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트(The Mist, 2007) 2008년 개봉 영화



 

2007년에 스티븐 킹 원작 소설을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이 영화로 만든 작품. 원작으로부터부터 무려 27여년이 지난 뒤에 만들어졌다.


내용은 호숫가 마을 롱레이크에서 어느날 안개가 자욱하게 끼면서 안개의 영향권에 있던 사람들이 무차별적인 습격을 받는 가운데, 주인공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이 대형 마트에 갇혀 고립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안개 속에 숨어 있는 정체불명의 존재들이 인간을 습격한다 라는 소재를 놓고 보자면 존 카펜터의 영화 '포그'가 생각나긴 하지만 어쨌든 스티븐 킹의 원작도 포그와 같은 시기인 1980년대에 나왔고 또 실제 내용은 완전 다르다.


포그 같은 경우는 바닷가 마을에 사는 주인공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막판에 성당에서 최종 결전을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처음부터 사람들이 대형 마트에 갇혀 고립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포인트는 사실 안개의 습격이란 재난물적인 소재보다는, 재난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추잡한 본성을 다루고 있다.


광신자에 가까운 커모디 부인이 공포에 빠진 사라들을 선동하여 마트라는 작은 세계의 성자로 군림하여 산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등 광기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포인트인 것 같다.


마트 안에 고립된 사람들이 점점 불안과 공포에 빠져 미쳐 가는 과정이 재미의 포인트인데 사실 그 외에 안개 속에 숨어 있다 마트 안에 침입하는 박쥐 괴물이라던가, 육지 문어(?) 같은 크리쳐들도 무서움을 안겨주는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 크리쳐들의 존재가 이 작품의 품격을 떨어트린 것 같다.


벌레와 모기, 박쥐, 문어 등의 기괴한 크리쳐들을 그렇게 대놓고 내보낼 필요성까지야 있을지 의문이다.


오컬트+서스펜스+스릴러에 갑자기 스타쉽 트루퍼스와 에일리언에나 나올 법한 SF 크리쳐가 접목되면서 비쥬얼적으로 블록버스터를 노렸으니, 이 작품의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리면서 싸구려 괴수 영화 취급을 받는 것에 대해선 뭐라 할말이 없다.


사실은 종래의 SF물보다는 러브 크래프트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그렇다고 해서 공포의 실체를 밝히는 것은 은근히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여 긴장감을 주는 호러물의 모범적인 전개와 반대되기 때문에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뭐라고 할까, 조악하게 비유하자면 엑소시스트에서 리건의 몸에 씌인 바빌로니아의 악령 파주주가 뿅하고 나타나 최첨단 특수 효과로 만들어진 CG 몸체를 마구 움직여 멀린&카라스 신부와 엑소시즘 배틀을 벌인다거나, 오멘에서 666의 소년 데미안이 묵시록의 두 짐승의 본 모습으로 슝하고 변신하여 8개의 머리를 휘날리며 메기도 블레이드로 무장한 신의 사도와 맞짱을 뜨는 것 같다고나 할까.


즉 고립된 마트 안의 광기라는 공포 포인트와 21세기의 발전된 특수 효과를 유감없이 발휘하여 만든 육지 문어, 모기, 박쥐, 거미 군단이 선사하는 SF 크리쳐물은 정말 배합이 안 맞는다 이 말이다.


그래도 그런 단점을 커버할 만한 장점이 많은 영화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재앙에 직면한 인간의 광기, 나약함 등을 잘 나타냈다. 거기에 한 가지 장점을 더 추가하자면 헐리웃 영화의 금기를 마구마구 깨트렸다는 점이다.


이 작품에서 깨진 헐리웃 영화의 금기는, 곧 헐리웃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거부감과 찝집함을 안겨주기 때문에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그 파격성 만큼은 높이 사고 싶다.


이전에도, 앞으로도 과연 이 작품만큼 지독한 엔딩이 또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악이 승리하고, 세상이 멸망하고 헐리웃 영화의 기본 공식에 반대된 영화는 이전에도 수없이 많았지만 이 작품의 엔딩만큼 지독한 건 없었다. 여러 개의 금기를 한꺼번에 깬 그 엔딩은 후대에도 길이 남을 것 같다.


이만큼 지독한 엔딩은 MSX로 나온 코나미의 명작 게임 '우사스', 이탈리아 스파게티 호러의 거장 루치오 풀치 감독의 '비욘드' 정도 뿐이다.


결론은 미묘. 영화는 반드시 헐리웃 영화의 공식에 따라서 제작되고 끝마쳐야 한다! ..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는 그리 권할만한 영화는 아니지만, 그런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은 열린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권해 주고 싶은 작품이다



P.S: 스티븐 킹의 호러 소설들은 언제나 일상을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동네, 우리의 이웃이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공포와 위협을 숨기고 있죠. 그런데 이 작품, 미스트는 정말 지독합니다. 이런 스토리를 1980년대에 글로 썼다니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주연 배우가 인터뷰할 때 이러지 않았을까 싶네요. 감독이고 원작자고 존내 지독한 놈들이다! ..라고 말입니다. 사족을 붙이자면 이 작품의 원작이 처음 공개됐을 당시 스티븐 킹과 기독교 단체가 얼마나 충돌을 했을지 안 봐도 대충 상상이 갑니다.




덧글

  • 시몬 2008/05/19 02:28 # 삭제 답글

    저도 스티븐킹의 단편 미스트를 읽어봤지만 영화와달리 '마지막엔딩이 괴물들이 출몰하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친다'는 내용외에는 큰 특징을 못 발견했는데요. 뭔가 기독교의 신경을 건드릴만한 신성모독적인 표현이 원작내에 들어있었나요?
  • 잠뿌리 2008/05/19 09:29 # 답글

    시몬/ 마트에서 사람들을 선동해서 괴물들한테 제물로 바치게 한 여자가 광신도거든요.
  • 반정친마 2009/05/23 19:32 # 삭제 답글

    부산에 있는 모 백화점에 이거랑, 미저리,캐리 원작 영어로 된거 있는걸 본적 잇다죠 ㄷㄷㄷ 잠뿌리님 근데 "The Stand" 라는 소설 영화로 나온적이 있나요? 본적이 없어서
  • 잠뿌리 2009/05/25 20:32 # 답글

    반정친마/ 전 처음 들어보는 제목입니다.
  • 박스쵸알 2009/07/26 23:22 # 삭제 답글

    the stand는 우리나라에 미래의 묵시록이라는 제목으로 이번에 완역본 재출간 된 소설입니다.
    원작소설은 70년대에 나왔고, 80년대에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원작 소설은 동일 제목의 4부작 TV용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DVD로 출시되었습니다.
    내용은 소설과 비슷한걸로 알고있습니다.
  • 잠뿌리 2009/07/30 12:54 # 답글

    박스쵸알/ 정말 오래 전에 나온 책이군요.
  • MrCan 2009/10/25 03:51 # 답글

    괴물보다 사람을 봐야할 영화
  • 잠뿌리 2009/10/26 00:08 # 답글

    MrCan/ 사람이 지독한 영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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