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귀신 이야기를 다룬 괴담물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은 무엇인가? 누군가 그렇게 묻는다면 난 바로 이 작품이라고 자산있게 말할 수 있다.


'공포특급' 이 작품은 국내 괴담물의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다. 1980년대 말과 초반에 인기를 끌었던 괴담물은 주로 아동의 눈높이에 맞게 쓰여진, 어디까지나 아동 도서였는데. 1993년에 이 공포특급이 나오면서 국내 괴담물의 대상 연령을 한층 높였다.
이 작품에서 수록된 이야기는 오리지날 창작은 아니다. 통신가에 떠도는 현대의 도시 괴담을 모아서 책으로 엮은 것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고 오로지 공포라는 하나의 주제를 위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이야기이기 때문에 큰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지나치게 초현실적이지도 않고 충분히 현실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 그리고 최대한 군더더기없고 가벼운 필체로 그냥 친구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무서운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쓰여졌기에 몰입감이 상당히 높다.

크게 아파트, 학교, 산장, 도시. 이렇게 4가지 대주제로 구분지어 각 배경에 맞는 이야기를 수록했다. 밤늦게 공부를 하고 집에 돌아가던 주인공이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이상한 느낌이 들어 어느날 어머니한테 마중을 나와 달라고 부탁했는데, 무사히 합류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던 중에 갑자기 항상 멈추던 곳에서 땡하고 서더니 어머니가 고개를 푹 숙이고는 '내가 아직도 네 엄마로 보이니?'라고 말하는 이 에피소드는 진짜 왠만한 사람은 다 기억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쉬어가는 페이지 정도의 의미로 휴게소란 항목에서는 해외 토픽에 소개될 법한 외국의 기이한 사건 사고와 무서운 체험담이 나온다. 다행히 이 휴게소 페이지의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 이건 분명한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공포특급이란 책이 메인으로 다룬 이야기가 무엇인지 확실히 구분을 지은 것이다.
같은 시기에 나온 괴담 도서 중에 대부분이 순수 괴담과 체험 실화, 외국의 유명 공포 소설을 마구 짜집기 해서 본래의 성질을 잃어버린 것과 비교하면 이쪽은 진짜 제대로 된 거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 중에 가장 무서웠던 건 바로 이거다. 사실 다른 것도 무서운 게 많지만 그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게 이 '삐에로 인형'이다.
장난감 가게에서 삐에로 인형을 팔면서 절대로 인형과 단 둘이 있지 말라고 충고를 하는데, 인형을 사간 어머니가 그걸 까맣게 잊고 아들과 단 둘이 남겨 두었다가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아들은 온데간데 없고 피로 물든 삐에로 인형이 씨익 쪼개며 '또 둘이네'라고 말하는 이야기다.

이 책이 나온 1993년은, 보다 더 다양한 연령층이 공감하는 공포물 붐을 일으켰다. 아마도 통계상으로 국내의 괴담 도서 중 가장 많이 팔린 게 아닐까 싶은데. 일단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10쇄판이다.
마지막으로 찍힌 게 몇 판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옛날이나 지금이나 국내에 나온 괴담 도서 중 이 책 만큼 많이 팔린 건 없었다.
여담이지만 한국의 공포 영화 중에 '공포특급'이란 제목의 영화가 있는데 그 작품과 이 책은 완전 별개의 것이다.
마지막으로 책 입수에 대한 걸 회상하자면..
헌책방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눈에 띄어서 1000원에 입수. 워낙 유명하고 또 잘 팔린 책이라 구하는 게 아주 어렵지는 않은 편이다. 왠만한 헌책방이라면 몇권씩 다 구비되어 있을 거라 보는데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오리지날 공포특급은 저렇게 표지가 촌스럽다는 것이다.
오리지날 공포특급은 사실 이 한권으로 끝났지만 수년 후에 공포특급이 다시 찍히면서 어느새 시리즈물이 되어 4권이 되어 돌아왔다. 나중에는 공포특급 2000이라는 제목으로 또 재발간됐는데 이런 건 교보 문고나 영풍 문고 같은 대형 서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공포특급 4권짜리는 사실 1권만이 오리지날 공포특급이고 2권은 체험 실화, 3권부터는 한국의 통신가에서 인기를 얻었던 공포 소설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아무튼 공포특급은 그야말로 국내 괴담 도서의 지존! 이 책을 보지 않고서야 국내의 괴담 도서를 논할 수는 없다고 본다.
그럼 오늘은 이만 안녕~
다음 이 시간에는 또 다른 희귀 도서를 소개하겠다.
덧글
RIMA/ 저도 맨 처음 저 책을 봤을 때가 빌려봤을 때였습니다.
나인테일/ 그 삐에로 인형 처음 읽었을 때는 무지 무서웠습니다.
바람의 자유/ 아마도 80~90년대 세대라면 누구나 집에 한권 쯤 가지고 있거나 혹은 빌려봤을 정도로 잘 나가던 책이었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몇몇 공포까페에서는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분위기도 있더라구요~ 저 책이 일본에 떠돌던 괴담류 모음집을 그냥 그대로 출판한 거라는 얘기가 있어서요. 그 때는 저작권이 그리 중요시 되지 않던 때라. 그 이후로 우리 나라 괴담문화가 저렇게 단편식으로 정착이 되어서 긴 호러 소설류가 아쉽게도 발전하지 못했다구 하더라구요~
그게 공포특급이라는 책에 실려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다가 이 블로그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제 기억에도 공포특급 류의 책이었던 것 같은데 파란색 표지였던 것 같기도 하고, 책에 사진은 따로 없었던 것으로 기억해서 이 책이 정말 맞는지는 모르겠어요.
정말 정말 실례지만, 혹시 잠뿌리님께서 아직 본문의 책을 갖고 계시고 또 괜찮으시다면 위에 말씀드린 닭이 된 여자의 이야기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도움을 주실 수 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몇 년째 찾고 있는 책이라 실례를 무릅쓰고 꼭 좀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