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뿌리의 아무 게임이나 막하는 트위치 방송 프리토크


잠뿌리의 아무 게임이나 막하는 트위치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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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플레이 목록 (수시 갱신, 에디트 사용, 스토리 정주행, 엔딩보면 종료)

MAME
로드 오브 킹 (클리어 완료)
에드워드 랜디 (클리어 완료)
스타 글라디에이터 2 (클리어 완료)
천외마경 진전 (클리어 완료)
바이올런트 스톰 (클리어 완료)
언더 커버 캅스 (클리어 완료)
골든 엑스: 데스 아더의 복수 (클리어 완료)
나이트 슬래셔 (클리어 완료)
크라임 파이터2 (클리어 완료)
라스탄 사가 3: 워리어 블레이드 (클리어 완료)
아스테릭스 (클리어 완료)
D.D 크루
챔피언 레슬러
레이지 오브 드래곤

PS1
무서운 사진
오공전설
미즈키 시게루의 요괴무투전
트와일라잇 신드롬 - 1챕터 클리어
클락타워 외전 고스트 헤드 - 1챕터 클리어
파랍파 더 랩퍼 - 2스테이지 클리어
아테나 - 어웨이크닝 프롬 더 오디너리
무사도 블레이드
데빌맨
아랑전설 와일드 앰비션

PS2
버추어 파이터 4 에볼루션
데프 잼 벤데타
블러디 로어 3
반숙 영웅 VS #D
클락타워 3 - 2챕터 클리어
령 제로 1 - 1챕터 클리어
구원

3DS
프로젝트 크로스존 2
요괴워치 1
페르소나 Q 1
페르소나 Q 2


[스팀] 퍼스트 퀸 1 NEXT 오르닉크 전기 (ファーストクイーン1NEXT オルニック戦記.2020) 2022년 스팀 게임




2020년에 ‘呉ソフトウェア工房(쿠레 소프트웨어 공방)’에서 스팀용으로 출시한 SRPG 게임. 자사의 대표 SRPG 게임 ‘퍼스트 퀸’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 ‘퍼스트 퀸 1 오르닉크 전기(1988)’를 리메이크한 것이다. 퍼스트 퀸 4(1994)로부터 무려 16년만에 나온 본가 시리즈 최신작이다.

내용은 ‘로그리스’ 대륙에서 ‘오르닉크’ 왕을 폐하고 오르니크의 여왕을 자처한 ‘캐서린’이 로그리스 통일을 천명하며 군대를 일으켜, 대륙 전체가 전화의 소용돌이에 빠지고, ‘리치몬드’ 마을을 다스리던 ‘리치몬드’ 백자이 오르닉크 군대와 싸우다가 가까스로 살아서 도망쳐 본국인 ‘카딕크 성’으로 귀환해 ‘펠리스’ 왕으로부터 부대를 지원 받아 오르닉크 군대와 맞서 싸우기 위해 출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게임 조작은 화면 상단의 아이콘을 클릭하는 것부터 시작해 마우스가 거의 필수라서, 조이패드 같은 컨트롤러만으로는 모든 조작을 다 할 수 없다. 오히려 조이패로 컨트롤 가능한 건 아날로그 스틱으로 현재 조종하는 유니트를 이동시키고. 버튼을 눌러 대화, 마법 사용. 십자 패드를 움직여 유니트를 변경하는 것 정도 밖에 못한다.

조이패드+마우스 동시 사용이 번거로워서 차라리 그냥 키보드로 플레이하는 게 편할 정도다.

게임 인터페이스가 시리즈 마지막 작품인 퍼스트 퀸 4를 베이스로 한 게 아니라서 굉장히 낡고 불편하다.

일단, 월드 맵을 기본 지원하지 않아서, 맵과 맵 사이를 이동할 때 월드 맵이 뜨지 않고. 이동 가능한 2군데의 장소가 나와서, 둘 중 어느 곳으로 이동하겠냐는 선택지가 떠 월드 맵 상에서 현재 위치를 가늠할 수 없다.

화면 상단의 책 아이콘이 도움말 기능을 하고 있는데. 여기서 맨 밑에 있는 게 '전체 맵 표시'를 클릭해야 수동으로 월드 맵을 볼 수 있다. 왜 월드 맵 정보를 도움말 아이콘에서 찾아봐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고. 또 그게 엄밀히 말하자면 '월드'가 아니라 '전체 맵'이라 맵 자체가 한눈에 다 들어오는 게 아니라. 현재 위치만 확대되서 보이는 관계로 다른 장소는 스크롤 저편에 가려져 있고. 마우스 왼쪽 버튼을 꾹 누른 채 드래그하면 느릿느릿하게 스크롤이 움직여 화면이 전환되니 존나게 불편하다.

게다가 전체 맵은 위에서 말한 현재 위치의 확대만 가능하지, 적 부대의 위치는 보여도 부대 편성 정보를 전혀 알 길이 없어 거의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적을 요격해야 한다.

맵과 맵 사이를 이동할 때도 몬스터가 나오는 구간을 지나치는 게 존나 번거로운데. 퍼스트 퀸 4 때는 월드 맵에서 맵과 맵 사이를 이동할 때 탐색, 적 부대와의 교전, 중립 세력과의 접촉 이외에는 이동 좌표를 찍어 한 칸 단위로 넘어갈 수 있어서 굉장히 편했는데. 왜 그 좋은 시스템을 채택하지 않은 건지 알 수가 없다.

몬스터가 등장하는 맵은 지나치게 넓어서 전투를 해도, 피해서 지나가는 것도 시간이 오래 걸려서 사람 지치게 만든다.

맵에 몬스터가 있으면 세이브/로드가 불가능하고, 맵상에 건물이 있는 곳도 몬스터가 있으면 들어갈 수 없게 되어 있어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몬스터를 괴멸시켜 캠프를 활성화시켰을 때, 부대/아이템 커맨드창을 열었다가 닫으면. 플레이어가 직접 조종할 출동 부대를 골라야 하는데. 이때 선택한 부대로 출동해 이어서하면 맵상의 몬스터가 다시 리셋되어 캠프를 또 열 수 없다.

이때는 적 부대가 이동하지 않기 때문에, 드래곤볼의 시간과 정신의 방 마냥, 말뚝 박고 레벨 노가다하라고 만든 것 같은데. 실제로 레벨 노가다하기 좋은 장소에 짱 박혀서 그걸 반복하면 레벨은 쑥쑥 오르긴 하지만.. 캠프 열고 닫을 때 리셋되는 과정에서, 아군 유니트한테 아이템 장비시키는 게 힘들어진다.

정확히는, 아이템을 적재적소에 장비해서 쓰고 싶어도. 캠프 열어서 아이템창 활성화시킨 다음. 아이템 한 번 장비한 뒤 몬스터가 리셋되어 다시 싸워야 하는 상황이라 불편한 것이다.

아이템 회수는 맵을 돌아다니다가 랜덤의 확률로 얻거나, 맵상에서 조막만한 아이콘 표시로 깜빡깜빡거리는 걸 입수하는 것. 상자를 여는 것 등이 있다.

아이템은 마을 내 상점에서도 구입 가능한데. 아이템 구입에 사용되는 게 ‘돈’이 아니라 ‘포인트’로, 이 포인트는 적 병사나 몬스터를 해치울 때 1자리수로 찔끔찔끔 오르고. 게임 플레이 내 주요 이벤트를 봤을 때 정도야 백 단위로 오른다.

아이템뿐만이 아니라 클래스 체인지를 하거나, 용병을 고용할 때도 포인트를 소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플레이 내에 포인트 벌기가 굉장히 힘들게 되어 있고. 이걸 제작진이 정신줄 놓고서 유료로 판매하는 걸 게임 안에 넣어 놓았다.

근데 이게 좀 되게 애매한 게, 스팀 내에서의 게임 상점 페이지에는 포인트 유료 구매란이 없는데. 인게임에서 스토어에서 유료 구매를 할 수 있게 항목을 만들어놔서 스팀 이식판에 대한 검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

아이템은 같은 아이템의 소지 제한이 99개인데, 아이템을 새로 얻는, 전체 아이템의 보유 제한은 없다. 게임에 나오는 모든 아이템을 다 입수해도 슬롯창에 온전히 다 뜬다.

퍼스트 퀸 이전 시리즈에서는 아이템 슬롯창을 움직일 때 위에서 아래로 스크롤을 내리는 방식이었는데. 본작은 아이템창 하단의 노란 점을 클릭해 좌우로 드래그해서 슬롯 화면을 넘기는 방식이라서 조작이 좀 낯설어서 아이템 보유 제한이 있는 걸로 오인하는 경우도 생긴다.

부대 편성시 퍼스트 퀸 4처럼 종족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닌데, 시리즈 초대 작품이라서 그런지 가입 가능한 캐릭터의 수 자체가 현저히 적다.

진짜 영혼을 끌어모아서 게임 내 딱 1가지만 있는 독립된 클래스 캐릭터를 전부 모아도 20명이 채 되지 않는다.

퍼스트 퀸 4 때는 진짜 가입 가능한 동료 수가 너무 많아서 어느 세력에 소속되지 않은, 독립된 별개의 캐릭터만으로도 한 부대를 이룰 수 있었는데. 본작은 거기에 한참 못 미치고. 동료의 가입 시기도 빠른 편이 아니라서 플레이 초중반까지 오로지 기본 부대로 싸워야 한다.

기본 부대 이외에는 앞서 말한 포인트를 지불해 고용하는 용병과 적 부대의 리더를 격파하 후, 적 병사들이 도망칠 때 붙잡는 투항병 밖에 없다.

이 투항병도 퍼스트 퀸 4처럼 클래스가 다양하고 인원 수가 많아서 부대 편성 한계치를 초과할 정도로 많은 게 아니라서 사실 전력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대신 퍼스트 퀸 4 때는 지원하지 않는, 투항병의 클래스 체인지를 지원해서 끈기 있게 키우면 쓸만해진다.

용병 고용은 게임 진행 진도와 장소에 따라서, 중립 세력 및 적군 유니트도 고용할 수 있다. 최종 전투에 돌입하기 전 마지막으로 고용할 수 있는 용병은, 적 부대의 리더를 맡는 상급 유니트인데. 합류 시기가 너무 늦어서 별로 유용하지는 않다.

중립 세력은 ‘반어인’, ‘아마조네스’, ‘켄타우로스’, ‘드워프’, ‘요정’, ‘카멜롯(인간 기사)’ 등이 나오는데. 각각 반어인 VS 아마조네스, 켄타우로스 VS 드워프, 요정 VS 카멜롯. 이렇게 대결 구도가 성립되어 있어서 둘 중 하나의 세력과 동맹을 맺으면 다른 세력은 적대시된다.

요정과 카멜롯은 각각, 중요한 인물이 적군에게 납치된 상태라. 해당 인물을 구출해야 동맹을 맺을 수 있다.

요정은 ‘퍼스트 퀸 4’처럼 요정 부대로 가입하면서 버드맨을 소환하는 피리를 주기 때문에 전력에 큰 도움이 되는 반면. 카멜롯은 부대가 2개나 참전하지만 요정족에 비해 전력이 좀 약한 편이다.

카멜롯 부대의 리더는 시리즈 전통의 반 대머리 할아버지 ‘클레이’인데. 퍼스트 퀸 2는 아직 해보지 않아서 확인을 못했지만 퍼스트 퀸 3, 퍼스트 퀸 4에 계속 등장하는 것에 비해, 유니트 성능은 매우 낮아서 뭔가 했더니. 제작사 사장님을 패러디한 캐릭터라고 한다.

스토리는 ‘퍼스트 퀸 1’의 리메이크지만, 발매 시기적으로 ‘퍼스트 퀸 4’ 다음에 나온 본가 시리즈의 리메이크이기에, 퍼스트 퀸 1 원작에는 없는 내용이 추가되거나 각색되어 들어갔다.

예를 들면 퍼스트 퀸 1 원작에서는 시리즈 전통의 대마법사 ‘마사’가 NPC로 등장하는 구간에서, 본작에서는 퍼스트 퀸 4에 나온 바람의 왕 ‘바르톰’으로 변경됐고. 퍼스트 퀸 4의 주인공 정령왕 골드(아레스)와 바르톰, 니먼, 후레이아 등의 정령왕 4인방이 NPC로 등장하고. 시리즈 전통의 코스츔 파이터은 ‘칼(국내명은 칼브)’가 본작에 새로 추가됐다.

타임라인이 퍼스트 퀸 4의 시대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난 후, 퍼스트 퀸 1 NEXT로 이어지는 것이라, 퍼스트 퀸 3, 4의 최종 보스인 ‘갈루아’가 재등장하며, 스토리상 퍼스트 퀸 4 때 아레스 일행에게 쓰러진 후 힘을 모아서 부활하여, 오르니크 성의 ‘캐서린’을 배후 조종한 인물로 나온다.

시리즈 전체의 정확한 시간 연대가, 퍼스트 퀸 3 < 퍼스트 퀸 4 < 퍼스트 퀸 1 < 퍼스트 퀸 2 순서인 거다.

아군 유니트가 죽으면 사망 처리돼서 엔딩 때 생사 여부와 사망했으면 어디서 죽었는지 기록이 뜨는데. 이전 작은 그래도 아군 부대 한 두 개 정도 정예병으로 키워 놓으면 아군 사망자 한 명도 없이 클리어하는 게 가능하지만.. 본작은 그걸 진짜 물리적으로 어렵게 만들어 놓았다.

그게 오르니크 성의 최종 전투가 초원에서의 대회전과 오르니크 성의 실내 전투로 나뉘는데. 전자인 대회전의 구조가 진짜 지랄 맞게 만들어져 있어서 그렇다.

적 부대가 진짜 밑도 끝도 없이 계속 몰려나오는데. 이걸 아군 부대 1개로 요격하는 게 아니고. 플레이어가 선택한 부대 1개는 직접 조정하고. 다른 부대가 부대 번호 순서에 따라 강제로 원군으로 참전해서, 이때 아군의 원군은 직접 조종할 수 없기에 사상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

만약 정예병 하나만 키워서 승부를 볼 생각에, 다른 부대를 전혀 키워 놓지 않았다면. 그 상태 그대로 최후의 전투 때 원군으로 참전하는 것이라서 진짜 순식간에 녹아 버리듯 죽어 나가며 전사 메지시로 도배된다.

이 강제 원군은 적군이 전멸하기 전까지 계속해서 투입되기 때문에 중간에 증원을 멈출 수도 없다.

유니트 구성적인 부분도 좀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 많은데, 마법을 사용하는 매직 유저(마법사) 계열의 유니트가 매우 희소한데. 부대의 리더로 고정되어 있거나, 단독 행동이 디폴트 값이라 1인 1부대 편성밖에 못 하는 경우가 있어 아군 부대에 넣을 수 없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공격 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는 고사하고, 치료 마법을 사용하는 힐러 클래스도 없다. 수도사, 목사 클래스는 있는데 마법 기능은 전혀 없고 그냥 원거리 공격을 기본으로 한 궁병처럼 나와서 힐링의 ‘힐’자도 찾아볼 수 없다.

힐링 마법 자체가 존재하지 않고. 아이템이 대신하는데 그 회복 아이템이 성능이 좋을수록 가격이 비싼 데다가, 1회용 소비 아이템이다 보니 사용하는데 제약이 크다.

시리즈 전통의 간호사 유니트 ‘크리스틴’이 유일하게 힐러 역할을 하는데. 크리스틴은 마법을 쓰는 게 아니라 가까이 붙어 접촉을 통해서 회복시켜주는 것이라 전체 회복 마법 기능은 지원하지 않는다.

또 퍼스트 퀸 4에서는 ‘소환사’ 유니트가 굉장히 많이 나와서 소환수를 불러내는 것만으로도 전장을 꽉 채울 수 있을 정도였지만.. 본작에서는 소환사 클래스 자체가 존재하지 않고 아이템이 그걸 대처하고 있다.

그것도 대부분의 소환 아이템은 1회용이고. ‘엘프 왕관(천사 소환)’, ‘요정 피리(버드맨 소환)’, ‘개피리(늑대 인간 소환)’ 등. 단 3가지 아이템만이 소환술을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소환술은, 스태미나(퍼스트 퀸 4의 피로도)‘를 소비하기 때문에 남발할 수 없다.

마법사, 치료사, 소환사 등의 매직 유저들이 독립적인 클래스로 존재하지 않는 게, 퍼스트 퀸 이전 시리즈를 한 사람이 제일 적응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마을 내 무기점에서는 무기를 파는 게 아니고. 클래스 체인지를 지원하는데. 이게 또 각각의 마을마다 지원하는 클래스가 달라서 이거 일일이 찾아다니는 것도 되게 번거로운 일이다.

클래스 체인지를 한다고 해서 능력치가 비약적으로 상승하는 것도 아니고. 일부 능력치가 올라가는데 대신 레벨이 10 다운돼서, 다시 레벨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귀찮음이 배가 된다.

게임 플레이의 기본 전개상, 중립국은 둘 중 하나와 동맹을 맺어 다른 하나를 적으로 돌리지 않고, 그냥 방치한 채 게임을 진행해도 상관없다. 어느 세력과도 동맹을 맺지 않고 엔딩을 보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요정'과 '카멜롯' 중 하나와 동맹을 맺어야 레벨 상한이 해금되기 때문에 그 부분만큼은 선택 사항이다. 기본 레벨 상한은 50인데, 위의 조건을 충족하면 그 시점에서 레벨 상한이 70으로 올라간다.

게임 메인 스토리 진행은 ’리치몬드 계곡‘의 ’동굴‘에 들어가 ’드래곤‘을 격파해 ’부활약‘을 손에 넣고. ’리치몬드 마을‘ 주민들을 되살린 뒤. ’오르니크 왕국‘으로 통하는 다리에 도착해. 그곳을 넘어가면 최종 전투에 돌입하는 것이라 스토리 볼륨 자체가 생각보다 작다.

맵 이동과 집단 전투의 늘어짐, 레벨 노가다 등으로 많은 시간을 잡아 먹을 뿐. 정작 스토리 분량은 짧아서 게임 플레이 타임을 어거지로 늘려 놓은 느낌이다.

최종 보스인 ’갈루아‘는 난이도가 좀 미쳤는데. 광역 공격을 난사하는 건 그렇다 쳐도. 전갈 독꼬리로 푹 찌르면 즉사하는 공격을 가해서, 정면에서 붙어서 공격할 수 없게 만든다.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캐릭터 이외에 다른 아군 유니트는 전부 CPU가 조종을 하거, 자동 전투를 기본으로 한 난전이 벌어지는데. 최종 보스가 즉사기를 남발하는 상황이라 총체적 난국이다.

존나 힘들게 최종 보스를 격파해도, 최종 격전지가 무너져 내려 최종 보스전에 참여한 플레이어 캐릭터 전원이 행방불명되어 생사여부를 알 수 없고. 카딕크 왕국의 펠리스왕이 병사해서. ’소피아‘ 공주가 황녀가 되어 대륙 역사상 ’첫 번째 여왕‘이 된다는 게 엔딩 내용이라 존나 플레이어로 하여금 현타가 오게 만든다.

’퍼스트 퀸‘의 제목의 의미가 밝혀지는 내용이긴 하나, 그래도 존나 피땀 흘려 싸운 건 전장에 투입된 주인공들인데. 멀리서 안전한 본국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지켜보고만 있던 소피아가 무주공산에 깃발 세우고 대륙 통일 왕국 여왕이 됐으니. 삼국지 결말이 유비, 조조, 손권이 아닌 사마염이 천하통일한 걸 봤을 때와 같은 심정이 든다.

결국 최종 전투 때 플레이어가 조종하지 못하는 아군 유니트는 유니트대로 전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플레이어가 직접 조종하는 정예 부대도 행방불명에 생사 확인 불가 처리되어 최종 전투에 참여한 사람은 싹 다 죽으니 엔딩 달성감이 1도 없다.

그나마 몇 가지 괜찮은 점이 있다면, 퍼스트 퀸 4의 정령왕, 칼(칼브)가 출연해서 퍼스트 퀸 올드 팬에게 추억을 느끼게 해주었다는 것과 전투 때 HP가 많이 하락해 핀치에 빠진 유니트가 발생시 조종권이 자동으로 넘어가서 경고를 해주는 시스템의 추가, ’다크 세라핌‘에 나왔던 실시간 전투 도중의 유니트 말풍선 대사 추가 정도밖에 없다.

한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스팀 공식적으로는 한글화를 지원하지 않지만. 네이버 코에이 게임 한글화 카페에서 ’닥터 존스‘, ’쉔류‘ 유저가 100% 한글화를 했다.

오프닝, 엔딩, 대사, 이름, 지명, 기타 등 전부 다 100% 한글화됐고. 원본의 번역 한글 폰트가 가독성이 떨어져 메이플 스토리체 폰트를 ᄄᆞ로 지원하기도 해서, 한글화 자체도 꼼꼼하게 잘되어 있는데 폰트 선택까지 따로 할 수 있어서 한글 패치의 완성도가 높다.

결론은 비추천. 본가 시리즈 1탄의 리메이크인되 전작 넘버링으로부터 16년 만에 나온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이미 완성되어 있던 시리즈 이전 작의 게임 인터페이스를 채용하지 않고. 불편하고 낡은 방식의 게임 인터페이스를 고수해 조작감이 나쁘고, 그에 따른 퇴보로 인해 게임 플레이 감각이 시리즈 이전작과 너무 달라서 이질감이 느껴지며, 스토리 분량이 짧고, 영입 가능한 동료의 수도 이전 작에 비해 한참 적어서, 파고들 만한 요소가 적은 상황에, 맵 이동, 집단 전투, 레벨 노가다 등. 쓸데 없이 시간을 잡아 먹는 부분만 많은 데다가, 모바일 게임이 아니라 PC 게임인데 유료 포인트 서비스를 집어넣은 미친 행각에, 게임 전반의 완성도가 떨어져, 아무리 추억 보정을 해도 실드를 칠 수 없지만.. 한국 PC 게이머한테 ’퍼스트 퀸 4‘가 갖는 추억의 의미가 너무나 커서, 기대에 한참 못 미치고. 가열차게 디스하고 싶어도 옛정을 생각해서 차마 그럴 수 없는, 애틋한 게임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은 퍼스트 퀸 4의 등장 인물이 찬조 출연해서 그렇지, 기본적인 스토리와 게임 진행은 원작과 동일해서, 1994년에 슈퍼 패미콤용으로 이식된 ’퍼스트 퀸 1 오르니크 전기‘의 공략 정보를 찾아서 보는 게 더 쉽다.

퍼스트 퀸 1 NEXT의 공략 정보가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SFC판 퍼스트 퀸 1 오르니크 전기의 공략이 더 상세하게 나와 있어서 게임 진행이 큰 도움이 된다.

덧붙여 PC9801 원판에서는 부대 편성 인원이 20명이었던 게, SFC판에서는 16명으로 축소됐는데, 리메이크판인 본작에서는 다시 20명으로 늘어났다.

추가로 게임 오버 조건은 주인공인 ’레이몬드‘의 사망과 본국인 ’카딕크 성‘ 함락인데. 카딕크 성 침공 루트가 좌우로 하나씩 있는데. 좌측에서는 ’카틱크 보루‘, 우측에서는 ’보스 해안 북쪽‘에 부대를 짱 박아 놓으면 쉽게 방어할 수 있다.

보스 해안 북쪽은 발리스타가 다수 배치된 요새로, 적 침공시 발리스타를 기본 지원 받을 수 있어서 방어하기 굉장히 편한데 전작 퍼스트 퀸 4의 ’강가의 요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스팀판 가격은 2022년 6월까지만 해도 정가 12600원 정도였는데, 지금 2022년 10월 기준으로 별도의 할인 행사를 하지 않았는데 정가가 9500원으로 내려갔다.


[FB] 용호의 권(龍虎の拳.1992) 2022년 오락실용 게임




1992년에 ‘SNK’에서 아케이드용으로 만든 대전 액션 게임. 원제는 ‘龍虎の拳(용호의 권)’, 영제는 ‘Art of Fighting(아트 오브 파이팅)’이다. 네오지오 100메가 쇼크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발매 당시 용량이 102메가였다.

내용은 미국 ‘사우스타운’에서 극한류 공수도장을 운영하던 전설의 무도가 ‘타쿠마 사키자키’가 아내 ‘로네트’의 죽음 이후 실종되어 그의 아들인 ‘료 사키자키’가 여동생 ‘유리 사키자키’를 보살피며 거리의 파이터 일로 생계를 꾸려 나갔는데. 어느 날 유리가 누군가에게 납치당하자, 절친한 친구이자 극한류 공수도 동문의 라이벌인 ‘로버트 가르시아’와 함께 유리를 구하러 사우스타운을 돌아다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기존의 대전 액션 게임처럼 여러 명의 캐릭터를 고르는 게 아니고. 주인공인 ‘료 사키자키’, ‘로버트 가르시아’. 단 2명밖에 고를 수 없는데. 납치된 여동생을 구하러 거리의 강자들과 싸운다는 메인 스토리가 있어서 그렇다.

그래서 대전이 벌어지기 직전에 상대 캐릭터와 상호 대사가 있고. 대전 승리 후에 패자의 대사를 통해 스토리가 쭉 이어진다.

스토리 모드 진행 도중에 코인을 넣고 2P로 이어서 하면 일시적으로 VS 모드로 바뀐다.

VS 모드에서는 ‘토도 류하쿠’, ‘잭 터너‘, ’리 파이론‘, ’킹‘, ’미키 로저스‘, ’존 크로울리‘ 등등. 스토리 모드의 대전 상대가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해금된다. 중간 보스인 미스터 빅, 최종 보스인 미스터 가라데는 보통의 방법으로는 사용할 수 없고. 스토리 모드 진행 중 VS 미스터 빅, VS 미스터 가라데일 때 2P로 이어서하면 그때 한정으로 고를 수 있다.

VS 모드에서 승리 후 다시 스토리 모드로 전환되어 료, 로버트로 진행해야 한다.

게임 자체가 스토리 모드의 싱글 플레이를 염두해두고 만들어졌기에, 해금된 캐릭터들은 료, 로버트와 같은 기본기를 다 갖추지 못했다. 토도는 커맨드 입력 기술이 하나 밖에 없고, 잭은 유일하게 던지기를 할 수 있지만 삼각 뛰기를 못하며, 리는 앉아서 공격을 할 수 없는 것 등등. 여러 가지 제약이 있다.

게임 조작 방법은 기본적인 대전 액션 게임의 좌우 이동, 점프, 앉기, 점프 공격, 앉아서 공격을 다 지원하고. A버튼(펀치), B버튼(킥), C버튼(근접 시 던지기/떨어져 있을 때는 강 공격), D버튼(도발), A+C버튼(훅), A+B버튼(로우 킥), 점프+C버튼(뒤쪽의 벽 딪고 삼각 점프)다.

삼각 점프 기능을 지원하는 게 당시 대전 액션 게임 중에 최초인데, 이 벽 딛기라는 게, 스크롤이 끝나는 지점의 뒤쪽 끝을 향해 백 점프를 해서 C버튼을 누르면, 오른발을 뒤로 뻗어 벽을 딛는 포즈를 취해서 사용하기 어렵지는 않다.

커맨드 입력 기술은, 플레이어블 캐릭터인 료와 로버트 기준으로,

↓↘→+A버튼 = 호황권
↙→+B버튼 = 비연질풍각
→←→+C버튼 = 잠열권
→↓↘+A버튼 = 호포
→←↙↓↘→+A버튼 = 패왕상후권
↓↘→++C, A버튼 = 용호난무

등의 7가지 기술이 있다.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와 아랑전설에서는 커맨드 입력 기술을 사용하는데 제한이 없지만. 본작에서는 ‘기 게이지’ 시스템을 도입해서 커맨드 입력 기술을 사용할 때마다 기 게이지를 소비한다.

기 게이지가 바닥을 드러내면 커맨드 입력 기술의 위력도 대폭 반감되어 장풍을 쏴도 앞으로 나가지 않고 손짓만 취하는 수준이 되어 버린다.

‘도발’ 기능을 지원해서 D버튼을 눌러 상대를 도발하면, 상대의 기 게이지를 깎을 수도 있다.

깎인 기 게이지를 다시 채우는 방법은 A, B, C, D의 4가지 버튼 중 하나를 꾹 누르고 있으면 기를 모으는 모션을 취하면서 기가 차오른다. 기를 모을 때는 완전 무방비 상태이기 때문에 아무 때나 남용을 하면 안 된다.

기본 커맨드 입력 기술은 호황권, 비연질풍각, 참열권의 3가지고. 호포는 기 게이지를 소비하지 않지만 대신 가드 데미지도 없는 특수기에 가깝고. 패왕상후권과 용호난무는 반대로 기 게이지가 꽉 차 있을 때, 한 번에 전부 소비하는 기술이다.

시기적으로 대전 액션 게임 사상 최초로 초필살기의 개념이 도입된 것이 본작인데. 정확히는, 초필살기가 ‘패왕상후권’이고. ‘용호난무’는 숨겨진 필살기인 ‘비오의’로 표기된다.

패왕상후권은 보너스 스테이지에서 표적을 향해 패왕상후권 6번 성공해야 입수할 수 있고. 용호난무는 그런 조건 없이 처음부터 사용 가능하지만 체력이 1/4로 떨어졌을 때 사용할 수 있다는 제약이 있다.

보너스 스테이지는 패왕상후권 연습 이외에, 타이밍에 맞춰 버튼을 눌러 게이지가 차 오른 만큼 병 맥주의 목을 따는 것과 버튼을 연타해 게이지를 최대한 끌어올려 얼음을 깨부수는 것이 있는데. 전자는 최대 체력이 증가하고, 후자는 최대 기 게이지가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다만, 해당 보너스 게임에 최대치의 결과를 내야 성공한 것으로 간주되고. 조금이라도 모자라면 수행에 실패했다는 메시지가 뜨며 아무런 보너스 효과도 받지 못한다.

용호난무의 커맨드는 레버 입력 자체는 호황권과 동일해서 간편한데, A, C 버튼을 동시에 입력하는 게 아니라 시간차를 두고 C버튼 먼저 누르고, 그 뒤 재빠르게 A 버튼을 눌러야 한다. 이게 언뜻 보면 쓰기 까다로울 것 같지만, C 버튼 누르고 A버튼 누르는 타이밍이 엄격하지는 않아서 의외로 너무 쉽게 시전된다.

기술을 시전한 직후 무작정 앞으로 뛰어가서, 상대의 공격에 캔슬될 수도 있지만. 중간에 막히지만 않으면 가드 불능에 엄청난 데미지를 자랑해서 일단 한 번 때려 맞추면 일발역전이 가능하다.

기 게이지를 소비해 커맨드 입력 기술을 사용하고, 필살기, 초필살기 개념을 도입한 것까지는 참 좋은데. 대전 게임으로서의 만듦새 자체가 썩 좋은 편은 아니다.

게임 플레이 내 움직임이 좀 매끄럽지 못하고 빡빡한 편이라서 기본 공격기가 뭔가 좀 느릿느릿한 느낌인데, 펀치, 킥은 넉백 효과로 인해 상대가 뒤로 물러나고, 강 공격은 상대를 다운시켜서 연속 콤보를 사용할 수 없다.

기절 상태인 ‘스턴’이 랜덤으로 발동하게 되어 있어서 약 공격을 잘못 맞으면 스턴 상태에 빠질 수도 있고, 캐릭터별로 ‘약점’ 부위가 있어서 약점 부위를 때리면 데미지가 배로 들어가 강력한 기술이 아니더라도 약 공격만으로도 에너지가 쭉쭉 달아버리며, 공격의 캔슬 요소가 좀 과도해서 게임 플레이의 맥을 끊어 버릴 정도라서 대전 액션 게임으로서의 밸런스가 좀 나쁜 편이다.

공격의 캔슬 요소는, 점프를 하든, 커맨드 입력 기술을 하든. 타이밍에 맞춰 기본기로 툭 치면 공격이 끊어지는 건데. 이게 플레이어만 사용 가능한 게 아니라 CPU한테도 고스란히 적용돼서, 뭐만 하면 CPU의 기본기에 캔슬 당해 꾸어어어어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지니. 처음 플레이했을 때는 되게 어렵게 다가왔다.

던지기도 타이밍에 맞춰 버튼을 눌러 잡아 던지는 게 아니라. 최대한 가까이 붙어서 잡아 던지는 것인데. 이 접촉 판정이 좋지 않아서 사용하기 어렵다.

커맨드 입력 기술은 딜레이가 있어서 단독으로 쓰기도 좀 어려울 때가 있다.

스트리트 파이터의 파동권에 해당하는 ‘호황권’만 해도, 한 손을 휘둘러 장풍을 쏘는 모션을 취할 때와 손끝에서 장풍이 쏘아져 나가는 그 순간까지의 딜레이가 길어서 파동권 감각으로 쓸 수가 없다.

‘비연 질풍각’은 후대의 시리즈에서는 저축 계열 기술로 나온 반면. 초기작인 본작에서는 즉석에서 곧바로 사용 가능하지만 호황권 만큼이나 발동 속도가 느리다.

발동 속도가 빠른 기술은 ‘잠열권’으로, 연속 펀치를 날리는 기술인데. 당시 연속 펀치 기술은 펀치 버튼을 연타해서 사용하는 반면. 여기서는 커맨드 입력 기술로 나가 자동 연속 펀치를 날리게 되어 있다.

한 방이라도 맞으면 연속 펀치 전타가 명중해서 짜릿한 쾌감이 있지만.. 반대로 가드하면 연타 모션만 취할 뿐, 한 대도 못 때리고 다 막히는 데다가, 빈틈까지 생긴다.

커맨드 입력 기술의 의의가, 기본기와 커맨드 입력 기술을 섞어가며 플레이하라고 넣은 게 아니라. 사용 제한이 있고 판정도 개판이지만, 어떻게든 때려 맞추면 일단 존나 아파서 데미지가 높으니, 그걸로 역전을 노려라! 라는 느낌이다.

패왕상후권, 용호난무 같은 초필살기, 비오의도 그런 매커니즘에서 도입된 것 같다.

게임 조작감과 판정이 그리 좋지 못하지만, 그래도 스트리트 파이터의 아류작이라고 무작정 깔 수 없는 장점도 좀 있다.

스토리 모드에서의 극한류 일가의 대사 음성 지원과 게임 플레이 내에 줌인/줌아웃 기능을 도입해 가까이 붙으면 캐릭터가 큼직해지고, 멀리 떨어지면 캐릭터가 작아져 화면의 입체감을 살렸고, 때릴 때의 기합, 맞을 때의 신음, 커맨드 입력 기술을 사용할 때의 또렷한 기술명 등이 박력이 넘치며, 얼굴을 공격당했을 때 피멍이 들며 부어오르거나. 선글라스가 날아가고. 홍일점인 ‘킹’의 경우, 호황권으로 피니쉬를 가하면 웃옷이 찢기는 탈의 요소가 나오는 것 등등. 디테일한 연출이 돋보인다.

그리고 납치된 여동생을 구출하러 거리의 강자들을 족치고 다닌다는 단순한 스토리이긴 하나, 플레이어 셀렉트 캐릭터의 개별 엔딩만 있는 게 아니라. 게임 자체적으로 메인 스토리가 따로 존재한다는 것도 당시 대전 액션 게임에선 보기 드문 것이라 신선하게 다가온다.

최종 보스 ‘미스터 가라데’ 격파 후, 미스터 가라데의 정체가 밝혀지려는 순간. 게임이 끝나고, 이후. 후속작인 ‘용호의 권 2’에서 그와 관련된 떡밥을 풀며, 극한류 일가가 총출동하게 되는 스토리 떡밥 회수도 좋은 설계라고 할 수 있다.

결론은 추천작. 게임 조작감과 판정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고, 랜덤 스턴과 캔슬 공격의 남발이 게임 플레이의 맥을 뚝뚝 끊어 먹어서 게임 밸런스가 나쁜 편에 속해 대전 액션 게임으로서의 완성도가 좀 모자라지만.. 스토리 모드, 기 게이지, 도발, 초필살기, 비오의 등등. 당시 기준으로 기존의 대전 액션 게임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요소들을 도입했고, 줌인/줌아웃 기능과 박력 있는 효과음, 또렷한 음성 지원 등등. 비주얼과 사운드적인 부분에서 100메가 쇼크 게임의 위용을 자랑해서, 뭔가 대전 액션 게임으로서 만듦새가 어설픈 점도 있지만 놓칠 수 없는 장점도 있어 일장일단이 있는 게임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은 네오지오, 네오지오 CD, 슈퍼 패미컴, 메가드라이브, PC엔진 등의 콘솔용으로 이식됐는데. 네오지오판은 아케이드판과 동일하고. 슈퍼 패미콤, 메가드라이브, PC엔진은 기기의 사양상 다운그레이드 이식됐다.

이중에 슈퍼 패미컴판의 스토리 모드 엔딩이 다른데, 본래 아케이드판의 엔딩은 미스터 가라데의 정체가 밝혀지기 직전에 끝나지만. 슈퍼 패미컴판에는 미스터 가라데의 정체가 ‘타쿠마 사키자키’로 밝혀진 후. 그의 입을 통해 아내 ‘로네트’를 죽인 범인을 찾지 못했지만, 유리 납치 사건의 흑막이 아랑전설 1의 최종 보스 ‘기스 하워드’로 ‘제프 보가드’를 제거하기 위해 타쿠마를 이용하려고 했던 것으로 드러난다.

후속작인 ‘용호의 권 2’에서 젊은 시절의 기스 하워드가 숨겨진 보스로 등장하기 때문에, 슈퍼 패미콤판의 엔딩이 정사인 것 같지만.. 아랑전설의 중년 기스가 아니라 청년 기스로 나오기 때문에 기스의 나이 설정과 배경의 타임 라인 때문에 아랑전설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게 아니라 평행 세계 취급을 받는다.

기스가 캐릭터 프로필상 1953년생인데. 용호의 권 2의 젊은 기스는 26세라서 배경 타임 라인이 1970년대 말이지만, 실제 게임상의 배경 타임 라인은 90년대라서 나이, 시간이 맞지 않는다.

덧붙여 1993년에 ‘배틀 스프릿츠 용호의 권(バトルスピリッツ 龍虎の拳)’이라는 제목의 TV 스페셜 애니메이션이 나왔고, 한국에서 무단으로 실사화해서 3부작으로 된 실사 영화판도 나왔다.


[FB] 대마계촌 (大魔界村.1988) 2022년 오락실용 게임




1988년에 ‘カプコン(캡콤)’에서 아케이드용으로 만든 마계촌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영제는 ‘Ghouls 'n Ghosts(구울즈 인 고스트)’다.

내용은 전작 ‘마계촌’에서의 싸움이 끝난 지 3년의 시간이 지난 후. 만월이 뜬 밤에 ‘대마왕 루시퍼’가 이끄는 마족의 대군이 나타나 지상을 대혼란에 빠트리고. 기사 ‘아서’의 눈앞에서 ‘프린프린 공주’가 루시퍼에게 영혼을 빼앗겨 숨을 거두자, 아서가 공주의 영혼을 구하고 세계의 평화를 되찾기 위해 마계로 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게임 조작 방법은 ←, →(좌우 이동), ↑, ↓(사다리 타고 오르내리기), A버튼(공격), B버튼(점프)다.

점프 공격, 앉기 공격은 기본 지원하고, 상하좌우 4방향 공격이 가능한데, 서 있을 때는 좌, 우, 상단 공격이 가능하고. 하단 공격은 점프한 뒤 레버를 아래로 내리고 공격하면 된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갑옷을 입고 다니다가 적의 공격을 맞으면 갑옷이 파괴되어 트렁크 팬티 차림이 되고. 이때 또 공격을 받으면 한 방에 죽는다.

이번 작부터는 기본 갑옷이 ‘은 갑옷’이고.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황금 갑옷’이 새로 추가됐다.

황금 갑옷을 착용한 상태에서 공격 버튼을 꾹 누르고 있으면 몸이 반짝거리면서 화면 하단 중앙의 무기 슬롯에 기가 모이는데. 기가 꽉 차 있을 때 버튼에서 손을 떼면 현재 소지한 무기에 대응하는 전용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창은 좌우상 3 방향으로 직선형 번개 뿜기, 단검은 분신 소환, 횃불은 2개의 불꽃이 원을 그리며 날아가는 화구, 원반은 적의 탄막을 막는 거울 소환, 도끼는 2단 공격에 적의 탄막을 지우고 무적 판정이 있는 근거리 폭발, 장검은 대각선으로 날아가는 번개룡 소환 마법이 나간다.

마법 사용 횟수 제한은 없지만, 기를 모으는 챠지 방식이라 사용 타이밍을 철저히 계산해야 한다.

무기는 기본 투척용 랜스(창)로 시작해, 대거(단검), 네이팜(횃불), 이카루스의 방패(원반), 도끼, 소드(장검), 사이코 캐논 등의 총 7개가 있다.

전작의 무기 중에 '십자가(북미판에선 방패)'가 후술할 '사이코 캐논'으로 바뀌고. 원반, 장검이 새로 추가됐는데. 이중에 장검은 다른 무기처럼 던지는 원거리 공격이 아니라 칼로 내리치는 근거리 공격이라 사거리가 매우 짧지만 연사 속도가 빠르고 위력이 강하다.

‘사이코 캐논’은 대천사 미카엘의 축복을 받은 숨겨진 무기로, 2회차 플레이 때 황금 갑옷을 착용시 보물 상자를 파괴하면 전장의 여신이 나타나 드랍해준다. 2회차 1 스테이지에도 바로 드랍될 정도로 드랍율이 높다. 전작의 ‘십자가’와 같이 최종 보스전 때 유일하게 데미지를 입힐 수 있는 최종 병기다.

사거리가 짧지만 데미지가 높고 공격 판정은 좋은데, 마법 기능이 없다. 다만, 갑옷 착용 유무에 따라 무기의 성능이 달라져 황금 갑옷을 입을 때 최대 성능을 발휘해 적의 탄막도 지울 수 있기 때문에 황금 갑옷 상태를 유지하는 게 좋다.

아이템은 은 갑옷, 황금 갑옷, 무기 이외에 스코어 아이템은 기사 인형, 보스를 격파하면 드랍되는 열쇠 등인데. 전작의 스코어용 아이템인 악세서리 시리즈가 사라졌고, 아이템이 드랍되는 항아리, 보물 상자 중에, 보물 상자에서 트랩 요소가 추가됐다.

보물 상자를 파괴했을 때 무기, 아이템이 드랍되는 게 아니라 망토를 걸치고 모자 쓴 ‘마술사’가 나타나 마법의 오망성을 총알처럼 쏘는데. 그걸 맞으면 일정 시간 동안 ‘오리’나 ‘노인’으로 변한다.

갑옷을 입고 있을 때는 오리로 변하는데 이때는 공격 자체를 할 수 없어 완전 무방비 상태에서 좌우 이동, 점프만 가능하고. 알몸일 때는 노인이 되는데, 이때는 공격은 가능하지만 공격, 이동 속도가 대폭 하락해서 파워 다운된다.

전작인 마계촌이 1985년에 나오고, 본작은 그로부터 3년 후인 1988년에 나온 만큼. 그래픽, 연출, 사운드가 크게 발전했다.

특히 1스테이지 처형장이 압권인 게. 음산한 숲에 해골이 득실거리고 길로틴의 칼날이 내려갔다가 올라가고, 시체를 쪼아먹는 대머리 독수리가 나무에 우르르 모여 있는 살벌한 배경에, 배경 바깥 쪽에서 번개가 치고. 바람이 불어와 이동을 방해하며, 급기야 비바람이 몰아치기까지 하는데. 분위기 묘사도 분위기 묘사지만, 다중 스크롤 연출이 진짜 일품이다.

게임 난이도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어렵지만, 마계촌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서 보면 오히려 난이도가 쉬울 수도 있다.

우선 전작에서는 없었던 상단, 하단 공격이 가능해졌고. 점프 판정이 전작보다 나아졌다. 그리고 마법이 첫 등장한 작품이라 마법 성능이 높고. 스테이지별로 어려운 구간이 있는데 그것만 돌파하면 어떻게든 나아갈 수 있다.

2스테이지에서 밑에 유사와 개미 지옥이 대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푹 꺼지는 다리 구간, 3스테이지에서 공중 이동 발판과 몬스터 석상의 혓바닥을 타고 이동하는 구간, 4스테이지의 경사진 얼음 바닥 구간, 5스테이지의 레드 아리마 킹이 떼거지로 나타나는 사다리 구간 정도가 진행하기 어려운데. 죽어도 스테이지 처음부터 시작하는 게 아니라. 죽은 자리에서 리셋되는 거라, 패턴을 익히면 할 만하다.

전작과 같이 엔딩을 보기 위해선 2회차 플레이가 필수로 숨겨진 무기를 얻어 최종 보스를 쓰러트려야 진 엔딩이 나오는 2회차 엔딩제가 건재한다. 전작은 이 부분에서 그냥 텍스트만 나오고 지나가지만, 본작에서는 대천사 가브리엘과 프린프린 공주가 환영이 나와 캐릭터 대사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에 연출적인 면에서 전작보다 훨씬 나아졌다.

1회차 때의 최종 보스는 5 스테이지의 파리 대왕 ‘바알제붑’이고, 2회차 때 최종 보스는 ‘대마왕 루시퍼’다. 2회차에서 바알제붑 격파 시, 사이코 캐논을 소지하고 있어야 VS 루시퍼 전으로 이어지고. 다른 무기를 가지고 있으면 5스테이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되니 주의해야 한다.

한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한마루/DsNo’에서 번역을 해 ‘파이널번’용으로 한글화됐다. 본편 스토리 내내 텍스트 하나 없이 게임을 진행하는데, 1회차 엔딩, 2회차 엔딩 때는 장문의 텍스트가 나와서 읽을거리가 있다.

결론은 추천작. 전작보다 그래픽, 연출, 사운드 부분에서 큰 발전을 이루었고, 특히 다중 스크롤을 사용한 연출이 일품이며, 마계 배경의 액션 게임으로서 공포 분위기를 잘 조성해서 몰입감을 높였고. 진 엔딩을 보기 위한 2회차 플레이가 어렵긴 하나. 1회차, 2회차 엔딩 때 나름 텍스트가 있어서 마계 배경의 액션 게임으로서 공포 분위기를 잘 조성했으며 다중 스크롤을 사용한 연출이 일품이며, 1회차 엔딩, 2회차 엔딩 때 텍스트가 나와서 나름 스토리적인 부분에서 읽을거리가 있어, 재미있게 잘 만든 게임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은 16비트 시절 콘솔판으로는 ‘메가드라이브’와 ‘PC엔진 슈퍼 그래픽스’로 이식됐는데. 둘 다 이식률이 높아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메가드라이브판은, 게임쇼에서 본작을 접한 세가에서 캡콤에게 메가드라이브로 이식하게 해달라고 간절히 부탁해 단 5개월 만에 이식판을 제작했는데. 이식 당시 캡콤에서 제공된 프로그램 기술을 통해 훗날 자사의 대표작인 ‘소닉 더 헤지혹’을 만들었다고 하며, 아케이드판의 완전 이식은 아니지만 메가드라이브의 기기 성능을 충분히 반영해 큰 인기를 누렸다.

당시 대마계촌 메가드라이브판의 메인 프로그래머는 ‘스페이스 해리어’, ‘아웃런’, ‘판타지 스타 시리즈’, ‘소닉 더 헤지혹’, ‘나이츠 시리즈’ 등의 메인 프로그래머로 잘 알려진 ‘나카 유지(中裕司)’다.

PC엔진 그래픽스판은 ‘알파 시스템’이 이식을 맡았는데, 메가드라이브판은 5메가 ROM에서 3메가 늘어난 8메가 ROM으로 나와서, 용량상의 문제로 메가드라이브판에서 생략된 게 그대로 들어가서 아케이드판과 거의 흡사한 이식도를 자랑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요망하고 고얀 것들 (2021) 2022년 서적




2021년에 ‘눌와’ 출판사에서 ‘이후남’ 작가가 집필한 고전 요괴 소설. 부제는 ‘욕망을 따라 질주하는 고전소설 요괴 열전’이다.

내용은 조선 시대 때 전해져 내려오는 요괴가 등장하는 고전 소설을 모은 것이다.

본작은 다른 작가의 추천사와 책 소개를 보면 조선 시대의 고전 요괴 소설을 주로 다룬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선 시대 배경의 요괴 소설은 서너 편 정도에 그치고. 거의 대부분의 이야기가 중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정확히는, 연대 미상의 고전 소설들이 주를 이루고, 이 고전 소설들의 배경이 조선이 아니라, 중국 송나라, 명나라, 당나라 시대라서 필사본, 번역 판본을 바탕으로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책 겉 표지에 나오는 4마리의 요괴만 해도 전부 다 중국 요괴들이다.

그래서 사실 이걸 과연 한국 민속/전통문화의 범주로 봐야 할지 좀 의문이 들 지경이다.

한국 요괴 설화/전설로 잘 알려진 ‘꽁지닷발 주둥이 괴물’, ‘땅 속 도둑 귀신’, ‘소공주동귀’, ‘불가사리’, ‘깡철이’, ‘여우누이전’, ‘우렁각시’, ‘천년 묵은 지네’ 같은 건 오히려 전혀 언급이 되지 않아서 그렇기도 하다.

하지만 이게 조선 시대 요괴의 비중이 생각보다 적은 것과 별개로, 반대로 중국 요괴의 비중이 커서, 기존에 국내에는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많아 전에 보지 못한 이야기를 볼 수 있는 것은 꽤 메리트 있는 일이다.

기존에 나온 중국 신화, 전설 등을 다루는 과정에서 중국의 요괴를 소개하는 사전, 도감류 책에 등장한 요괴들과도 겹치는 게 거의 없다.

그게 중국 신화/전설 도감, 사전류 책에서는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온 민담, 설화를 바탕으로 요괴를 소개한 것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 고전 소설에 등장하는 요괴는 잘 다루지 않거니와, 요괴보다는 귀신, 도깨비(야차), 강시, 신선, 도사, 보살, 도술 등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어서 그렇다.

한국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받아 독립 출간한 동양 요괴 사전류 책이나, 그 카테고리에 속한 중국 요괴 사전/도감 등은 ‘퇴마록’으로 유명한 ‘들녘’ 출판사에서 나온 ‘판타지 라이브러리’ 시리즈의 ‘중국 환상 세계’와 ‘환상 동물 사전’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서 똑같은 내용을 책 제목만 바뀌어 계속 반복해서 보는 게 좀 지겨웠는데. 본작은 그 책들에서 소개되지 않은 요괴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꽤 볼만하다. (단적인 에로 주호민 작가의 중국 요괴 웹툰 ‘빙탕후루’에 등장하는 요괴 대다수는 ‘중국 환상 세계’에 수록된 요괴들이고. 요괴 디자인도 중국 환상 세계에 들어간 요괴 삽화를 베이스로 한 것이 많다. 예를 들어 일목오선생과 4흉 디자인)

중국 고전 소설에서 여우 요괴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이걸 중국 환상 세계와 환상 동물 사전에서는 그저 ‘여우의 정(여우 요괴)’란 카테고리 하나로 설명할 뿐. 그 여우 요괴들이 고전 소설에서 어떻게 등장했는지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는데. 본작에서는 어떤 소설에 등장해 어떤 일을 했는지 상세히 알려주고 있다.

당연하지만,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우 요괴의 이야기가 그 캐릭터 자체의 서사를 가지고 있기에 묘사 밀도가 더 높을 수 밖에 없다.

여우가 백년 묵고, 천년 묵으면 도력이 높은 여우가 된다. 여우 요괴는 사냥꾼을 두려워 한다. 이런 단순한 설명을 하는 것과, 여우 요괴가 인간에게 매달리고, 인간과 친분을 쌓고. 잘못된 길을 들어섰다가 잡혀 죽는 일도 있지만. 반대로 깨우침을 얻어 여우의 가죽을 벗고 도사가 되었다더라. 라는 이야기가 있는 건 하늘과 땅 차이가 있는 거다.

전체 요괴 이야기 중에 유독 ‘여우 요괴’와 관련된 이야기의 비중이 좀 높아서 요괴 소재의 바리에이션이 풍부하지 못한 게 좀 아쉬운 점이긴 하나, 용, 교룡, 구렁이, 동물 요괴들은 둘째치고서라도. 6개의 팔과 4개의 눈을 가진 거인으로 변신한 나무 요괴나, 황제를 자칭하며 황제의 관과 도포를 입은 해적 요괴, 물귀신 요괴, 여장부 요괴의 이야기는 진짜 국내에서 출간된 요괴 관련 서적 중에 그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었다.

특히 인상적인 게 여장부 요괴은 ‘올출비채’인데. 이야기 내용만 보면 ‘수호전’의 ‘인육만두’ 에피소드를 요괴물로 각색한 느낌이 살짝 들지만, 이야기 속 주체가 집안 남자 요괴들을 휘어잡은 여장부 식인 요괴라서 흥미진진했다.

중국 ‘포송령’의 ‘요재지이’에는 여자 야차가 인간과 결혼해 3명의 자식을 낳고. 그 아이들이 장성하여 인간 세계에서 무과에 급제해 장군이 되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워 성공한다는 에피소드도 나오는데. 여자 야차가 악역으로 등장해 빌런 포스를 풀풀 풍기면서 이야기를 주도하는 건 보기 드문 것이었다.

내용 중간중간에 한 컷씩 들어가는 삽화 퀼리티도 상당히 괜찮다. 책 전체 내용 중에 삽화는 극히 일부분이라 분량 자체는 적긴 하지만, 그래도 텍스트만 봐서는 알 수 없는 요괴 묘사의 임팩트가 있고, 만화나 애니메이션, 웹툰풍의 그림체가 아니라 고전화풍으로 그려져서 고전 요괴 소설이란 책 컨셉과 딱 맞아 떨어진다.

본작의 아쉬운 점은 본문의 문체와 구성에 있다.

고전 요괴 소설을 소개하고 있지만, 각각의 고전 요괴 소설이 사실 요괴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소설 속 주인공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에 요괴가 나오는 에피소드를 언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원작 소설은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는데 거기서 요괴가 나오는 것만 일부 떼어다가 소개하는 것이라. 원작 본문 내용을 온전히 다 옮긴 게 아니라 일부만 소개하면서 저자가 썰을 풀 듯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문제는 저자가 소설가나, 민속 학자 출신이 아니라 고전 소설 연구가이자 대학 강사이기 때문에, 이야기 썰을 풀 때 온전히 소설의 관점에서 푸는 게 아니라.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듯 풀어내며, 자기 주관을 넣어 해석한 부분이 많아서 그게 좀 독자 입장에서 감상을 방해하는 요소가 됐다.

예를 들면 해당 소설 속 요괴의 심정을 헤아리거나, 요괴가 나쁜 짓 하지 말고 착한 짓을 하면 어땠을까. 요괴는 인간으로 둔갑해서 사는데 인간의 사회성을 지니지 못했다. 인간은 선한 요괴를 돕고 악한 요괴는 퇴치당하는 게 요괴의 숙명이다. 등등. 꼭 저자의 주관적 해석을 집어 넣어 분석하고, 판단하고, 정의하면서, 이야기 자체의 맥을 뚝뚝 끊어먹으며. 역으로 독자에게 글을 읽고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작중 요괴가 불쌍한지, 안 불쌍한지는 오로지 글을 읽는 독자가 판단할 일이지. 저자가 이 요괴 좀 불쌍하지 않을까? 이러면서 글의 끝을 맺으면 되겠나.

강사 입장에서야 본인이 소설 이야기 썰 풀면서 소설 속 등장인물 심정 분석하고, 해석하는 게 재미있겠지만, 독자 입장에선 전혀 그렇지 않다.

나는 고전 요괴 소설을 읽고 싶은 거지, 고전 요괴 소설의 연구 자료를 읽고, 강의를 듣고 싶은 게 아니란 말이다.

결론은 추천작. 저자가 고전 소설 연구가이자 대학 강사라서, 본문 내용을 소설로 온전히 풀어낸 게 아니고. 강의를 하는 듯한 서술과 주관적인 해석을 집어넣은 게 소설로서의 감상을 방해하는 문제가 있고. 조선 시대 고전 요괴 소설 모음을 표방하고 있지만 연대 미상의 소설에, 중국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라 한국 민속/한국 전통/한국 고전의 범주로 봐야 할지 의문이 들기는 하나, 기존에 국내에 소개된 중국 신화/전설을 다룬 사전/도감에서 소개된 중국 요괴와 겹치는 내용이 없어 신선하게 다가오고.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소설 속 요괴가 다수 등장해서 내용 자체는 알찬 편이고. 고전화풍으로 그려진 삽화 퀼리티도 높아서 글의 내용을 뒷받침해주며, 고전 요괴 소설을 전문으로 다룬 책 자체가 국내에서는 워낙 보기 드문 케이스라 장르적 유니크함도 갖추고 있어서 요괴물을 좋아하고. 또 요괴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볼만한 책이다.


은빡피 (เงินปากผี.1981) 2022년 영화 (미정리)




1981년에 ‘차나 크라파윤’ 감독이 만든 태국산 호러 영화. 영제는 ‘Ghost Money’다.

내용은 장의사 집안의 철없는 어린아이들이 간식을 사기 위해 시체 안치소에 있는 시체의 인압에 넣은 동전을 꺼내서 몰래 항아리에 저금을 하다가, 들판에 있는 이름 없는 자의 무덤까지 파내 입안 동전을 꺼내 썼다가, 그 무덤 주인 귀신이 격노하며 아이들과 아이들의 가정을 파멸로 이끄는 이야기다.

타이틀 ‘은빡피’는 각각 ‘은=Ngein(돈)’, ‘빡=pak(입), ’피=phi(귀신)‘이란 뜻이 있고 그 셋을 합쳐서 시체의 입에 동전을 넣어주는 태국의 장례 풍습을 말한다.

초반부는 어린아이들이 시체의 입안에서 동전을 꺼내다 쓰는 무개념함에 혀를 차다가, 그렇게 모은 돈을 본인들이 다 쓰지도 못하고 엄한 사람이 훔쳐가서 돈을 썼다가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 극 전개로 이어져, 뭔가 귀신이 사람한테 해코지를 해서 사상자가 속출하는데도 불구하고 하나도 동정이 가지 않는다.

동전 훔치기의 원흉인 아이들이 죽거나, 혹은 살아남았어도 가족이 대신 죽거나 다쳐서 집안이 무너져 내린 가운데, 마지막에 가서 고승이 나타나 법력으로 귀신을 물리치는 결말로 끝이 나는데. 뭔가 진짜 죄지은 사람은 남녀노소 불구하고 집안 식구들 전체를 죽이거나 괴롭히는 전개가 파격적이다. (근데 연좌죄라고 보기에는 가족들 상태도 멀쩡한 게 아니고 비양심적이라..)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의 신체를 훼손하고 욕보인 대가를 받는 게 본편 내용이라서 고전적인 이야기다 보니 내용 자체는 그렇게 신선한 편은 아닌데. 태국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것과 죽은 자의 입안에 동전을 넣는 태국의 풍습이 메인 소재로 나온 게, 딱 태국판 전설의 고향 느낌이라 타국의 관점에서 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다.

80년대 영화인 데다가, 태국에서 만들었다 보니 현재 보존된 필름의 영상 화질이 안 좋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생각 이상으로 선명하고. 배경의 밝은색 조명 느낌이 쇼 브라더스 같은 홍콩 영화 느낌마저 난다.

다만, 영화 촬영 기술이 그 당시 서양 수준으로 발달된 것은 아니었기에, 특수 효과, 특수 효과가 좀 어설픈 느낌을 준다.

귀신이 분장 자체는 괜찮은데, 귀신에 대한 묘사가, 허공에 반투명체로 둥둥 떠있는 모습으로만 묘사돼서 중량감이 전혀 없다.

작품 자체의 조명도 너무 밝아서 밤 시간인데도, 밤이란 티가 잘 나지 않아서, 어둡고 음습한 분위기 묘사가 전혀 안 되니 배경만 보면 좀 짜게 식는 경향이 있다.

70~80년대 한국의 전설의 고향이 파란 조명 효과를 극대화시켜 무섭고 불온한 기운을 만들어낸 것과 대비된다.

그래도 영화 자체가 무서운 게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반투명체 귀신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사람에게 빙의하거나,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일으키고. 염력으로 사람을 해치기도 해서 귀신에 대한 심령 테러 묘사 자체는 나름대로 호러블하다.

결론은 평작. 망자의 죽음을 욕되게 한 산 사람들이 벌 받는 내용 자체는 고전적인 이야기라 좀 식상한 구석이 있지만, 한국, 일본, 중국이 아닌 태국에서 만든 영화라서 태국 배경에 태국의 풍습을 메인 소재로 삼고 있는 게 흥미로운 구석이 있고, 다서 지나치게 밝은 배경 조명 탓에 무서운 분위기가 반감되고, 특수 분장과 특수 효과가 어설프긴 하지만.. 사람들에게 해코지하는 귀신의 행적 자체는 나름대로 호러블하게 묘사되고 있어서 태국판 전설의 고향으로 생각하고서 견문을 넓히기 위해 한번쯤 볼만하다.

여담이지만 은빡피는 본작에서만 나온 게 아니고, 후대의 태국 공포 영화, 공포 드라마에서도 종종 나올 정도의 단골 소재다.


[네이버] 복학왕 (2014) 2022년 웹툰



복학왕 :: 네이버 웹툰 (naver.com)

2014년에 ‘네이버 웹툰’에서 ‘기안 84’ 작가가 연재를 시작해 2021년에 총 355화로 완결이 된 웹툰. ‘패션왕’의 정식 후속작이다.

내용은 전작의 주인공 ‘우기명’이 20대가 되어 지방 사립 대학인 ‘기안 대학교’ 패션 학과에 입학한 뒤,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해 대학 생활을 하면서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는 인생 이야기다.

전작 ‘패션왕’에서는 고등학생 주인공 ‘우기명’이 패션 배틀을 벌이면서 무수한 도전자를 물리치고 패션왕의 길을 향해 걸어가는 소재가 참신하게 다가왔는데. 이번작에서는 복학왕이 패션왕처럼 배틀물인 게 아니고, 단지 우기명이 대학에 입학했다가 군복무 마치고 복학한 것을 의미해서 소재가 그리 참신하다고 볼 수는 없다.

거기다 본편 내용이 우기명의 대학 생활만 그린 게 아니라.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어 사회 생활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이어져서 나중에 가면 작품 제목 자체가 ‘복학왕’일 이유도 없어진다.

대학교 파트는 지잡대의 어두운 현실과 사회인 파트는 먹고 살기 어려운 현실을 리얼하게 그리면서 2030 세대의 공감대를 형성해 특유의 매력을 어필했지만. 역시나 전작 패션왕과 마찬가지로 스토리가 산으로 가면서 빠르게 몰락한다.

스토리가 산으로 간다는 말을, 좀 더 알기 쉽게 풀어서 말하자면 작품의 주제와 목적이 오락가락한다는 거다.

전체 스토리는 우기명의 대학 생활과 사회생활로 이어지는 인생 이야기지만, 기본적으로 소제목이 따로 붙는 챕터 구성인데. 이게 작은 스토리가 하나둘 모여서 메인 스토리의 큰 줄기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매 챕터마다 그때그때 스토리를 쥐어짜서 만든 결과의 반동이 너무나 크다.

우기명의 정신 상태나 주변 상황이 좀 좋아지려는가 싶으면, 다음 에피소드에서 모든 게 리셋되어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일상다반사다.

이걸 본편에서는 단순히 우기명이 뭘 해도 되는 게 없는 불행한 캐릭터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그런 일이 밑도 끝도 없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캐릭터가 붕괴하고, 뜬금없는 전개가 남발되면서 작품 자체의 스토리가 무너져 내려 혼돈의 카오스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렇게 모든 게 와장창 무너져 내려 혼돈의 도가니가 된 걸 ‘광어 인간’이나 ‘달팽이 인류’처럼 비현실적인 설정과 묘사를 집어넣고 보는 사람을 더욱 혼란에 빠트려 어떻게 수습이 전혀 안 되는 상황에, 해당 에피소드 끝나면 또 아무렇지도 않게 모든 게 리셋되어 정상으로 돌아오니. 이게 본작 특유의 스타일이자 개성이라고 포장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 작품은 본래 이랬다고. 모르고 보진 않았잖아?’라는 말도 진짜 어느 정도껏 해야 ‘아 그랬었지 참.’ 하고 납득을 하고 보지. 선을 그냥 넘는 수준이 아니라, 우주 저편으로 날아갔다가 다시 돌아오니 진짜 사차원의 영역에 들어선 듯한 느낌마저 든다.

극 후반부의 우기명 결혼 에피소드만 보더라도 그렇다.

결혼은 하고 싶은데. 배우자에 대한 애정은 있지만, 결혼한 이후에 짊어져야 할 책임과 의무를 이행하기는 싫고, 그걸 생각만 해도 진저리가 쳐지는데, 결혼 자체에 대한 로망은 또 잃을 수 없어서 번민한다.

이건 결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대한 현실적인 고증을 한 것이라기보다는, 등가교환의 법칙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 일반 상식에서 좀 벗어나 있다.

작가가 리얼하게 묘사하는 건 어디까지나 시궁창 같은 현실에서 살아가는 밑바닥 인생을 기는 캐릭터들뿐이지. 거기서 벗어난 보통 사람과 사회에 대한 인식과 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일반 상식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

본편 스토리 전체를 압축 요약해서 보면 이게 도대체 뭘 하고자 했고,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건지 좀 알 수가 없다.

이성적으로는 알 수가 없으니, 감성의 차원에서 접근해 이해하려고 노력을 해도. 본편 내용의 시작과 끝을 정주행해 보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작중에 우기명은 전작 ‘패션왕’부터 시작해 본작인 ‘복학왕’에 이르기까지의 인생 여정이, 집안 살림이 가난했고, 학벌이 좋은 것도 아니고, 꼴통 학교를 졸업한 뒤 사업에 실패하고 주식도 말아먹어 나락으로 떨어졌다가, 기사회생하여 20대의 젊은 나이에 대기업에 입사해 연봉 수천만원을 벌면서 성공한 인생을 살게 됐는데.. 등 따시고 배부르니까 어렵게 살았던 과거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지금의 경제적으로 성공한 인생에 전혀 만족하지 못한 채. 오히려 사회인으로서 매일 똑같은 일상을 보내면서 어른의 책임과 의무를 지는 게 너무나 싫어 번민하던 중. 대학교 복학생 시절 아무 생각 없이 놀고 즐기던 그때를 회상하다가, 기어이 그 시절의 환상에 사로잡혀 직장을 때려치고. 모든 걸 내던진 뒤 잠적했다가, 10년 후에 보통 여자랑 결혼해서 평범한 아저씨가 되어 돌아와 20대 복학생 시절을 또 떠올리며 끝난다.

어른이 되기 싫은, 날 수 없는 피터팬이 기안대라는 이름의 네버랜드로 도망치는 현실 도피가 패션왕부터 복학왕까지 이어진, 10년 동안 연재된 스토리의 결말인 것이다.

끝내 패션왕이 되지 못했고, 히로인 ‘봉지은’과 맺어지지도 못했고, 20대의 성공한 사회인으로서 이룬 업적, 지위, 자리를 모두 내던지고 떠나 버리니, 작품의 주제가 뭔지, 작품 내 주인공이 이뤄야 할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10년이란 길고 긴 연재 기간 동안 무엇을 한 건지 당최 알 수가 없다.

이건 작품 내적인 부분만 보면 해석이 어렵고. 작품 외적인 부분과 연결해야 어느 정도 해석이 된다.

작가가 작품 속 주인공을 자신과 동일시해서, 자신의 모습과 현실을 작품 속 주인공에게 투영해, 작품 속 주인공이 작가와 별개의 독립된 캐릭터가 아니라. 작가의 아바타화되었고. 그게 통제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 지금에 이르게 된 것 같다.

10년이란 장기 연재로 작가가 번아웃에 시달리는데도 어떻게든 연재를 지속하는 과정에서, 작가의 번아웃이 작품 속 주인공한테도 전이되어. 우기명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기명의 탈을 쓴 기안 84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작품 속 배경과 세계관으로 풀어내고 있는 것이라 작중 우기명은 끝까지 행복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작가가 자기 작품 속 주인공에게 작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작가 본인과 주인공을 동일시하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고. 그게 곧 창작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작품 속 주인공이 독립적인 캐릭터로서, 작품 속에서 온전한 삶을 살아야 하는데. 작가가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행복하지 못하다고. 작품 속 주인공까지 행복할 수 없게 만드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하기 이전에 비극적인 일이다.

작가의 번아웃이 작품 속 주인공의 번아웃으로 이어진 사례라서 한국 웹툰계에서 극히 보기 드문 사례다.

결론은 미묘. 챕터 구성의 스토리가, 챕터가 끝날 때마다 주인공의 정신적 성장과 주변 상황이 리셋되고 뜬금없는 전개가 남발되어 캐릭터가 붕괴하고 스토리가 무너져 내리는 상황에, 되도 않는 비현실적인 개그를 무리하게 던져 작품 자체를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10년 연재 동안 무엇을 한 건지 알 수 없는 허망한 엔딩까지 나와서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지지만.. 작품 외적으로 볼 때. 장기 연재의 폐단으로 작가의 번아웃이 작가의 작품 속 주인공에 대한 자기동일성에 끼치는 악영향의 사례를 보여주어 생각할 거리를 주고. 또 연재 기간 대비 실망스럽고 부족한 엔딩이긴 하지만, 어쨌든 확실하게 결말을 지어 작품 자체를 종결지었기 때문에 최소한의 의의는 있는 작품이다.


기괴하고 요상한 귀신딱지 (2019) 2022년 서적




2019년에 ‘라이카미’에서 '이소비' 기획, ‘라곰씨’ 작가가 글, ‘차차’ 작가가 그림을 맡아서 만든 아동 만화. 시리즈물로 2020년에 3권까지 나왔다.

내용은 1986년에 커다란 콧구멍으로 귀신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짝구’가 ‘꼭두’가 운영하는 ‘딱지 문방구’의 쪽방에 몰래 들어갔다가, 33년 후인 2019년 미래로 타임슬립 했다가 딱지 문방구 주인 꼭두에 의해 ‘귀신딱지 비밀요원으로 임명되어, 귀신을 볼 수 있는 겁쟁이 소년 ’우동‘과 콤비를 이루어 악귀를 물리쳐 귀신 딱지에 봉인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책 소개에 아동 만화에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호러 코미디물이라는 문구를 사용하고 있는데. 확실히 아동 만화 기준에서는 작품 자체에 개그가 나와도 기본적으로 공포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호러 코미디물을 표방한 작품이 없기는 했다.

호러 코미디물을 표방하고 있지만, 이게 말장난이나 유행어 남발, 몸개그로 어거지로 웃기는 게 아니라. 극 전개를 코믹하게 풀어나가서 작중의 상황 자체로 웃음을 안겨주기 때문에 좋은 느낌이다.

주인공 콤비인 ’짝구‘는 귀신의 냄새를 맡고, ’우동‘은 귀신을 볼 수 있어서 사실 귀신 탐지, 발견 능력밖에 없는 어린아이들이다.

본거지가 ’딱지 문방구‘라서 귀신 퇴치용 아이템들이 퇴마물의 일반적인 아이템인 부적이나 법력구, 보구 같은 게 아니라 문방구에서 판매하는 물건을 퇴마 도구로 재구성한 것이다.

귀신 탐지, 발견 능력 밖에 없는 어린아이들이 문방구 아이템으로 악귀를 상대하는 게 기본 구성인데. 이게 또 오묘한 게, 문방구 아이템이 항상 도움이 되는 게 아니고. 오히려 제대로 써먹지 못해서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서, 주인공 콤비가 기지를 발휘해서 악귀를 물리치는 전개가 많이 나온다는 점이다.

극 전개만 보면 주인공 콤비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하다 보니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은 채 자력으로 문제를 해결해서. 보는 사람이 뒷내용을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의표를 찌르는 전개가 속출해서 생각 이상으로 재미있다.

기존의 귀신 혹은 요괴 퇴치를 테마로 삼은 아동 만화들을 보면, 거의 대부분 큰 위험에 처하지 않고. 귀신, 요괴와 조우한 이후 각성 내지는 변신을 한 뒤, 스킬을 사용해 귀신, 요괴를 퇴치하는 단순한 패턴을 반복하는데. 본작은 주인공 콤비한테 그런 능력이 일절 없으니, 진짜 산전수전 다 겪으며 고생하다가, 마지막에 가서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얻어 대역전을 하기 때문에 확실히 비교가 불가능하다.

물론 전자의 경우, 보통 1권 기준으로 다수의 에피소드가 들어가 있어서 귀신 퇴치에 할애할 수 있는 분량이 제한적이라서 퇴치 전후 과정의 밀도 묘사가 떨어질 수 밖에 없고. 본작은 책 1권 분량 내에서 상대하는 악귀가 1마리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묘사 밀도가 높은 것이라서 구성의 차이가 있기는 하나, 그렇다고 해도. 능력이 있는 주인공이 기술을 사용해 악귀를 퇴치하는 것과 능력이 없는 주인공이 아무런 기술도 없이 악귀를 상대해 힘겹게 이겨내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가 있고. 당연한 말이지만 후자가 훨씬 재미있게 다가온다.

짝구와 우동의 캐릭터 디자인은 미형과는 거리가 멀고, 좀 바보스러운 느낌이 강해서 90년대 영구, 맹구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뭔가 겉모습만 보면 호감이 가지는 않는데. 작중에서 보여준 활약상을 보면 확실히 주인공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매력을 어필하고 있어서 캐릭터 자체를 잘 만들었다.

귀신에 대한 묘사가, 작중에선 일반 귀신과 악귀를 분류하고 있고. 악귀는 퇴치해서 딱지에 봉인할 대상으로 나오는데. 주인공 일행 등 인간 캐릭터들은 기본적으로 어린 아이들은 기본 3등신 캐릭터에, 명랑 만화풍의 밝은 톤으로 그려지는 반면. 악귀는 그림 작가가 어깨에 힘 팍 주고 요사스럽게 그려서 극의 긴장감을 높인다.

악귀 디자인이, 일반적인 하얀 소복 입고 긴 머리 풀어헤친 인간형 원귀가 아니라. 이형의 생물체로 묘사되며, 악위들의 행적을 보면 주인공 콤비가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강력하게 나와서 호러 부분에도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보인다.

확실히 호러 코미디를 표방할 만하다.

삽화가 만화풍이고 그림 비율이 높긴 한데, 그렇다고 만화 형식으로 제작된 게 아니고. 만화와 소설을 합쳐 놓은 구성으로, 소설 부분의 텍스트를 읽다가 다음 페이지에서 만화로 이어지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서 구성 자체는 괜찮은데. 소설로 묘사하다가 갑자기 만화로 전화되면서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하고 약간 딜레이가 생기는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이 좀 아쉽다.

이게 정확히, 소설 파트에서 텍스트로 진행하다가 하나의 장면을 끝까지 진행해 마침표를 찍은 후 그림 파트로 넘어가는 게 아니라, 마침표가 아닌 쉼표 찍고 곧바로 글에서 그림으로 장면 전환을 하는 방식이라서 그렇다.

그밖에 시리즈물이지만 넘버링이 쭉 이어지지 못하고 3권에서 더 이상 다음 연결권이 나오지 않고 미완결로 끝난 것도 안타ᄁᆞᆸ다.

작중 주인공 콤비가 찾아내 봉인해야 할 악귀의 수가 100마리로 책정되어 있는데. 한 권 당 악귀가 한 마리씩 나오니, 3권 기준으로 귀신 딱지 10개도 모으지 못한 채 미완결되었기에 현실적으로 몇 권이나 나와야 할지 감당이 안 되긴 했다.

일반 만화 단행본이라면 또 몰라도, 아동 서적인 데다가 양장본이라 책 한 권 가격이 약 13000원 정도 하기 때문에 독자 입장에서는 완결권까지의 견적이 잡히지 않기는 했다.

결론은 추천작. 명랑 만화풍의 귀엽고 밝은 인간 캐릭터들과 이형의 생물체 같은 귀신 디자인이 조화를 이룰 만큼 호러와 코믹의 장르적 밸런스가 잘 잡혀 있고, 코믹 부분에서 말장난, 유행어 남발, 몸개그로 억지로 웃기지 않고 작중 주인공 일행이 처한 상황과 극 전개를 통해 자연스럽게 웃음을 선사하면서, 악귀를 퇴치하는 퇴마 활극도 소홀히 하지 않아 생각한 것 이상으로 재미있는 작품이다.


[네이버] 빙탕후루 (2017) 2022년 웹툰





2017년에 ‘장화’ 작가 원작 소설을, ’주호민‘ 작가가 웹툰으로 그려서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해 2020년에 총 170화로 완결된 퇴마 판타지 웹툰.

내용은 중국 송나라 시대 때, ’귀안‘ 도사와 그의 제자 ’여연‘이 세상을 어지럽히는 ’팔귀‘ 퇴치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의 장르는 퇴마 판타지 장르로 중국 송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호민 작가의 대표작인 ’신과 함께(2010)‘과 한국형 판타지의 예시로 볼 수 있었던 걸 생각하면, 중국 판타지로 돌아온 게 꽤 이채롭고. 또 작품의 장르가 퇴마물이라서 기존의 주호민 작가 작품에서 볼 수 었었던 새로운 장르를 시도한 것이라서 신선한 구석도 있다.

하지만 이게 주호민 작가 작품의 장르적인 부분에서 신선한 거지, 소재나 캐릭터가 신선한 건 아니다.

중국 민속/설화 베이스의 괴기 판타지로서 스토리 초반부 느낌과 캐릭터 구성을 보면, ’다이지로 모로호시‘의 ’재괴지이‘와 유사해서. 재괴지이의 아류작 느낌이 강하게 든다.

다만, 재괴지이는 다이지로 모로호시의 괴기/다크 판타지의 테이스트가 매우 깊은 작품이라 다른 누군가 함부로 흉내낼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기에, 본작은 재괴지이 원작의 테이스트를 그대로 우려내진 못하고. 재괴지이와 비교하면 좀 순한 맛에 가깝게 나온다.

일단, 아류작 논쟁은 둘째치고. 한국 웹툰 중에 중국 배경의 퇴마물은 확실히 보기 드문 장르이고. 보통 한국에서 요괴 퇴치 만화하면 일본의 점프식 소년 만화 풍의 액션, 이능력 배틀로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라서 재괴지이풍의 다크 판타지는 확실히 유니크하다.

작화는 여전히 그리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주호민 작가의 작품 중에서는 고어 수위가 꽤 높은 편이고. 또 액션 비중이 커서 기존의 작품과 다른,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느낌을 주어서 그 부분은 좋게 볼만하다.

하지만 스토리 중반부 이후에는 요괴에 의해 벌어진 사건 중심에서, 단순히 도사가 도술 펑펑 쓰면서 요괴 때려잡는 퇴마행으로 노선을 완전히 변경하면서 초반부 다크 판타지의 유니크함이 완전 사라져 버린다.

액션물로 노선이 바뀌었는데, 앞서 말했듯 본작은 주호민 작가의 작품 중에 액션 비중이 높아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라, 본래 액션이 주력은 아니기 때문에 기존의 액션형 퇴마 판타지와 비교하면 작화, 연출이 떨어진다.

근데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캐릭터 전반의 운용이 매우 나쁘다는 점이다.

정확히, 주인공 귀산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서, 귀안에게 스포라이트를 집중하면서 다른 캐릭터가 전부 다 쩌리가 댔다는 점이다.

본편 스토리에서 귀안은 팔귀를 물리치고 천선이 되면서 정의를 구현하는 목적을 이루고 보상까지 받아 주인공으로서의 업적을 완성한 캐릭터가 됐지만, 귀안의 동료들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본래 캐릭터 구성을 보면, 진 주인공이 되었어야할 귀안의 수제자 ‘운’은 배트맨과 로빈의 로빈처럼 귀안의 사이드 킥에만 머무를 뿐. 정신적으로 성장을 하거나, 진 주인공으로서의 능력을 각성한 것도 아니고 자괴감에 빠진 채 사랑하는 연인조차 잃고 귀안의 후계가 되어 도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업적을 이루지 못했다.

‘여연’은 처음부터 귀안과 함께 한 제자로 이쪽 역시 캐릭터 활용에 따라서 운과 같이 진 주인공이 될 수 있을 법 하지만.. 귀안의 퇴마행에 있어 사이드 킥조차 되지 못했고, 언제나 퇴마행이 시작될 쯤에는 ‘너는 위험하니 피해 있어라’라는 말과 함께 짐짝 취급을 받으며, ‘월’은 파티 합류 시기가 다소 늦었는데. 중간에 파티를 이탈했다가 재합류하는 사이의 텀이 길어서 레귤러 멤버로 보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록’은 운과 남녀 주인공으로서의 썸을 타지만, 극 전개상 록이 파티에서 장기간 이탈해 로맨스의 여지는 주었는데 그 전후 과정을 스킵하고 넘어가서 로맨스의 꽃을 제대로 피우지 못한 채, 비극으로 마무리해서 가슴에 전혀 와닿지 않는다.

요약하자면, 귀안을 제외한 다른 캐릭터들은 오직 귀안의 퇴마행을 위한 빌드 업의 재료가 될 뿐. 귀안과 별개의 독립적인 캐릭터로서 각각의 종막을 맞이하지 못해서 캐릭터성이 떨어진다. 애네들은 귀안이 있기에 존재하고, 귀안이 없으면 스스로 존재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헌데 귀안이 그렇게 주인공으로서 스포라이트를 독점한다고 해도. 매력적인 캐릭터냐고 묻는다면 또 그것도 아니다.

귀안에게는 동문의 라이벌 ‘백염’과 스승 ‘방적’ 등등. 직접적인 갈등을 맺는 캐릭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제대로 엮이지 못하고 겉돌고 있다. 오로지 요괴 퇴치에 올인해서 캐릭터 개인의 서사가 부실해진 것이다.

라이벌인 백염은 귀안의 퇴마행을 방해하고, 팔귀와 관련된 사건의 흑막으로 자주 나오지만. 팔귀 퇴마행은 어디까지나 팔귀를 퇴치하는 거지, 백염을 물리치는 게 아니며, 이야기 끄트머리에 가면 어디 두고보자라는 3류 악당 대사를 남기면서 도망쳐 다음 이야기에 또 튀어나오는 식으로 등장하다가, 막판에 가서 진짜 사건의 흑막이 등장할 때쯤에는 비중이 대폭 줄어들어 극 초반부의 떡밥 회수용 캐릭터로 전락하기 때문에, 이게 설정만 귀안의 라이벌이지 숙적의 ‘숙’자를 붙이기도 민망할 정도다.

‘방적’과의 갈등은 극 후반부에 나오는데. 극 전개상 귀안이 온전한 상태에서 방적과 갈등을 빚는 게 아니라서, 캐릭터 간의 갈등이 심화되기도 전에 눈 깜짝할 사이에 갈등이 종결되고. 방적의 최후도 작중에서 제대로 묘사되지 않아 중요한 내용을 죄다 스킵했다.

결과적으로 귀안은 요괴를 물리치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없는 캐릭터가 되어 버렸다.

스승으로서 제자가 성장할 계기를 마련하거나, 제자가 활약할 기회를 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괴안이 직접 퇴마행에 나서서 다 때려잡으니 스승과 제자의 케미도 이루지 못한다.

본편 내용에서 언제나 위기는 귀안이 함정에 빠지거나 독에 당해서 움직이지 못할 때 찾아오고. 사건 해결은 귀안이 복귀해서 도술로 요괴들 때려 잡으면서 끝나니 아주 무슨 기승전결이 아니라 기승전귀안이다.

본작은 스토리 전개가 빠른 게 장점으로 손에 꼽혔지만, 이게 중반부 이후로 넘어가면 속도가 빠른 대신 스토리의 디테일이 없어져 속도와 디테일을 등가 교환했기 때문에 양날의 검이 되어 버렸다.

스토리 전개가 빠른 만큼, 귀안이 매번 전에 사용하지 않았던 신 필살기급 도술을 선보여 요괴들을 때려 잡는데. 이게 아무런 언급도, 설명도 없이 갑자기 툭 튀어나온 수준이라서 그런 기술이 있는데 왜 그동안 안 썼냐는 논란을 일으킬만 하다.

빠른 스토리 전개를 위해 디테일을 희생한 걸 반증하는데. 무슨 디아블로 같은 핵 앤 슬래쉬 게임 감각으로 진행되는 느낌이다.

플레이어 캐릭터가 레벨업을 하면 새로운 스킬을 익혀서, 신 스킬 펑펑 쓰면서 적들을 초전박살내는 진행 말이다.

그 때문에 팔귀들도,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설정만 거창해지지, 신 필살기 나오기 무섭게 쳐맞고 퇴장하는 자코로 전락한다.

초반부에는 팔귀 하나하나가 한편의 에피소드의 주역으로서 단순히 요괴 퇴치 싸움만 나오는 게 아니라. 작중에 벌어진 사건의 핵심적인 캐릭터로서 이야기의 중심에 있었는데, 이게 스토리 전개가 빨라지면서 단순히, ‘야생의 팔귀가 나타났다.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다. 귀안이 팔귀를 물리쳤다!’ 이런 단순한 패턴이 반복돼서 이야기 자체의 재미가 급속도로 떨어진다.

후반부로 넘어가면 진짜 스토리 전개에 대한 고민을 일절 하지 않고, 그저 글 콘티가 나오는 대로 기계적으로 그리면서 어떻게든 빨리 끝내고 싶다는 느낌을 강하게 들게 한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엔딩도 제대로 내지 못했다는 점인데.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최종화의 뒷부분을 뚝 잘라먹어서 결말 자체가 흐지부지됐다. 작가 후기조차 나오지 않아서 대체 왜 그렇게 끝낸 건지 알 수가 없다.

그게 만약 ‘남은 엔딩 내용과 후일담은 소설 원작에서 확인하세요!’ 라고, 원작 소설의 판촉용 엔딩으로 끝낸 거라면. 수년 간 본 웹툰을 보아 온 웹툰 독자를 기만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아니, 무슨 웹툰 엔딩을 DLC로 만들어 팔아먹는 것도 아니고)

결론은 비추천. 초반부의 중국 민속/설화 베이스의 괴기 판타지가 재괴지의 아류작이긴 하나 장르의 유니크한 특성상 매력은 있었지만,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사건 중심에서 퇴마 액션 중심으로 노선이 변경되 요괴 퇴치물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 되어 유니크함이 사라져 매력이 없어졌고. 주인공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 캐릭터 전반의 운용이 나쁘며, 스토리 전개가 빠른 대신 이야기의 디테일이 다소 떨어지고. 떡밥 회수도 되지 않은 채 엔딩마저 제대로 내지 못해서 용두사미가 된 작품이다.

주호민 작가의 작품은 그림이 좀 부족해도, 스토리가 좋으니 스토리로 승부를 본다는 예시가 됐었는데. 이번 작품은 그 스토리가 폭망하니, 스토리가 강한 주호민 작가란 말도 퇴색하기에 이르렀다.

주호민 작가의 재기작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아서, 그저 주호민 작가가 아직 현역 작가로서 작품 활동을 했었구나. 정도를 확인하는 것에 의의가 있다.


웰컴 투 괴기 월드 (2019) 2022년 서적




2019년에 ‘슈크림북’에서 ‘남상욱’ 작가가 글, ‘더미’ 작가가 그림을 맡아서 만든 아동용 괴기 서적.

내용은 휴대폰으로 자칭 ‘관리자’라는 의문의 남자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귀신과 괴물을 준비한 괴기 월드로 초대 문자를 남겨서, ‘우진’과 ‘희주’가 무심코 초대를 수락했다가 괴기 월드에 끌려가 탈출을 감행하는 이야기다.

본작은 ‘강시’, ‘어둑시니’, ‘갓파’, ‘잭 오 랜턴’, ‘구미호’, ‘뱀파이어’, ‘도깨비’, ‘사탄’ 등 세계의 귀신, 괴물이 한데 모인 괴기월드에서 탈출하는 게 메인 스토리로 각각의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귀신, 괴물의 짤막한 소개글도 넣어서 약간 괴기 사전 느낌도 살짝 난다.

기본적으로 남녀 주인공인 ‘우진’과 ‘희주’의 괴기 월드 탈출기라서 호러 어드벤처물이라고 할 수 있다.

내용 구성만 보면 딱 호러 컨셉의 방 탈출 같지만.. 실제로는 그냥 미로로 구성된 괴기 월드 안을 돌아다니다가, 세계의 귀신, 괴물과 조우하는 것이라 사실 말이 좋아 어드벤처지, 실제로는 호러 어트랙션에 가깝다.

각각의 귀신, 괴물과 조우했을 때의 파훼법이 나오긴 하지만, 이게 사실 작중 인물이 기지를 발휘해서 헤쳐나가는 게 아니라. 뭔가 좀 얻어 걸리는 느낌으로 위기를 헤쳐나가서 약간 맥 빠지는 느낌이 든다.

예를 들어 구미호편에서는 별도의 파훼법 없이 최면에 걸려서 위험에 처했는데 뜬금없이 구미호의 동생이 툭 튀어나와 먹잇감 독점하지 말라며 자매 싸움이 벌어지는 틈을 타서 도망치고, 도깨비편에서는 대뜸 씨름하자고 해서 씨름하다 왼다리를 걸으니 실은 도꺠비 약점이 왼다리였다더라. 라면서 어영부영 이기고, 갓파는 놀자고 엥기니 나 잡아봐라 놀아주고 빠져나가는 것 등등이다.

근데 그보다 더한 건 ‘잭 오 랜턴’ 등장 이후에, 잭 오 랜턴이 아군화되어 길도 알려주고 귀신, 괴물 파훼법도 알려주면서 가이드 역할을 하면서. 주인공 일행이 직접적으로 활약을 할 건수가 줄어들어 극의 긴장감이 뚝 떨어진다.

배경 설정적으로 괴기 월드 안은 이차원 미로로 구성되어 있어 길을 잃고 헤메기 쉽고 곳곳에 귀신, 괴물이 즐비한데. 잭 오 랜턴 합류 후 그 모든 위험을 간단히 피해가서 더욱 그렇다.

아동용 서적이란 걸 감안하고 봐도 작중에서의 모험 공략 난이도가 이지보다 더 낮은, 세이프티 수준이다. 작중의 모험을 마칠 때까지 위기 다운 위기 한 번 맞이하지 않고 다치지도 않으니 말이다.

우진과 희진이 남녀 주인공으로서 처음부터 끝ᄁᆞ지 모험을 함께 하는 것도 아니고, 서로 떨어져 있다가 재합류하는 구간이 있어서 뭔가 좀 콤비, 페어, 버디물로서의 묘사 밀도가 낮다.

줄거리만 보면 딱 남녀 주인공의 대모험인데. 실제론 남자 주인공한테만 스포라이트가 집중된 느낌이고. 여주인공의 존재는 그저 남자 주인공이 위험에 처했을 때 도와주는 사이드 킥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렇게 남녀 주인공을 따로 떨어트려 놓고 캐릭터 운용을 한다면, 여주인공 시점으로 진행되는 여주인공 독립 파트도 들어갔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아무래도 남자 주인공 혼자 모험하는 동안 여주인공은 뭘 하고 있는지 궁금증을 자아내는데. 거기에 관한 떡밥은 전혀 나오지 않아서 불완전 연소된 기분마저 든다.

컨셉, 소재는 나쁘지 않은데 내용 구성이 좀 밋밋해서 괴기 월드에서의 탈출이란 테마를 살려서 서바이벌 게임북처럼 만들었으면 더 낫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서바이벌 게임북은 80~90년대 나름 인기를 끌었던 아동용 서적으로, ‘공포관의 망령’, ‘공룡박물관의 공포’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위의 두 작품은 미국에서 나온 걸 한국에서 번역해 출간한 것이고 일본에서 나온 서바이벌 게임북도 꽤 나왔다)

책 본문 내용을 잃다가 구간별로 선택지가 떠서, 어떤 선택을 하냐에 따라서 그 결과에 해당하는 페이지로 구간 이동을 해서 배드 엔딩을 맞이하거나, 다음 내용으로 이어져 계속 진행하는 방식의 책이다.

본편은 일직선 진행인데 내용 전체가 글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 중간중간에 만화 느낌의 삽화를 집어넣어서 거의 반쯤은 만화에 가깝다.

사실 글 내용보다는 그림이 멱살 잡고 하드캐리하고 있어서 글만 봐서는 뭔가 아쉬운데 그림을 보면 아쉬움이 덜해진다.

기본 작화가 남녀 주인공의 불안한 기색을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면서 배경이 어두운 톤이고, 흑백의 모노톤으로 그려지다가, 귀신, 괴물이 등장할 때는 귀신 괴물 몸의 일부만 컬러를 집어넣어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작중에 귀신, 괴물이 첫 등장할 때는 글로 묘사하는 게 아니라 그림으로 그려서 보여주기 때문에 이게 또 나름 강렬한 인상을 준다.

귀신, 괴물 디자인도 전반적으로 괜찮은 편이고. 배경의 어둡고 음습한 느낌도 꽤 분위기 있다. 뭔가 거장한 배경 설정에 비해서 극 전개상의 배경 스케일은 작아서 세계 단위보다는 악몽 속에 갇힌 느낌이라, 글 내용만 봐서는 알 수 없는 폐쇄 공포 느낌도 잘 살렸다.

엔딩은 좀 싱거운 편인데 ‘아직 끝난 게 아니다!’라고 대놓고 나와서 후속작을 염두해두어 계속 이어질 것 같아 보였지만, 시리즈화되지는 못하고 한 권으로 끝났다.

한 권으로 끝났기 때문에 후속작을 염두한 대사가 뒷맛을 개운하지 못하게 만든다.

결론은 평작. 세계의 귀신, 괴물이 득실거리는 괴기 월드에서 탈출하는 컨셉 자체는 괜찮지만, 귀신, 괴물 파훼법도 제대로 묘사하는 게 아니라 설렁설렁 넘어가는 일이 많아 모험의 공략 난이도가 너무 낮아서 극 전개의 긴장감이 떨어지고 남자 주인공한테 지나치게 스포라이트를 집중시켜 남녀 주인공이 제대로 된 페어를 이루지 못해 캐릭터 간의 캐미가 떨어져 글 내용적으로는 아쉬운 점이 많은데. 책 컨셉에 맞게 괴기스러운 느낌을 잘 살린 그림이 멱살 잡고 하드 캐리해서 평타는 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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