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곤 (Dagon, 2001) 러브 크래프트 원작 영화




2001년에 스페인에서, '리 애니메이터'로 유명한 '스튜어트 고든'감독이 '브라이언 유즈나'감독과 함께 그 유명한 '러브 크래프트'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내용은 네 명의 미국인 관광객이 스페인에서 요트 여행을 하다가 폭풍을 만나 한 어촌 도시에 도착하는데 거기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고 마을 주민들이 실은 사람의 가죽을 뒤집어 쓴 물고기 괴물이란 걸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앞서 언급했듯이 러브 크래프트의 작품을 원작으로 했다. 그런데 타이틀을 보면 '데이곤'을 원작으로 한 것 같지만, 줄거리는 '인스머스의 그림자'쪽에 가깝다. 하지만 뭐 그리 중요한 건 아니고 그냥 넘어가기로 하고 이 작품의 중심 소재인 데이곤에 대해 알아보자.

데이곤은 러브 크래프트 창조한, 정확히는 러브 크래프트 사후 그의 추종자들에 의해 확립된 러브 크래프트 신화에 나오는 무서운 신 중 하나다. 그 기원을 소설 외적인 부분에서 찾아보면 기독교의 구약성서에서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숭배된 물고기신이다.

하지만 사실 데이곤이 출현하는 씬은 1분도 채 안 된다. 데이곤이 중심 소재이긴 하지만 주체는 데이곤을 추종하는 지저인들이다. 그들은 본래 어촌에 살던 사람들인데 너무 가난해서 막 마을이 망하기 직전 타지에서 온 선교자가 데이곤을 숭배하라고 하면서 막대한 양의 황금을 주어 부귀영화를 누리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간에서 탈피하여 어인으로 변이를 일으킨 저주 받은 생물들이다.

이 작품은 러브 크래프 신화를 바탕으로 한 러브 크래프트 소설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아주 잘 나타냈다. 처음에 도착한 커다란 도시가 텅텅 비어 있는데 유일한 사람이자 의지가 될 것 같은 신부는 실은 인두겁을 쓴 물고기 괴물이었고, 시간이 조금 지나가 갑자기 마을 안에 있던 무시무시한 형상의 유사 인간형 어인들이 우르르 몰려 나와 주인공을 제물로 삼으려고 막 뒤쫓아오니 말 다한 셈 아닌가?

이 작품은 리 애니메이터와 비교된다. 왜냐하면 리 애니메이터는 스튜어트 고든 감독의 데뷔작이기 이전에, 러브 크래프트 원작 소설을 각색해 만든 영화이기 때문이다.

비교 결과는 리 애니메이터가 잔혹 코미디적인 측면이 강했다면, 이 데이곤은 드라마성을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그 단적인 예로 주인공의 출신 성분과 그에 따란 갈등관계를 예로 들 수 있다. 물고기 괴물들과 합세하여 영화를 누릴 것인가, 아니면 끝까지 기독교 신앙을 버리지 않고 명예롭게 죽을 것인가?를 말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평작에 속한다. 리 애니메이터에서 볼 수 있던 고든 감독 특유의 센스가 좀 죽어 있는데 그렇다고 러브 크래프트 신화를 완벽하게 구현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매니아의 입장에서 보면 좀 어중간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킬링 타임용으로는 제격이라고나 할까? 아무 생각 없이 볼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크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특별히 잔인한 장면은 기독교 신앙을 끝까지 지키다가 얼굴 가죽이 벗겨져 죽은 어인 도시의 유일한 인간 노인과 주인공의 마누라가 데이곤에게 먹혀 철봉을 잡은 손만 남는 것이었다.

스플래터 류의 잔인성 보다는 러브 크래프트 특유의 해산물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같은 혐오스러운 괴물을 등장시킨 게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기우인지는 모르겠지만 극 후반부에 주인공의 출신 성분이 밝혀지는 장면.. 왠지 모르게 스타워즈의 그 장면이 생각났다.

결론은 꽤 볼만한 작품. 리 애니메이터를 기대하면 좀 실망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것과 별개로 놓고 보면 그럭저럭 볼만한 편이다.


덧글

  • isgray 2008/04/19 02:38 # 답글

    주인공이 입은 티셔츠에 미스카토닉 대학 로고가 있는게 인상적이었죵. 훌훌
  • 이준님 2008/04/19 11:59 # 답글

    1. 원작은 독일 유격함에게 피습당한 상선 선원(1차 대전이 무대입니다)이 탈출했다가 어느 데이곤 신전 비슷한 곳에서 벌이는 일이었지요. 마을 사람이나 이런거와는 달리 "이런 분위기가 있다" 수준이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 그가 미쳐서 주절거리는 이야기라는 암시도 약간 둡니다만.-저는 원작의 그 장면이 맘에 들더군요

  • 시무언 2008/04/19 15:41 # 삭제 답글

    저는 원작의 그 추적전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PC용으로 나온 콜 오브 크툴루에서도 그 장면이 재현되어 있지요
  • 잠뿌리 2008/04/19 15:46 # 답글

    isgray/ 헉, 전 그건 못알아봤네요.

    이준님/ 생각해 보면 러브 크래프트 소설의 주인공 대부분은 마지막에 미치거나 죽더군요. 멀쩡히 살아나가는 애들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시무언/ 콜 오브 크툴루.. 잘 만든 게임인데 FPS에는 젬병이라 몇 시간 못하고 멀미가 나서 그만둔 기억이 나네요.
  • 로드웜 2011/08/07 07:24 # 삭제 답글

    사실 이 작품은 인스머스의 그림자에 더 가까운 것 같더군요. 여사제로 등장하는 누님께서 너무 예뻤던 기억이...
  • 잠뿌리 2011/08/08 12:25 # 답글

    로드웜/ 실제로 그렇죠. 제목만 데이곤이고 내용은 인스머스의 그림자와 흡사합니다. 여사제로 나오는 배우가 미인이긴 한데 다리가 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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