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이(Viy or Spirit of Evil, 1967) 희귀/고전 호러 영화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의 창시자로 인정 받는 거장 고골리의 단편 소설 [뷔이]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작품. 일단 고골리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자면 의외로 국내에 잘 알려진 작가로 [외투]와 [검찰관] [죽은 넋]같은 소설이 특히 인지도가 높다.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풍자를 하는 비상한 수법은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것인데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하도록 하고 지금은 이 영화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겠다.

이 작품은 1967년 콘스탄친 예로쇼프, 게오르기 크로파초프, 알렉산드르 프투쉬코 감독이 만들었는데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고골리의 단편 소설 '뷔이'를 바탕으로 했다. 이것은 1960년에 이탈리아 호러 영화의 거장 '마리오 바바'가 각색에 각색을 거듭해 '사탄의 가면'을 만든 것과는 다르게, 원작 소설을 거의 완벽하게 재현해낸 영화다.

등장 인물은 물론이고 스토리, 사건 진행, 대사, 연출까지 그대로 따라가기 때문에 영화를 딱 보면 '아 그거구나!'라며 손뼉을 칠 사람이 여럿 있을 것이라 본다.

이 영화는 예전에 국내에 출시된 적이 있지만 굉장히 레어한 자료이기 때문에, 아마 최근에 DVD로 발매되기 전까지는 직접 본 사람이 별로 없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이 작품의 원작인 단편 소설은 의외로 국내에 잘 알려져 있다.

일단 뷔이는 백과 사전이나 고골리에 대한 웹 상의 지식에선 전혀 언급이 되지 않는 작품이지만, 오프라인 상에서는 꽤 유명한 작품이라 예전에 나온 고골리의 단편집에 수록되어 있다(최근에 나온 것은 아님)

그리고 우리 나라는 옛날 부터 공포 특급 따위의 귀신 괴담 이야기 책이 아동용으로 나와 큰 인기를 끈 시절이 있는데 그 당시. 그러니까 이 글을 쓴 내 나이의 기준으로 보자면 1980년 이후의 세대에게 있어서 초등학교에 바자회 같은 걸 할 때면 어김 없이 등장하는 책 중에 '유령의 공포'라는 것이 있을 것이다.

사실 그 책은 삽화를 보면 좀 지나치게 단순하고 아동틱하지만 해외 공포 단편 소설이 잔뜩 실렸는데, 거기서 '마녀의 관'이란 제목으로 수록되어 있는 것이 바로 고골리 원작의 뷔이다.

또 아마도 일부 매니악한 독자 혹은 오컬트에 관심이 많았던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기억하고 있을 거라 생각되는 책. '금하 출판사'에서 나온 '괴기랜드' 끝에 단편 소설 중 '요녀'란 제목으로 실린 적이 있었다.

당연히 이중 원작에 가깝게 번역된 건 전자인 유령의 공포에 수록된 마녀의 관. 괴기랜드에 실린 요녀는, 그 책 자체가 단편 소설이 주를 이룬 게 아니라.. 본문 내용을 상당히 축약해서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표현하지 못해서 그다지 추천할만하진 않다.

일단 줄거리는 원작 소설과 동일.

주인공 코마 부르터스가 두 친구와 함께 여행을 하다가 길을 잃고 어떤 노파가 사는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는데, 실은 그 노파가 마녀라서 사악한 주술에 걸려 하늘을 날아다니다가 땅에 뚝 떨어진 순간 코마는 노파를 두들겨 패 죽이는데, 노파는 죽는 순간 아리따운 여인으로 변한다. 그리고 수일 후 코마는 죽은 딸의 요청으로 '코마'를 지목한 영주의 집으로 가서 임종 기도를 하게 되면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다.

당연히 영주의 딸은 그 마녀고, 코마는 마녀의 시체가 담긴 관이 덩그라니 놓여 있는 교회 안에서 홀로 남아 사흘 밤을 보내게 된다.

영화의 비쥬얼적인 요소는.. 고골리 원작 뷔이에서 볼 수 있는 등골이 오싹한 몽환적 요소를 굉장히 잘 표현했는데, 그 예가 바로 도망가고 싶어도 도망갈 수가 없는 코마의 운명과 심리 상태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가 나온게 벌써 근 40년 전이니, 특수 효과 부분은 당연스럽게도 전혀 기대할 만한 것이 못되지만 마녀의 관을 두고 사흘 동안 기도를 올리는 코마의 모습은 특수효과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긴장감을 가져다 준다.

첫날은 마녀가 벌떡 일어나 코마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떠돌아 다니고, 이틀날은 관을 타고 하늘을 날며 코마를 찾고..

이 영화의 백미는 바로 사흘째 되는 날 밤. 마녀가 수많은 악마들을 소환하는 장면이다. 이 부분은 진짜 원작과 같은 긴장감이 몰려 들었다. 벽 사이로 크고 작은 악마들이 우르르 몰려 나오고, 앙상한 손가지가 튀어 나오는 게 캡 멋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악령 '뷔이'의 디자인이 약간 실망스러웠다.

간단히 결론을 짓자면 러시아판 괴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전설의 고향' '괴담' '유령 파티'와 같은 맥락에 놓고 보면 될 거라 생각한다.

어렸을 때 '마녀의 관' '요녀'를 본 적이 있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 클래식 호러 따위 보고 싶지 않아!라고 부르짖는 사람에겐 비추천한다.


덧글

  • zizi 2008/04/12 20:48 # 답글

    앗? 마녀의 관! 기억나요.. 오호~~ 그렇군요. 그렇군요..
    그거 참 재미있게 봤었는데. (친구 오빠의 책이어서 놀라갈 때마다 탐독..)
  • 잠뿌리 2008/04/12 21:51 # 답글

    zizi/ 영화도 재미있답니다.
  • --G-- 2008/04/12 22:39 # 답글

    영화도 좋다니 궁금하네요. 주인공은 소설 원작에서는 신학교 학생이라는 설정인데 아무리 러시아인(맞나요? 고골은 코사크 쪽 이야기를 많이 써서)이라지만 기껏해야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초반 나이에 저런 수염이라니... 좀 무섭군요.
    뷔이 역의 여배우는 꽤 미인이네요~.
  • 智媛 2008/04/13 00:32 # 답글

    밸리타고 왔습니다~
    와아...이 줄거리라면 초등학교때 읽었던 기억이 나요. 제목은 까먹었지만 그 내용만은 참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아있었죠. 원 안에서 기도하는 주인공은 마지막날을 보내고 난 후에 머리가 하얗게 세어있었다던가...(맞나?;)
  • BbasyLover 2008/04/13 00:33 # 답글

    오오 뿔님 밸리에 뜨신 듯 'ㅅ'
  • flechette 2008/04/13 01:21 # 답글

    뷔이라는 이름을 보고 혹시 그건가 해서 왔더니 맞군요. 지금도 괴기랜드가 아주 깨끗한 상태로 저희집 책장에 남아있답니다. 헌책방 순례중에 우연히 발견했는데 너무 깨끗해서 어째 좀 오싹했다는... 나온지가 20년 가까이 됐는데 말이죠. 어렸을 때 읽었던 이야기들중 제일 인상적인 것 중 하나였지요. 영화도 꼭 봐야겠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잠뿌리 2008/04/13 01:29 # 답글

    --G--/ 아, 저 여배우는 마녀 역을 맡았습니다^^; 뷔이는 인간 형태가 아니라 원작에서는 거대한 눈알 하나가 눈꺼풀에 감겨져 있는 외눈 거인으로 나오는데.. 영화에서는 눈알 4개 달린 기괴한 괴물 거인으로 나온답니다.

    智媛/ 그게 본래 내용에선 2일을 넘겼을 때 이미 공포로 머리가 새하얗게 변했고 3일 마지막 밤에는 새벽을 넘기지 못하고 죽어버립니다. 마법진 안에서 기도하던 걸 마녀가 요괴 뷔이를 불러서 신성한 주문을 꿰뚫어보게 하거든요.

    Bbasylover/ 벨리 전체 항목에는 처음 올라가보네요^^;

    flechette/ 저도 소장하고 있는 괴기랜드의 보존 상태가 다행히 양호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15년 전에 동네 서점에 주문해서 구입했었지요.

  • 헬몬트 2009/06/08 23:28 # 답글

    6년전인가 동네 어느 비디오 폐업가게 지나다가 바깥에 둔 비디오를 보고
    집었습니다..200원에 샀던 비디오

    정우씨네마에서 1991년에 냈죠
  • 헬몬트 2009/06/08 23:29 # 답글

    비디오 제목은 마녀전설.
  • 잠뿌리 2009/06/11 10:24 # 답글

    헬몬트/ 200원이라 땡 잡으셨군요.
  • 이준님 2009/07/14 16:24 # 답글

    정확한 발음은 "고골"이지요. 고골"리"는 일본식 발음의 한국화입니다. --

    고골의 작품중 타라스 불바(대장 부리바)는 이상하게 기억하시는 분이 드물군요. 하기야 저 어렸을때만 해도 영화 때문에 "부리바"가 꼭 명작집에 들어있었지만요
  • 잠뿌리 2009/07/16 18:02 # 답글

    이준님/ 백과사전과 고등학교 때 보던 세계 단편 소설집에도 고골리라고 나오던데 옛 시대의 오역이었군요. 저도 대장 부리바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ㅎㅎ
  • 헬몬트 2009/08/21 12:00 # 답글

    하긴 우리가 보통 아는 러시아 발음도 영어 발음이 대다수라 러시아 사람들에게 말하면 그게 뭐냐? 이런다죠

    시인 푸쉬킨.푸시킨 이러면 ???

    뿌쉬낀. 이래야지 알아듣던 것도 있다는^ ^;;

    그래서 요즘에는 러시아 전문가들이 번역한 세계명작이 보이죠

    똘스또이,쩨호쁘, 뚜르게네쁘,고골,고리끼,도스또예쁘스끼 같은
    원래 본토풍 발음 작가 이름으로요
  • 잠뿌리 2009/08/23 10:57 # 답글

    헬몬트/ 러시아어 발음이 참 어려워요.
  • 시몬벨 2019/11/15 22:41 # 삭제 답글

    오늘 바라노프 감독의 고골 시리즈 리뷰 올리신거 보고 이 영화 생각이 나서 유튜브에서 영어더빙판을 봤는데 처음 봤을때만큼은 아니라도 여전히 재미있네요. 마녀와 밤새 싸우고 맥 다빠진 주인공 옆에 하인들이 모여서 재밌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간밤에 무슨 일 있었냐고 물어보는 장면이 있는데, 주인공 입장에선 그 하인들이 진짜마녀보다 더 마녀같았을 것 같습니다.
  • 잠뿌리 2019/11/16 20:35 #

    마녀보다 지주가 더 무서운 구석이 있었죠. 죽은 딸이 주인공을 지명했으니 3일 동안 기도 안 해주면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감금한 거나 마찬가지라 악마보다 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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