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원더 공주(1978) 한국 애니메이션




1978년에 '김청기'감독이 만든 작품.

내용은 미래에 지구의 인구가 폭증해 식량난이 벌어질 위기에 처하자 대한민국의 임 박사가 원자 핵 로켓트를 발명해 강중령에게 조종을 시켜서 우주 탐사를 시키는데.. 악의 조직 붉은 제국에 의해 우주선이 폭파된 뒤 우주 미아가 됐다가 외계의 파라 왕국에 구출되면서 그곳의 공주인 파라와 함께 지구로 다시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일단 타이틀 명이나 주인공 디자인, 설정을 놓고 보면 미국 DC 코믹스를 대표하는 간판 여성 초인인 '원더우먼'의 데드 카피라고 할 수 있다.

원더우먼은 70년대 당시 국내에서도 정식으로 들어와 TV 방영을 통해 한국 번안 주제가도 유명했던 만큼 그 시류에 편승해 만든 작품이다.

원더공주의 복장은 물론이요 총알을 막는 팔찌와 부메랑처럼 던지는 머리띠. 초능력이 담긴 벨트. 적의 무기를 낚아채는 채찍에다가 안경 낀 반반한 OL이 빙글빙글 돌면서 변신을 하는 장면까지 완전 다 똑같다.

70~80년대의 대한민국에서는 애니메이션 제작에 있어 표절이란 개념이 없었기에 대부분의 디자인을 완구회사의 청탁으로 인해 일본의 유명 애니에 나오는 것을 베끼기 일쑤였는데.. 이 작품의 정도는 좀 심각하다. 왜냐하면 로봇이나 비행선의 표절같은 경우, 그게 주체가 되지 않는 이상 표절 디자인 여부를 떠나서 오리지날 설정을 첨가하면 어느 정도 봐줄 수 있지만 로봇이 나오지 않고 초인 주인공 한 명을 주체로 한 이 작품은 완전 사정이 다르다.

상식적으로 한번 생각해 보자. 모든 사건과 이야기의 주체이자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주인공이 외국의 모 캐릭터를 완전 베낀 거라면 그건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투구를 쓰면 샤아, 벗으면 아무로가 되는 그 유명한 '블랙 트리오' 혹은 '우주 흑기사'보다 더 독창성이 떨어지니 말 다한 셈이다.

스토리만 따져 보면 국내 애니메이션 역사에 상당한 파격을 가져온 것이라 할 수 있다. 표절 여부를 떠나서 국내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초로 여성이 주인공으로 설정됐다는 것 그 자체는 높이 살만하다.

하지만 문제는 그 주인공 캐릭터가 별로 매력이 없고 표절의 산물이란 점이다. 그렇다고 조연이 매력적인 것도 아니다. 이 작품에서는 유난히 남자들의 활약이 없다. 강중령은 우주 미아가 됐다가 지구로 온 뒤에 임박사와 함께 납치당하고 원더 공주만 뻘뻘거리며 돌아다니면서 활약할 뿐이다.

김청기 감독의 작품, 아니 70~80년대 국내 애니메이션에서는 결코 빠질 수 없는 약방의 감초 스타일 조연이 등장하는데.. 이번 작품에 나오는 소년인 땅딸이는 솔직히 깡통로봇 철이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상하게 어른스럽고 교과서 지문 읽는 듯한 딱딱한 말투를 가졌고 행동 패턴도 장난꾸러기답지 않게 너무 단순하고 또 순종적이라서 전혀 매력이 없다.

오히려 이 작품에서 독창적인 건 출현 씬도 얼마 되지 않는 악당들이다. 악당 자체의 설정이라기 보다 무기의 설정이라 할 수 있는데, 파랑케 1,2,3호는 둘째치고 티벳트 삼형제에 주목할 만하다.

첫째가 사용하는 총알이 나가는 강철 봉을 두 개로 나눠 들자 한쪽이 창날로 변해 이도류를 사용하는 것과 쌍칼을 붕붕 휘두르는데 두 개가 서로 부딪히니 전기 광선이 나가고 또 버튼을 누르자 칼날이 슝슝 나가는 둘재의 무기. 마지막으로 철퇴와 방패를 사용하는데 방패 앞면에서 개틀링 포가 나가며 칼날이 달려서 부메랑처럼 휭하고 던지는 셋째.

어째 주인공인 원더공주 보다 더 개성적이다. 하지만 디자인은 평범한 편. 일본인 머리 스타일의 둘째 얼굴은.. 고르고 13을 닮았다(내 뒤에 서지 마라!)

또 한 가지 독창적인 점은, 이름은커녕 얼굴이 다 똑같은 파일럿이 조종하는 붉은 제국의 자코 비행기들이 원더공주가 탄 UFO와 싸우다가 갑자기 '제 2작전이다!'이러면서 포메이션을 취하더니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풍차 돌 듯 돌면서 레이져 빔을 모아서 쏘는 장면이었다.

이 작품이 스토리상 로봇 태권 브이 보다 좀 나은 게 하나 있다면, 맨 마지막 장면에서 악당 보스인 왕칙이 패망 후 기지가 불에 휩싸였을 때 임박사가 원더공주에게 그를 구해 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이다.

아무리 악한이라고 해도 그는 훌륭한 박사니 이대로 죽게 할 순 없다는 이유로 구하려 하지만, 왕칙은 스스로의 잘못을 깨닫고 참회하며 죽음을 맞이한다. 이건 로봇 태권 브이 76의 최종 보스 가프 박사와 큰 차이가 나는 것이다.

외모지상주의 사회의 피해자인 가프 박사를 끝까지 몰아붙여 낭떠러지에 떨어져 죽게 만든 인정머리 없는 훈이와 너무 대조된다.

또 한가지, 장점이라고 하기 보다 특이점이라고 한다면 시기상으로 볼 때 이 작품이 똘이 장군으로 대변되는 김청기 감독식 반공 사상의 초석이 됐다는 점이다.

노골적인 반공은 아니고, 간접적으로 반공 의식을 나타냈는데 예를 들면 왕칙이 악당이 된 이유가 민주주의 박사들에 의해 퇴출 당한 뒤 세계를 정복하기 위해 붉은 제국을 세웠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라는 단어, 자유 연방군과 붉은 제국이 시사하는 바를 곰곰히 생각해 보면 반공 정신을 알 수 있을 거라 본다.

결론은 평작 이하. 원더우먼의 데드 카피란 말에서 영원히 헤어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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