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야크(leak, 1981) 2019년 인도네시아 영화




'푸트라 메이드'의 원작 소설을 '지미 아타마자'가 시나리오로 각색한 뒤에 H.TJUT
DJALL' 감독이 만든 순수 인도네시아 공포 영화.

이 영화의 소재는 인도네시아의 민간 전승 중 하나인 '랑다'와 '레야크'다.

조금 설명을 하자면, 인도네시아에 있는 작은 섬 가운데 '발리'라는 섬이 있는데 이곳에는 특수한 종교가 있으며 다른 곳에서 찾아 볼 수 없는 독특한 민간 전승이 있다.

그 전승 중 가장 유명한 게 바로 '랑다'와 '발룽'의 사투다.

랑다는 악의 화신으로, 본래는 마법을 사용하는 인간이었는데, 같은 인간을 원망하는 마음 때문에 악의 길로 빠져 신비한 악의 힘이 몸 안에 결집하여 마녀 랑다가 된 것이다.

랑다가 왼손으로 사용하는 마술은 흑마술로, 다른 여러가지 모습으로 둔갑하여 사람을 홀리며 질병을 퍼뜨리고 인간을 저주하거나 미혹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영화 소재의 중심은 그 대단한 랑다가 아니라, 랑다가 심부름꾼 악마로 쓰는 '레야크'다.

레야크는 변신 능력을 가진 식인 귀로 개와 돼지 같은 가축이나 아름다운 소녀로 둔갑할 수 있으며, 인간 속으로 들어가 그 사람을 조종할 수도 있다. 좋아하는 것은 인간의 피와 내장이며, 특히 아기의 것을 선호한다.

처음 시작부터 랑다가 등장하는 춤극인 '찰로나랑'이 나오면서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문구가 떠오른다.

소재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찰로나랑'에서 자비의 왕 엘랑가가 승려 무푸 바라타를 보내 랑다를 무찌르는데, 그러한 전승적 구조가 비슷하게 적용된다.

하지만 목만 남겨진 채 오장육부를 달고 둥둥 떠다니는 흡혈귀의 모습은 레야크 보단 말레이 반도의 민간 전승에 나오는 무서운 흡혈귀 '베난가란'과 흡사하다.

베난가란은 목만 남은 채 오장육부를 달고 하늘을 날아 다니는 흡혈귀로 산모와 아기의 피를 즐겨 마시는데, 사람들은 이 흡혈귀의 공격을 막기위해 창문 틈 사이에 창살을 박아 놓았다. 그렇게 하면 베난가란의 위나 창자가 걸려서 못움직이기 때문이다.

줄거리는, 호주의 여학생 캐시가 흑마술 연구를 위해 발리 섬에 찾아가고, 그곳에 사는 애인 핸드라와 알콩달콩 지내다가 흑마술을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캐내어 숲에사는 수상한 주술사를 찾아가면서부터 시작된다.

따지고 보면 캐시가 나쁜 여자란 게 다 보이는데, 기본적인 전개와 연출, 촬영 기법 같은 걸 보면 저예산이란 티가 난다. 물론 22년 전에 나온 영화라 특수효과가 구린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런 요소가 공포의 포인트를 대폭 깎기 때문에 그다지 무섭진 않다.

다만 이 영화는 소재가 굉장히 참신하고 나름대로 전승에 맞춰 무섭게 만들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러시아산 공포 영화 '뷔이'가 유럽판 전설의 고향이면, 이 영화 레야크는 동남아시아판 전설의 고향이라 할 수 있겠다.

베난가란의 설정을 섞은 듯한 레야크의 목만 남은 버젼은 그다지 호러틱하지 않지만, 그게 하늘을 떠다니며 희생자를 찾는 건 제법 멋진 연출이며 산모의 자궁에 얼굴을 박고 피를 빨아 먹는 장면은 효과음을 조금 더 신경써서 만들었으면 충분히 백미로 남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원체 효과음이란 게 진짜 전설의 고향에나 나올 법한 늑대 울음 소리와 참새 울음 소리, 거기다 구닥다리 칼질 소리라서 청각적인 부분의 재미를 충족시켜주지 못한 게 참 아쉽다. 하지만 찰로나랑 등을 바탕으로 한 BGM은 상당히 분위기에 잘 맞아 떨어지는 편이다.

다른 건 다 좋고 특수효과 구린 것 까지 이해할 수 있지만, 클라이막스 장면에서 찰로나랑의 한 장면을 연출은 이 영화를 빈티나게 만든다. 물론 전승에 따른 권성징악의 측면으로 보면 상당히 잘 만든 거지만 워낙 옛날에 나온 거라, 막 손에서 빔과 뱀 모양 레이져를 쏘는 특수 효과는 김청기 감독의 '우뢰매'마저 연상시킨다.

뭐 그래도 소재가 상당히 참신하고 인도네시아산 공포 영화란 점을 감안해 본다면 충분히 평작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이 영화는 내가 난생 처음 본 인도네시아 영화이자, 인도네시아산 호러이기 때문이다.

동남아판 전설의 고향은 어떤지 궁금한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 하지만 전승을 기초로 한 클래식 호러 따윈 지루하고 유치해서 싫다는 사람에게는 비추천한다.

일본판 제목은 '목만있는 여자의 공포.' 미국판 제목은 '미스틱 인 발리'. 인도네시아산 원제는 '레야크'등 상당히 다양한 제목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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