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크리스트(The Antichrist, 1974) 사타니즘/데모니즘 영화




1974년 이태리에서 '알베르토 디 마티노' 감독이 만든 종교 오컬트 호러 영화. 이 영화는 바로 1년 전 1973년에 개봉해 박스 오피스 1위를 휩쓴 종교 오컬트 영화의 절대지존 '엑소시스트'가 나온 이후 만들어졌기 때문에 아류 취급을 받으면서 평가절하 받았다.

제목인 '안티 크리스트'가 의미하는 건 기독교 묵시록에 나오는 적그리스도. 영화의 주체가 되는 건 전생에 마녀로서 화형을 당했던 여자가 현세에 부활해 잘 살다가 불우한 사고를 거치고 악마가 들린다는 것이다.

줄거리를 간략히 요약하자면, 어렸을 때 교통사고를 당해 어머니를 잃고 다리를 다쳐 불구가 된 '이폴리나'는 자신의 다리를 고치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예수 상을 만지러가는데 거기서 악마 들린 사람이 죽는 광경을 목격한 뒤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종교 축제에서 신들린 사람이 막 기어다니고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을 개처럼 핥거나 손발이 꺾이는데 이러한 사람들의 빚어낸 아비규환 속에서 용의 머리를 밟고 선 아기 예수 동상이 나오고 그걸 만지면 병과 신들린 현상이 씻은 듯이 낫는데.. 이폴리나는 그 동상을 만나기 전에 자리에 쓰러지면서 예수 상이 아니라 예수 상이 밟고 있는 용 머리에 절을 하게 된다. 영화 초반 5분의 법칙은 의외로 충실하게 지켜졌다.

굳이 종교와 관련된 음악이나 사타니즘 느낌을 풍기는 음악을 쓰지 않고도 빠른 리듬의 바이올린으로 긴장감을 주기 때문에 배경 음악부터가 상당히 멋지다.

30년 전 영화라서 특수 효과가 좀 구리긴 하지만 공포를 줄만한 포인트를 잘 잡았다. 예를 들면 악마가 성찬을 목 잘린 두꺼비, 포도주를 진짜 피로 상징하는 부분과 일그러진 표정의 예수 그림을 본 뜬 적그리스도의 사진을 나무 난로에 던지자 순간 불이 탁 꺼지는 등등.. 중요한 건 포인트는 눈에 보이는 게 아니라 상상의 여지를 만드는 걸 증명시켜주었다.

하지만 사실 눈에 보이는 부분도 상당히 오싹한 장면이 있다. 이폴리나가 전생의 기억을 더듬어 갈 때 '사바트'가 나오는데 그 상황을 재현한 게 꽤 괜찮았다.

음침한 숲속에서 집단 난교가 벌어지고 거기에 참가한 전생의 이폴리가 자리에 눕자 뿔난 가면을 쓴 사탄이 나와서, 두꺼비의 목을 따고 그 머리를 이폴리나에게 먹인 후 피를 핥게 한 다음 성교에 들어간 뒤 염소를 데리고 나와 항문에 키스를 하게 만드는 등등 역미사를 벌이는 장면이 영화 초반 부분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기존의 종교 오컬트와 차별화 된 걸 짚자면 일단 단순히 악마에게 들린 사람으로 나오는 게 아니라 전생에 마녀였다는 설정과 더불어, 현세에서 각성하게 되는 계기가 아버지에 대한 이성적 애정. 즉 '일렉트라 콤플렉스'에서 발전한 것이며, 후에 오빠를 꼬드겨 정사를 갖는 근친상간적 요소를 도입했다는 점이다.

더불어 각성 직후 벌거벗고 몸을 비틀며 혓바닥을 놀리고 신음 소리를 내지르는 장면은 상당히 에로틱했다.

영화 플레이 타임 1시간까지는 이러한 장면으로 인해 작품 자체의 독창성을 만들어 냈지만, 그 이후부터 바로 본격적인 엑소시즘 스토리로 들어가기 때문에 아류작을 취급을 받은 것이다.

신들린 이폴리나는 음란한 말과 행동을 하고 입에서 녹색 액체를 뿜는가 하면 염력으로 집안을 뒤흔드는 등 초자연적인 힘을 발휘하는데 이때부터 엑소시스트를 답습하게 된다.

버스 관광을 온 청년을 꼬드겨 골목으로 데려갔는데, 잠시 후 그 청년이 목이 360도로 돌아간 상태로 죽어 있는 장면이나 짜가 엑소시스터에게 엑소시즘을 받다가 공중 부유를 하는 장면. 그리고 방안에 있는 옷장 따위의 구조물을 움직여 사람을 치는 것과 정통 신부가 엑소시즘을 준비하는 장면 등등 엑소시스트와 비슷한 게 상당히 많다.

물론 엑소시즘 자체가 실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재의 채용일 뿐 모방은 아니라 말할 수 있지만, 그러기엔 연출과 편집 면에서 너무 비슷했다. 신들린 이폴리나가 엑소시즘 도중에 거기에 합석한 가정부에게 녹색 침을 뱉는 행위까지 보면 진짜 뭐라 말을 할 수가 없다.

거기다 처음에 짜가 엑소시스터와 신부 한 명이 엑소시즘에 실패한 후 프로페셔널 엑소시스터인 노신부가 짠 하고 나타나 용감하게 엑소시즘을 하는 전개 또한 엑소시스트의 최후 결전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최면 술사를 불러 최면을 걸게 한 다음 정체를 캐는 부분도 추가된다.

특수 효과는 엑소시스트보다 1년 후에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훨씬 떨어져서.. 이폴리나가 공중 부유를 할 때 뒤에 있는 창문에 배경 사진을 넣어 만들고, 한쪽 손이 사라져 짜가 엑소시스터의 목을 조르는 장면 같이 좀 어색한 게 많다

하지만 그래도 막판 클라이막스 10분은 엑소시스트와 정 반대로 영화 오프닝에서 벌어진 사건과 유사한 상황을 연출하면서, 엑소시즘을 견디다 못해 도망치는 이폴리나와 신들린 남자의 모습을 교차 편집하고 빠른 리듬의 바이올린 연주를 다시 들려줌으로써 긴박감을 넘치게 만들어 상당히 좋았다. 그리고 악이 판정승을 거둔 엑소시스트와는 다르게 해피 엔딩으로 끝나기 때문에 아류작의 범주에서 벗어났다.

전체적으로 볼 때 종교 오컬트 호러로서 꽤 재미있고 또 잘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역시 엑소시스트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아서 평가절하 받은 게 좀 아쉽다.

엑소시스트가 너무나 뛰어난 작품이라 어쩔 수 없이 편견이 생길 수도 있지만, 그러한 부분을 미리 인식하고 볼 수 있다면 추천해주고 싶다.

여담이지만 난 사실 영화 본편 보다.. 이 영화의 DVD 자켓이 더 무섭다.


덧글

  • ArborDay 2008/04/17 08:30 # 답글

    꽤 괜찮은 영화였던 걸로 기억해요. 물론 엑소시스트의 아류작이라는 굴레를 벗어나기는 어려울거라 생각하지만.
  • 잠뿌리 2008/04/18 00:17 # 답글

    ArborDay/ 의외로 괜찮은 영화지요. 다만 엑소시스트가 워낙 명작이라 가려졌던 것 같습니다.
  • 한승구 2009/07/12 18:24 # 삭제 답글

    이영화 소개하신글
    담아갈께요
  • 잠뿌리 2009/07/13 12:14 # 답글

    한승구/ 트랙백은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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