미가 더욱 떨어진다는 게 문제가 될 순 있지만 실제론 5세 이하 어린 아이도 즐길 수 있도록 난이도가 조종되어 있는 것이다!


아군 유니트의 공격 씬. 너클이란 기본 무기를 장비하면 어떤 유니트 든지 간에 전부 삼연격이라고 하여 세 번 단타 공격을 가하는 게 있다. 적은 그냥 가만히 있는데 아군 유니트가 막 자세를 잡고 달려오더니 마구 치는 연출이 나와서, 홍보 문구에 화려한 전투씬이 어쩌구라 적힌 것 같다. 움직이는 게 너무 인간 같지만 철컹철컹하는 기계 소리가 나는 것으로 보아 로봇인 건 분명히 맞다. 아무튼 난 그 화려한 전투씬을 보고 PC용으로선 최초의 3D 대전 액션 게임인 'FX-FIGHTER' 가 생각났다.


기체의 폭발씬. 인간형이든 기계형이든 자동포대든 간에 다 똑같이 저렇게 폭발한다. 그냥 불만 붙어서 털털거리다가 재믹스용 그래픽 풍의 맵 화면으로 다시 돌아와 터지는 걸로 보아 상당히 교육적인 게임을 목표로 삼았다고 할 수 있겠다. 액션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폭발씬이 어린 아이들의 정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제작사에서 배려를 한 게 분명하다. 아니면 XT용 게임에나 나올 법한 저 폭발 준비 씬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 게임의 미디어 매체는 2D 디스켓이나 2메가짜리 롬팩 카트리지가 아니라 CD가 아닌가? 설마 애니메이션 제작비가 50억이나 들어서 게임 제작비를 대폭 절감하는 바람에 그렇게 된 것인가?

아무튼 여기서 알 수 있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CD란 미디어 매체를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모든 게임이 다 일정 수준의 퀄리티를 지닌 건 아니다란 것이다.


이 게임의 인공 지능과 대사 수준은 이 한 장면으로 다 설명할 수 있다. 이 장면은 시장이 납치를 당해서 주인공 일행이 구하러 가는 건데, 누가 물어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CPU가 친절하게 자신의 행동 패턴을 다 알려주는 장면으로서 이 게임의 난이도가 어떤지 알 수 있다.



위 사진은 마르티나의 특수 기술인 초원 사격. 개인적으로 이 게임에서 가장 재미있는 필살기라고 생각한다. '다 보여, 바보야!' 라고 외친 뒤 이어지는 전투 동영상에서는 적 유니트 앞에 멀뚱히 서있던 마르티나의 유니트가 갑자기 무릎을 꿇더니 엎드려 누워서 총을 꺼내 든 뒤 빵야빵야 쏜 다음 다시 천천히 일어나는 동작을 십수초 만에 해내서 정말 직접 보면 허파에 바람이 들어갈 정도로 심하게 웃을 수 있다. 아무리 게임이라고 하지만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기술을 사용하기에, 혹시나 멋지다 마사루에 나오는 류파 애교 코만도처럼 적 유니트의 정신을 대략 멍하게 만들면서 횟심의 일격을 가하는 게 아닐까란 생각 마저 든다.


라그너 접속을 담당하고 있는 팀의 메카닉 메이커 미쉘의 한마디. 이 한마디가 곧 게임의 주제를 나타낸다. 언제나 좌충우돌 대형 사건을 일으키는 엔젤 암즈지만 실은 착하고 정의로운 집단인 것이다.

원작 애니의 설정을 따라가기에 감독이자 스토리를 맡았던 야타베 가츠요시 감독 답군이란 생각이 들었다. 홍보 문구의 지적은 거의 틀리지 않았다. 다만 핀트가 좀 어긋나 있는데그걸 바로 잡자면 전설의 용자 다간 류의 유치찬란 뽕짝 바른 생활 건전 사회 이룩 계몽 메세지에, TV판 스트리트 파이터의 무개성한 캐릭터. H2의 지루한 전개 등 세 작품의 단점을 골라 모아 만든 괴작이 된 것이다.



조연 캐릭터의 존재감, 대사 부족. 위 사진의 캐릭터는 엔젤 암즈의 라이벌 바운서인 저지. 개인적으로 저 두 쌍둥이 자매는 당장이라도 가서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상당히 내 취향에 부합됐지만 단역 급이라 출현씬도 적고 미운 역만 도맡았다. 주인공 일행도 무개성한데 그 주변에 있는 조연 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것은 또 다른 단점이다.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조연들은 오리지날 기체에 탑승한 게 아니라 적 유니트와 같은 로봇을 타고 나오기 때문에 존재감이 더 없는 것이다.


미션 클리어 후 나오는 주인공 다카코의 모습. 주인공이 여자다. 고로 제 아무리 호감도가 올라가는 시스템을 채용했다고 해도 엔젤 암즈 대원을 공략할 순 없단 말이다. 이 화면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다 똑같이 나온다. 난 또 스테이지 진행에 앞서 엔젤 암즈 대원이 번갈아가며 나올 줄 알았는데 이 아줌마만 계속 나왔다.

혹자는 배경 음악이 좋다고 하는 사람이 있던데, 일단 내가 듣기엔 그저 그랬고 제 1장에서 종장까지 나오는 음악이 다 같기 때문에 나중에 가면 누구든 스피커를 끌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10년전에 나온 게임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그래픽은 정가를 다 주고 산 유저에게 크나큰 정신 데미지를 입혀 다시는 게임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게 만들지도 모른다. 놀라운 사실은 국내에는 PC판이 나오고, 일본에서는 PS판이 발매됐다는 것이다.

이 게임의 장점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로 엄청난 쿠소 내공을 자랑하는데 그게 한국과 일본에서 공통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쿠소 게임에 국경은 없다란 사실을 인식시켜 진정한 의미의 한일 문화 교류를 이루고 정신적 유대 관계를 형성시킬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비록 상대방 나라의 언어를 몰라도, 건드레스 게임? 오, 킹 오브 더 쿠소! 란 몇 마디 말로 세계는 하나가 될 수도 있단 말이다.

둘째로 지루하긴 하지만 엄청나게 쉬운 난이도를 꼽을 수 있다. CPU의 AI는 이런 류 게임에 있어서 거의 최악을 자랑하고 레벨과 경험치란 개념이 없기 때문에 노가다를 하지 안아도 적 유니트는 아군 유니트보다 몇 수 아래로 나오며, 라그너 접속을 성공하면 50% 정도는 클리어 한 것으로 봐도 될 정도로 전개가 쉬워지니 5세 이하인 미취학 아동도 손쉽게 즐길 수 있다.

셋째로 너무나 조악하고 수준 이하의 그래픽을 보고 있노라면 그 옛날 8비트 컴퓨터와 4비트짜리 재믹스로 즐기던 게임들을 생각나게 만들어 향수에 젖게 만든다. 그리고 파워돌이 정말 끝내주는 게임이었다는 걸 알 수 있으며, 90년대 중반 무렵 파워돌의 아류로 우리 나라의 유명한 장군들의 이름을 딴 로봇가 나와서 활약하는 '장군' 이란 게임이 아주 허접한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 게 한다.

마지막으로 몇 마디 더 하자면 이 게임에 대한 감상은 가장 처음에 나오는 제작사의 로고를 인용해 간단히 요약할 수 있다.

제작사의 이름은 스타피시.

햏언을 사용해 표현을 하자면 참으로 '스타쉬피시 한 게임'이 아닐 수가 없다.

* 감상 후기 *

내 기억으로 우리 나라 게임 중에서 만화나 애니를 원작으로 삼아 만든 것 중 흥행한 것은 '하얀 마음 백구' 와 '짱구는 못말려', '아기 공룡 둘리' 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원시 소년 토시, 달려라 하니, 뱀프 1/2, 마이러브, 붉은 매, 다이어트 고고, 열혈 강호, 천랑열전,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저녁, 탑 블레이드 등등 만화 상으론 공전의 히트를 이룬 인기작이지만 게임으로 만들어진 이후론 어느 것 하나 뜨질 못하고 흥행 참패를 기록했다.

원작 부터가 괴작의 반열에 오른 건드레스를 게임으로 만들어 팔 생각을 한 것부터가 참으로 놀랍다. 망할 걸 알면서 만든 것은 분명 도전 정신일 수도 있다. 하지만 1997년에 나온 애니를 원작으로 3년이란 긴 시간이 지난 뒤 게임으로 만들어 내놓은 것 치고는 그 퀄리티가 워낙 낮아서 제작진이 무슨 생각으로 이런 걸 상용화시켰는지 의문이 가기도 한다.

차라리 SRPG 쯔구루로 만든 게임이 훨씬 낫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똑같은 맵에서 구조만 약간 변경해 싸우는 걸 보고 있으면 아무리 나라고 해도 좌절하고 만다.

시로 마사무네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그림체의 일본 작화가 중 열 손가락에 꼽는 사람 중 하나인데, 그 사람 그림체의 매력이 전혀 살아 있지 않은 원작 애니를 따라 게임 내 작화 수준도 너무도 낮아서 눈쌀을 지푸리게 만든다. 이 문제는 애니 상에는 없는 엔젤 암즈 대원의 샤워씬을 넣는다고 해서 용서가 되지 않는다.

원작 애니가 한일 합작이란 이름으로 제작되긴 했지만 한국인 스텝이 없는 걸 천만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물론 국내판 성우 및 엔딩 송을 부른 게 '베이비복스'란 사실을 감안해 볼 때 결국 그 나물에 그 밥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냐?

게임도 이렇게 만들었는데, 원작 애니까지 한국인이 만든 것이었다면 정말 한국 애니&게임 역사에 길이 남을 정도로 많은 욕을 집어 먹었을 것이다.

아무튼 이 게임은 고문용을 훨씬 초과한 살인용 게임으로.. 건전한 정신에, 올바른 게임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에게 있어선 절대 비추천 한다.

하지만 보아 인 더 월드 보다 더 쿠소한 게임을 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 사람과 시뮬레이션이란 장르에 있어 역사상 최악이 될지도 모르는 게임을 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적극 추천할 수 있겠다.

덧글

  • mmst 2008/04/19 03:30 # 답글

    ㅋㅋㅋㅋㅋㅋㅋ씨발이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거내가형보내줬던거아닌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나나이거보다병신같은게임아직도못보고있엌ㅋㅋㅋㅋㅋㅋㅋ
  • 알트아이젠 2008/04/19 09:15 # 답글

    하지만 어쩐지 좋은일이 생길것같은 저녁은,비록 번들게임으로 나오기는했지만(저도 그걸로 접했습니다) 게임자체의 퀄리티는 그래픽만 제외하면 지금에와서도 손색없는 고퀄리티의 액션게임이었죠. 타격감은 지금해봐도 굉장하고,격투게임저리가라하는 콤보는 정말로 인상적이었습니다.

    2도 좋긴했지만 이쪽은 확실히 만들다 만 게임이라는 인상이 강했고...
  • 잠뿌리 2008/04/19 15:52 # 답글

    mmst/ ㅋㅎㅋㅎㅋㅎ 난 이게 CD-ROM 게임으로 나왔다는 것 자체가 아직도 믿기지 않아.

    알트아이젠/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저녁.. 확실히 게임이 히트를 만화만큼 대히트를 친 건 아니지만, 게임 자체는 잘 만들었고 재미도 있었습니다. 기술도 참 다양했죠.
  • v2baster 2008/04/19 23:15 # 답글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친구놈이 건드레스 시사회를 가자고해서 갔었는데..
    앞쪽 자리는 뭔가 수상해 보이는 집단들이 차지하고 있더군요.
    상영회 시작전에 베이이복스가 나왔는데..
    그 팬클럽얼라들이더군요.
    우쨋든 기념공연후 상영회 시작.
    ..끝나고 나와서 친구놈이 한말이
    "차비쓰게해서 미안하다."
    그정도로 재미없었죠.
  • 시무언 2008/04/20 02:28 # 삭제 답글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것 같은 저녁은 타격감이 최강이었지요. 거기다가 우르르 몰려나오는 쫄따구들을 날려버리는 기분은 삼국무쌍 못지않았고
  • 잠뿌리 2008/04/20 10:54 # 답글


    v2baster/ 차비가 아까운 ㅠㅠ

    시무언/ 기술도 다양해서 좋았습니다.
  • 매그너스 2010/02/28 08:53 # 삭제 답글

    건드레스 애니를 보고 그 개떡같은 작화와 그래픽효과에 격분했고,
    베이비복스의 각설이타령을 연상케 하는 텐션 -200%의 노래에 기력이 쪽쪽 빨렸었지요.
    (병신애니에 병신음악이 더해지면 그 효과는? 우와........)

    이 폐기물을 게임으로 우려먹을 생각을 한 작자는 인간이 아니라 마구니가 틀림없습니다.
  • 잠뿌리 2010/03/01 13:20 # 답글

    매그너스/ 베이비복스를 성우로 캐스팅한 게 치명적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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