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가마솥 / 타란의 대모험(The Black Cauldron, 1985) 미국 애니메이션




1985년에 디즈니에서 테드 버반, 리차드 리치 감독이 동명의 동화를 원작으로 삼아서 만든 디즈니의 25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원제는 블랙 컬드런, 국내에서는 타란의 대모험이란 제목으로 나왔다.

내용은 평범한 돼지치기 소년이었던 타란이 운명의 인도로 마법 돼지 헨웬을 데리고 검은 가마솥을 이용해 세계를 정복하려는 혼드 킹의 야망을 분쇄하러 여행을 떠나는 용사물이다.

디즈니의 25번째 작품이자 그 시대 기준으로 가장 많은 비용과 인력이 투입되었고 제작 기간이 무려 10년이나 되는, 스케일만 따지면 엄청난 대작이라고 할 수 있고 또 기존의 디즈니를 주름 잡던 크레에이터들이 대거 이탈을 하고 새로운 세대가 도약을 하게 된 첫 작품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작품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역사적 의의만 있을 뿐. 그 완성도나 재미의 측면에서 기대에 못 미쳤다.

원작은 사실 좀 비장미가 넘치고 스케일이 방대해서 극 후반부에서는 인간의 군대와 악령의 군대가 대격돌을 하며 치열한 사투를 벌이기도 한다. 그런데 애니는 그 스케일을 대폭 축소. 아동의 눈높이에 맞췄다.

이 작품은 디즈니의 크리에이터간의 세대를 나누는 경계선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인어 공주 이후로 디즈니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뮤지컬 같은 게 하나도 없다.

80년대 중반 이전의 디즈니 작품을 놓고 비교해보면 그 기술력 자체는 오랜 기간을 거치고 막대한 인력과 자본을 투자한 만큼 수준급이라 할 수 있지만 문제는 바로 스토리. 즉 각본이다.

캐릭터의 대사나 행동이 상당히 산만하고 극 전개가 긴장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주인공의 인간적인 성장도 없거니와, 클라이막스로 치닫는 과정의 박력이 떨어지니 정말 뭘 보고 재미를 느껴야 할지 모르겠다.

악당 보스인 혼드 킹은 제대로 된 공격 한번 해보지 못한 채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그들의 군대는 희생자 하나 내지 않고 완전 개박살 난다. 아니 출진조차 못 하고 괴멸 당한다는 표현이 더 맞아 떨어진다.

용감한 전사를 꿈꾸는 평범한 소년이란 설정에서 개성이나 매력을 찾는 건 하늘의 별 따기.

거짓말을 하면 줄이 끊어지는 하프를 소지한 늙은 바드와 구체를 다루는 공주, 털복숭이 구기와 신비한 투시 능력을 소유한 돼지 헨웬. 다른 파티원들 역시 매력이 떨어지는 건 마찬가지다.

알라딘의 지니와 아부, 미녀와 야수의 콕스워드 콤비, 인어 공주의 세바스찬 등등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해주는 캐릭터가 없다는 게 치명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결론은 평작. 분명 내용은 지루하고 재미가 없지만, 기술력은 분명 시대를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여담이지만 과거 어드벤쳐의 명가 시에라에서 원작을 PC 게임으로 만든 적이 있다. 그때 게임 상에 삽입된 BGM은 아마도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배경 음악을 기반으로 둔 게 아닐까 싶다.

덧붙여 스토리가 가만히 보면 톨킨의 반지의 제왕과 비슷하다. 절대 반지를 검은 가마솥으로 바꾸고 사우론을 혼드 킹으로 바꾸었다. 먼 옛날 신이 사악한 왕을 봉인한, 그리고 악령의 군대를 움직일 힘이 담긴 검은 가마솥을 파괴하는 게 최종 목표로 주인공 일행이 여행을 떠난다는 점을 보면 딱 감이 온다.


덧글

  • 말순이 2008/06/05 20:06 # 삭제 답글

    저 줄거리 말거여 ..... 타란의대모험인가? 그거보여 주시면 안돼나요?
    부탁 드릴게요.
    제발 부탁입니다.
    저도 이거 보고 싶어여.
    ㅎㅎ 너무 매달려서 죄송해요.
    부탁 드려요~
  • 잠뿌리 2008/06/06 12:10 # 답글

    말순이/ 인터넷에 검색해보세요. 비엠코리아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 원한의 거리 2012/01/21 17:24 # 삭제 답글

    만약 이 작품이 성공했다면 디즈니의 역사는 완전히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영화가 대단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정말 어디서 재미를 느껴야 할지 모르는 괴기스러운 작품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지만요

    마지막에 주인장께서 언급하신 것 처럼 '용사를 꿈꾸는 소년 주인공'은 뻔하디 뻔한 클리셰지만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어드벤처 타임'같은 애니메이션은 그런 클리셰를 오히려 재미로 소화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주인공이 완전히 평범한 소년이라고 하기는 힘들겠지만요
  • 잠뿌리 2012/01/22 22:00 # 답글

    원한의 거리/ 어드벤쳐 타임은 정말 재미있는 작품이지요. 이 작품과 확실히 다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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