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 용의 부활(Three Kingdoms: Resurrection Of The Dragon, 2008) 2008년 개봉 영화




2008년에 이인항 감독이 만들고 유덕화, 홍금보 등이 주연을 맡은 삼국지 영화.

내용은 삼국지 촉나라의 명장이자 오호대장의 한 사람인 조자룡의 일대기를 그린 것이다.

일단 이 작품은 삼국지 정사도 연의도 아닌, 거의 오리지날에 가까운 스토리로 진행되며 주인공 조자룡이 본래 공손찬 휘하에 있던 것이 아니라. 완전 무명인 병졸로 유비가 형주에 있다가 조조를 피해 달아나는 장판파부터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시작된다.

나관중과 동향인 것만으로 정사와 달리 연의에선 슈퍼 스타로 나오는 조자룡이 소설에서 가장 눈부신 활약을 했을 때가 바로 장판파의 아두 구출전이기 때문인 것 같다.

영화의 오리지날 캐릭터로 조자룡이 형님으로 모시는 나평안을 통해 나레이션을 넣어 상황을 설명하면서 조자룡의 활약을 쭉 늘어놓는다.

이게 비쥬얼적으로는 멋질지 모르겠지만 조자룡의 형님이자 그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끼는 나평안은 그냥 관전자로서 멀리서 그를 바라보기만 하는데 영화 전체의 약 2/3 가량을 소비하기 때문에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조자룡과 나평안, 단 두 사람의 이야기라면 종결된 것이라 볼 수 있겠지만 이것도 사실 영화 중반까지 전혀 신경 안 쓰다가 막판에 급전개로 서둘러 마무리를 지은 것처럼 느껴진다.

유비 삼형제와 제갈량을 비롯한 다른 인물들에 대한 고려는 전혀 안 되어 있는데. 왜 그런 느낌을 받았냐면 나오는 수에 비해 출현 시간은 굉장히 짧고 비중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적룡이 관우 역을 맡았으면 뭐하나? 나와서 하는 것도 별로 없는데. 다른 인물들 역시 마찬가지. 스토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조자룡의 이야기만 해대고 있다.

어차피 오리지날이니까 삼국지 원작의 재현이라든가, 재해석에 대해서는 잠시 잊고 넘어가자.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조자룡 외에 다른 모든 등장 인물을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만든 각본은 분명 뭔가 문제가 있다.

새로운 시대의 트렌드일까? 아니면 단지 히로인 역할이 필요했던 걸까. 조조의 손녀 딸 조영은 그런 조루성 결말을 맞이할 거라면 도대체 왜 나왔는지 이해가 안 간다.

뭔가 있을 것 같은, 아니 스토리상 있어야 하고 제대로 마무리지었어야 할 부분에서 찍. 싸버리는 바람에 허무하다는 감상 이외에 아무런 여운도 남기지 않는다.

그럼 남는 게 뭐냐고? 조자룡 킹왕짱 멋쟁이 일월금륜 창으로 쑤시면서 만세만세 만만세. 이것뿐이다. 그냥 조자룡 빠심으로 대동단결 하여 조자룡의 멋진 위용만 보여주고 끝난다.

조자룡의 인간적인 고뇌를 다루고 싶었다는 건 느껴지지만 장판파에서 제갈량의 1차 출사표까지 수십 년의 세월을 1분도 안 되는 짤막한 나레이션으로 건너뛰기 때문에 그런 게 나와야 할 부분을 다 잘라먹었다.

그러니 무슨 인간적 고뇌니 갈등이니 시련이니 배신이니 사랑의 행방이니 구구절절 말을 늘어 놓아봐야 전혀 공감이 안 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작품에서 가장 비장미가 넘쳐야 할 클라이막스 장면에서 나평안과 조자룡이 울먹이며 대화를 나누는 씬을 봐도 별 다른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애초에 영화 전체를 통틀어 두 사람이 하나의 컷에 함께 나오는 장면도 별로 없거니와 둘 다 완전 따로 놀기 때문이다.

또 작품의 의상 고증은 창작이 가미된 부분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삼국지 시대의 장군이나 병사들 복장이라기 보다는 일본 전국 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에나 나올 법한 복장이다.

고대 중국 시대에 산 것도 아닌데 뭐가 그리 깐깐하냐 이런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에도 일본에도 사극이 있듯 중국에도 사극이 있으며 삼국지를 배경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는 매우 많이 나왔으며 애니메이션과 만화까지 합치면 그 미디어매체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중국풍과 일본풍 정도는 보통 사람도 구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거기다 시대를 초월한 화약 사용까지 나오다니, 무슨 송나라 시대에서 벽력자라도 타임슬립해 온 것인가? 이런 설정의 고증을 고려하지 않으면서 복장이나 무기 등의 시대적 고증을 세밀하고 철저하게 했다는 것을 광고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건 그저 괴리감을 느끼게 할 분이다.

결론은 내리자면 이 작품은 스펙타클이란 말과 화려한 비쥬얼에만 치중하여 어설픈 감성을 관객에게 호소하려는 전형적인 블록버스터 영화란 사실이다.

무리하게 조자룡의 일대기를 그리기 위해 스토리를 희생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차라리 몇 부작으로 나뉘어져 나온다거나 아니면 장판파든 북벌이든 단 하나의 에피소드만 가지고 그것을 밀도있게 그려내었다면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조자룡의 간지 좔좔을 그려내고 싶은 감독의 의지 덕분에 빛 좋은 개살구가 되었다.

더불어 모처럼 영화에 나왔지만 출연 시간 평균 5분도 안 되는 여러 등장 인물, 특히 관우 역의 적룡과 그 외 기타 등등의 배우들이 과연 출연료를 얼마나 받았을지 그게 궁금하다.

여담이지만 21세기 이후로 나온 중국 시대극 소재로 블록버스터를 자처하는 영화는 항상 박터지게 싸우다가 결론은 허무주의 시밤 쾅. 이런 식으로 끝나버리는데 이것도 어떻게 보면 매너리즘이다.

우린 대체 왜 싸우는 걸까? 이런 주제로 나오는 영화가 워낙 많다보니 이제는 좀 지겹다. 이 매너리즘을 타파할 중국 시대극 영화는 대체 언제쯤 나올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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