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사바스(Black Sabbath, 1963) 희귀/고전 호러 영화




이태리 호러 영화 계의 거장 중 한 사람인 '마리오 바바'감독이 1963년에 만든 옴니버스 형식의 공포 영화로 총 세 편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원제는 '공포의 세 얼굴'이고 '블랙 사바스'는 북미판 제목이다.

오리지날판과 북미판은 꽤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우선 먼저 에피소드의 순서가 미묘하게 다르고, 북미판은 원작에 있던 출현 배우 '보리스 칼로프'의 나레이션을 없애고 다른 감독의 나레이션을 넣고 음악과 '전화'에피소드의 내용을 변경했다.

첫번째 에피소드인 '전화'는 말 그대로 전화를 소재로 한 공포물로, 후대에 '웨스 크레이븐'감독의 '스크림'에 영향을 준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내용은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여자 주인공 '로시'가 외출을 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정체불명의 인물에게 협박 전화를 받으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전화는 세 편의 작품 중에 가장 저예산으로 제작된 작품으로.. 소품이라고는 방 한 칸과 전화기가 전부다. 이야기는 총 두 가지 반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지금 현재의 관점으로 보면 상당히 뻔한 내용으로 전개가 되지만, 60년대를 기준으로 놓고 볼 때 전화라는 소재를 잘 활용한 서스펜스물이라고 할 수 있다.

두번째 에피소드 '우르달락'은 마리오 바바 감독의 오리지날 작품이 아니라, 러시아 단편 호러를 바탕으로 만든 것이다. 아마도 알고 있는 사람이 극히 드물거란 생각이 드는데, 그 단편은 흡혈귀 가족이란 제목으로 번안이 되어 국내에 소개됐는데.. 세계 각국의 괴담을 모아서 만든 시리즈물 중에서 '러시아 괴담'편에 수록되어 있다. 나온지 꽤 됐지만 구하기 어려운 책은 아니라서 교보 문고 같은 대형 서점에서 검색을 해보면 다 나올 것이다.

아무튼 우르달락의 내용은 19세기 동유럽의 작은 나라를 배경으로 여행 중이던 귀족 청년 '블라디미르 두르페'가 길에서 목이 잘린 시체를 발견한 후 그 시체를 말에 태우고 가다가 저녁때 쯤 근처에 있는 민가에 묶으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원작 소설과 약간의 상황 설정이 미묘하게 다르긴 하지만, 기본적인 갈등 구조는 공유하고 있다. 그건 바로 가족 중 한 사람이 흡혈귀로 변해서 공격해 온다는 점에 촛점을 맞춘 것으로, 이 작품에서는 가장이라고 할 수 있는 할아버지 '고르카'가 흡혈귀로 변해서 자기 자식들의 피를 빨아 먹는다.

고르카 역을 맡은 배우는 '프랑켄슈타인'역으로 유명한 '보리스 칼로프'로 그의 연기 인생에 있어 이번 흡혈귀 역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같은 경우 다른 배우들 역시 마찬가지로, 1세대 드라큐라 역인 '벨라 루고시'는 '프랑켄슈타인과 늑대인간'과 '괴물의 신부'에서 프랑켄슈타인 역을 맡았고, 2세대 드라큐라 역인 '크리스토퍼 리'는 '프랑켄슈타인의 저주'란 작품에서 역대 프랑켄슈타인의 크리쳐 중에서, 가장 마른 체구의 크리쳐를 연기했다.
(주 : 벨라 루고시가 출현한 괴물의 신부와 보리스 칼로프 주연의 프랑켄슈타인의 신부는 엄연히 다른 작품이다)

보리스 칼로프는 오로지 프랑켄슈타인의 크리쳐 역으로 유명한 배우지만.. 이 작품에서 그가 연기한 '고르카'는 다른 작품의 드라큐라 못지 않은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 비록 나이가 많이 들어 체구가 조금 왜소해진 그였지만, 귀기가 넘쳐 흐르는 얼굴과 시퍼런 안광이 가진 인상은 굳이 송곳니에 의지 하지 않아도 충분히 강력하다.

이야기는 가부장제의 폐단을 보여주고 가족 구성원의 애정이, 가정의 붕괴를 초래하는 결과를 나타냄으로써 사회 비판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원작과 차이점을 몇 가지 꼽자면, 바바의 작품에서는 할아버지한테 피를 빨린 손자가 밖에서 앵앵 울어대자 아내가 미쳐서 자신을 만류하는 남편의 배를 칼로 찌른 다음 문을 열자 바로 시아버지에게 공격 당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원작 같은 경우는 그 부분이 단 몇 줄로 축소된 대신 다른 부분에 신경을 썼다.

이를 테면 이 작품의 결말은 두르페가 즈덴카에게 목을 물리면서 끝나는데, 원작 소설의 경우 두르페는 즈덴카의 유혹을 뿌리치고 탈출을 했다가 수년이 지난 다음 우연히 다시 그곳으로 돌아갔다가 수많은 흡혈귀 무리의 추격을 받고 구사일생으로 빠져나오면서 끝나는데.. 마지막에 나이 든 두르페가 머릿말에서 귀족 부인들에게 고백한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끝마침하면서 흡혈귀의 본성을 드러내는 장면이 나온다는 것이다.

마리오 바바의 우르달락은 세 편의 옴니버스 중에 한 작품에 속하기 때문에 원작의 이야기를 크게 축소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원작 소설의 백미는 후반부에 흡혈귀 무리한테 쫓기는 두르페의 시점인데 이때 막 흡혈귀 무리 중 어머니가 자신의 아이를 투포환처럼 확 던지자, 아이 흡혈귀가 입을 쩍 벌리고 두르페의 목덜미를 물어 뜯으려 하는 등 상당히 다이나믹한 상황이 나오지만 영화 판은 다르다.

뭐 그래도 감독이 워낙 거장이다 보니 축소를 했다고는 하나 비쥬얼 상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여, 영화판 나름의 장점을 충분히 부각시켰다. 두르페에 촛점을 두기보다는 고르카 노인에게 촛점을 두었으며 원작에서 자주 쓰인 표현. 흡혈귀로 변한 가족들이 창밖에 서서 방안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피를 빨아먹을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연출이 자주 나와서 등골이 오싹하게 만든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한 방울의 물'로 20세기 초의 영국을 배경으로 간호사 '체스터'가 강신술을 하다 죽은 노파의 옷을 갈아 입히다, 시체의 손가락에 끼여진 반지를 보고 흑심을 품어 그걸 빼서 쓰다가 집으로 돌아온 이후 계속 죽은 노파의 환영에 시달리는 이야기다.

이 에피소드는 작품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딱 맞을 정도로 높은 퀄리티를 가지고 있는데, 사후 경직된 가면을 씌여 놓은 시체와 반지, 파리, 물방울 등의 아이템을 적절히 사용하여 체스터가 경험하는 무서운 체험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공포 포인트는 검은 고양이의 출현, 그리고 물방울 소리와 파리가 앵앵거림으로써 노파의 환영이 나타나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체스터 간호사의 양심의 가책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죽은 이의 집념을 초자연적인 현상을 이용하여 비쥬얼화시킨 느낌이 들어 더욱 무섭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에피소드는 한 방울의 물이다. 그리고 인상 깊은 장면은 영화 마지막에 보리스 칼로프가 고르카 노인 복장을 하고 나와 우르달락에서 말타는 장면이 어떻게 찍혔는지 밝히는 부분이었다.

결론은 마리오 바바 감독의 명성에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란 것이다. 덧붙여 보리스 칼로프가 흡혈귀 역을 어떻게 수행했는지 궁금한 사람에게도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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